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지난 9일, MBC < PD 수첩 >은 가계 빚 1110조 시대의 현실을 다뤘다. 대학생에서부터 노년의 인생까지 빚 없는 사람들이 없는 빚쟁이 천국 대한민국. 빚이 더 이상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누구나 빚을 짊어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허덕이며 사는 현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궁극적 책임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를 살펴봤다.

빚 잔치하는 대한민국

왜 젊은이들은 결혼도, 연애도 포기했을까. < PD 수첩 >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생이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학업을 마치는 길은 빚쟁이가 되는 것이다. 말이 좋아 한국 장학 재단이지, 대학생들은 학업을 마치기 위해 그곳에서 돈을 빌려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다. 2014년 기준 학자금 대출은 10조 7천억 원. 간혹 학자금을 장학금으로 대체한다 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대학생으로 살아가기는 버겁다. 결국 다시 생활 자금으로 빚을 얻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면 상황이 나을까? 조사에 따르면 빚쟁이가 된 졸업생들은 실질 임금이 160만 원을 넘는 순간부터 빚을 갚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요즘처럼 취직이 힘든 때는 160만 원의 월급을 받는 것조차 힘들지만, 이미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은 취업의 길에서조차 꿈을 포기하거나,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취업을 선택한다.

취업해서 빚을 갚으면 그다음엔 또 다른 빚이 그들을 기다린다. 전셋값 고공 행진의 현실에서 빚 없이 결혼하는 커플은 드물다. 전셋집을 얻기 위해, 구하기 힘든 전셋집 대신 집을 사기 위해 젊은 세대들은 빚을 얻는다. 최근 젊은 세대의 빚 증가세가 현저히 두드러진 것은 이런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삶은 빚 없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자조적으로 말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면 빚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나이가 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은 직장에서 밀려나 자영업으로 생존 수단을 모색해야 하는 이들.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사회에서 뜻밖의 경제적 위기에 몰린 이들은 은행으로, 2차 금융권으로, 각종 사설 대부업체로 향한다.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결국 세 자매가 목숨을 스스로 끊은 사건에서 나타나듯 가족 중 한 사람의 빚이 가족 전체를 경제적 파산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만든 빚 권하는 사회 

ⓒ MBC


여기서 < PD 수첩 >이 주목하는 것은 빚에 짓눌린 사람이 아니라, 빚을 권하는 사회이다.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되자, 정부는 금리를 낮췄다. 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서민들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몇천만 원의 돈으로 몇억 원대의 집을 전세로 얻고, 빌리면서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케이블 TV에서는 온종일 대부업체의 대출 광고가 나온다. 무엇보다 대출이 너무 쉽다. 전화 한 통화로 돈이 뚝딱 들어온다. 은행 CD기에서 버튼 몇 번을 누르면 나오는 카드 대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춰 서민들이 돈을 빌려 집을 빌리고 사면서 주택 경기는 2015년 상반기 호황을 누렸다. 지난 2014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가계 부채는 44조 1천억 원이 증가했고,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인 1만 3811건이 이르렀다. 평균 전셋값 또한 역대 최고인 3억 5413만 원을 기록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LTV(주택 담보 대출 비율)와 DTI(총부채 상황 비율) 규제 완화는 대출을 급증하게 했다. 

빌릴 때는 쉬웠지만 결국 갚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전셋값이 비싸서 집을 산다지만, 평생 월세에 버금가는 이자를 내며 살아야 한다. 더구나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비정규직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언제나 위기에 몰릴 수 있고, 이는 곧 개인의 경제적 파산으로 이어진다. 설상가상 인위적으로 조장한 주택 경기가 이후 집값 하락으로라도 이어진다면?

1% 금리 시대.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한국을 세계 7대 가계 부채 위험 국가로 지정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위험률은 경제적으로 파산한 스페인보다도 높다. 미국을 경제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 바로 버블 경기 시절의 과도한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 부채였던 점을 떠올려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 

< PD 수첩 >은 무엇보다 경기 침체를 인위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서민들의 부담으로 넘긴 정부의 책임이 현재 불안한 가계 금리 증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밝힌다. 개인이 파산하고, 집을 날리고, 거리에 나앉게 되어도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은행 등은 책임지지 않는 경제 구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시스템으로 개인에게 빚을 권하면서도 정작 개인이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할 때,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 그 무책임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정부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모여 '가계 부채 대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뾰족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의 안일한 금리 대책과 여기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삶은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무능한 정부에 대한 기시감을 확인하게 한다. 무능력한 정부의 정책으로 온전한 부담을 떠안게 된 서민들. 그 결과, 개인은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빚에 허덕이며 산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비롯된 시스템의 오류가 온전히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사회, 가계 부채 1100조 시대의 대한민국이다.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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