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빈-오재원 두산 발야구의 핵심, 정수빈과 오재원.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두산 정수빈-오재원 두산 발야구의 핵심, 정수빈과 오재원.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 박중길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두산은 '발야구 군단'으로 불릴 만큼 빠른 야구의 선두 주자였다. 이종욱·고영민 등 주축 선수들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두산의 발야구는 자취를 감췄고 주축 선수들의 도루 개수도 줄어들었다.

올해 역시 크게 다른 점은 없다. 14일 kt전까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오재원은 19개, 그 다음이 정수빈인데 9개에 그친다. 다시 말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 '발야구 군단'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다. 물론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비교적 증가했다.

그런 면에서 두산에게 15일 kt전은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날 선발 유희관의 호투와 초반부터 kt 내야진을 흔드는 주루플레이로 손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1-0 대승, 근래 들어 투-타 밸런스의 조합이 가장 좋았던 경기다. 특히 도루만 네 차례를 기록하며 두산 특유의 장점이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팀 kt도 빠른 발을 갖춘 선수가 꽤 많았다. 이대형, 김사연 등 전날 경기를 돌이켜보더라도 kt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반대로 두산은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아쉬움을 남겼고, 무기력한 경기에 김태형 감독마저 할 말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튿날 경기에 나서는 두산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1회 말부터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를 성공하며 득점권 상황을 만들더니 양의지의 좌전 안타로 선취점까지 이어졌다. 상대 선발은 지난해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정대현이었고 타자들은 정대현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두산의 빠른 야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재원의 투런포가 터진 4회 말, 볼넷으로 걸어나간 허경민이 바뀐 투수 조무근이 초구를 던지자마자 도루에 성공했고 이어 2사 2루에선 폭투 때 한 베이스를 더 밟았다. 3루에서 홈으로 돌아오진 못했지만 상대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승부의 추가 기울었던 6회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선두타자 고영민의 안타와 후속타자 허경민의 번트로 만든 1사 2루의 상황에서 김재호에게 4구째가 들어왔을 때 2루 주자 고영민이 과감하게 도루를 감행, kt 내야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배터리도, 3루수 마르테도 어떠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도루를 지켜봐야만 했다.

김재호가 우전 안타로 1타점을 만든 뒤에도 민병헌의 타석에서 도루를 시도하며 완전히 혼을 빼놓았다. 결국 2사 1, 2루에서 김현수가 3점포를 때리며 승부에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로메로의 홈런포까지 나오며 백투백 홈런을 기록한 두산은 6회 말에만 6점을 뽑아내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두산다운 야구가 살아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죽어도 좋으니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시도했으면 좋겠다, 질책하지 않겠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경기로 자신감을 얻은 두산 타자들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까. 뛰는 야구로 해법을 찾은 곰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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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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