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모습.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 사진은 지난 2월 27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야신'의 냉철한 승부수가 팀을 연패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지난 25일 한화가 삼성을 잡으며 24일 패배를 설욕했다. 근래 보기드문 팽팽한 투수전을 펼친 양팀은 한화가 1회 말에 뽑은 2점을 끝까지 잘 지키며 2-1의 짜릿한 신승을 거뒀다.

김성근 한화 감독의 과감하면서도 비정한 승부사적인 면모가 다시 한번 돋보인 경기였다. '과감함'은 팀이 올시즌 두 번째 3연패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전까지 선발 등판 경험이 전무한 스무살 루키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세운 장면이었다. 한편 '비정함'은 그렇게 팀의 승리를 위해 호투하던 루키를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채 마운드에서 주저없이 끌어내린 장면에서 나왔다.

이날 한화의 선발투수로 지명된 김민우는 마산중-용마고를 졸업한 신인 우완투수로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지명돼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성적은 19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6.15에 불과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다섯 차례의 등판에서 롱릴리프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김성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고, 마침내 이날 프로 데뷔 이후 첫 선발 등판기회까지 잡았다.

한화의 절박한 팀 사정이 김민우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최근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의 방출과 안영명의 부상 등으로 선발진이 붕괴된 한화는 어쩔수 없이 이날 경기를 앞두고 1995년생 루키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려야할만큼 다급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자타공인 리그 1위 삼성. 웬만한 강심장이라도 부담스러울 법한 등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민우의 스무번 째 생일이기도 했다. 과연 얼마나 버틸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들 앞에서, 김민우는 강렬한 선발 데뷔전을 선보였다.

김성근의 투수교체 타이밍, 왜 그랬을까 따져보니

 <YONHAP PHOTO-3337> 경기 지켜보는 '야신'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5.4.24
    walden@yna.co.kr/2015-04-24 2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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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자료사진) ⓒ 연합뉴스


1, 2회를 깔끔하게 퍼펙트로 막아낸 김민우는 3회 들어 볼넷 2개를 내주며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후속타자를 연이어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리드와 볼배합도 좋았고, 김민우는 낮고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삼성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맞춰잡는 피칭에 주력했다.

4회 1사 후 다시 최형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채태인을 삼진, 이승엽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5회 선두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김민우는 이흥련과 김상수를 범타로 처리했으나 2-0으로 앞선 2사 2루 구자욱 타석에서 갑자기 박정진으로 교체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선발승 조건을 채울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김성근 감독은 왜 김민우를 믿지 못했을까. 이는 전날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감독은 전날 삼성에 3-8로 패했던 24일 경기에서 5회 초 투수교체 타이밍을 승부의 분수령으로 꼽았는데, 당시 2-2 동점 상황에서 배영수가 구자욱에게 결승타를 맞은 상황을 두고 그 이전에 박정진으로 교체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구자욱은 이날 경기전까지 3타수 무안타로 박정진에 약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투수교체 타이밍이 늦었던 탓에 승부의 흐름이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5회에 비슷한 상황이 되자 김감독은 이번엔 주저없이 구자욱 타석에서 김민우를 강판시키고 박정진을 올렸다.

여기에 선발 김민우가 불과 사흘 전 kt전에서 62구를 던진 뒤 불과 이틀을 쉬고 이날 자신의 프로 최다인 84구를 기록하며 힘이 빠질 타이밍이었다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 한화 타선이 추가점을 뽑지 못하고 아슬아슬한 1~2점 차 승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데이터에 민감한 김감독으로서는 확실하게 흐름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승리는 권혁에게, 김민우 가능성 확인은 '호재'

결과적으로 구자욱의 타석에 한하면 김 감독의 빠른 투수교체는 실패였다. 구자욱을 처리하라고 내보낸 박정진은 오히려 적시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고, 이는 김민우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흐름으로 보면 결국 김 감독의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이 성공을 거둔 셈이 됐다. 박정진에 이어 등판한 송창식, 권혁, 윤규진으로 필승조가 남은 4.1이닝을 무자책으로 틀어막으며 2-1로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의 승리투수는 권혁이 이름을 올렸다. 데뷔 첫 승을 아쉽게 놓친 막내에게 팀 승리로 위로한 셈이 됐다.

김민우는 팀 타율 선두를 달리는 삼성의 강타선을 맞아 무려 4.2이닝을 버티며 1실점만 내줬다. 비록 볼넷을 4개를 내줬지만 안타는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할만하다. 선발 자원 부족으로 후반기 최대의 고비를 맞이하고 있던 한화에게 김민우의 발굴은 가뭄의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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