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편,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찾아온다. KBS 2TV 금요 미니시리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 속에 뱀파이어가 함께 살고 있다는 설정 하에 뱀파이어라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백마리(설현 분)와 그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는 '엄친아' 정재민(여진구 분)의 사랑을 그린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김정환 책임 프로듀서(CP)와 주요 출연진인 여진구, 설현(AOA), 이종현(씨엔블루), 길은혜, 송종호, 그리고 원작자인 웹툰 작가 석우가 참석했다. 김정환 CP는 "기존의 뱀파이어물에도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풋풋한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라며 "감성적인 로맨스에 더해 뱀파이어로 은유되는 소수자가 사회에서 어떻게 차별받고, 이를 사랑으로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총 12부작인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이들의 현재를 다룬 초반 4회, 그리고 400년 전의 조선으로 돌아가 이들의 과거를 그리는 중반 5회,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초반 4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후반 3회로 구성될 예정이다. "구성으로 보면 영화 <트와일라잇>에 <은행나무 침대>가 함께 녹아 있는 느낌"이라고 전한 김 CP는 "성과가 좋다면 이후 또 다른 시즌을 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여진구, '여진국'으로 이름 바꿔야...그냥 상남자다"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대놓고 '오글거리는' 드라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주인공이 입을 맞추며 하는 대사도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 그런데 널 좋아해서 미안해"(백마리), "그런 거라면, 미안해라. 얼마든지"(정재민)와 같을 정도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가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이 드라마에 채널을 맞추리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출세작 MBC <해를 품은 달>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매력을 드러냈던 배우 여진구의 존재감 때문이다. 어느덧 그는 극 중 샤워신을 선보이고, 동료 배우로부터 "나이는 어린데 오빠 같은 매력이 있다"(설현), "실제 여진구는 그냥 상남자다. '여진국'으로 이름을 바꿔야 할 정도로 '진국'이다"(이종현)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오죽하면 그에게는 다소 어린 나이에도 '오빠'라는 호칭이 붙는다. 여진구 또한 "개인적으로 '진구 오빠'라는 호칭을 아끼고 좋아한다"고 환히 웃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라고 해도 내가 오빠로 느껴진다면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다"는 그는 "'오빠'로 불린다는 건 내가 그분에게 마냥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숙한 느낌을 줬다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호칭도 좋지만 그냥 나는 '오빠'이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여진구는 "아직 첫사랑이라는 거대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대학 입시가 점점 높은 벽으로 느껴지면서 '대학생 형 누나들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구나' 생각하는" 19세 소년이다. 더군다나 "평소 감정을 표현하는 걸 잘 못 하는" 성격 탓에 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소화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단어가 많은 데다 원래 성격 탓에 (대사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입에 안 붙기도 해요. 사실 많이 힘들죠.(웃음) 하지만 '아, 이걸 어떻게 연기해!!' 할 정도는 아니에요. 대사를 말할 때 조금 민망하고 부끄러운 정도죠.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또 (실제 사랑한) 경험이 부족하니 좀 더 진지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현장과 대본을 통해 느끼는 두근거림이나 설렘을 그대로 표현하면 될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다시 일깨워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최선을 다해 보는 분들을 설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웃음)"(여진구)

송종호 "'응답하라 1997' 이일화와 부부 연기? 큰 부담 없어"



여진구가 '오글거림'을 이겨내는 숙제를 받았다면, 설현을 비롯해 뱀파이어를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지닌 뱀파이어 한시후 역의 이종현과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뱀파이어 한윤재 역의 송종호는 '뱀파이어'라는 미지의 생물체를 그려내는 부담감을 껴안았다.

먼저 "첫 주연작이라 부담감이 컸는데, 드라마 시작 전부터 악플이 많아 더 부감감이 들었다"는 설현은 그래서 더욱 캐릭터 준비에 공을 들였다고. 걸그룹 AOA로 활동할 때보다 청순하고 여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뱀파이어가 피를 마시듯 씹는 음식을 피해 마시는 음식만" 먹어 가며 체중을 줄였고, 피아노 및 기타에 연기 연습은 기본이었다. "지금까지는 보여드리지 못했던 풋풋한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는 "(세간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고 담대하게, 열심히 연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은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지만 저도 소심한 때가 있었어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아이돌) 연습생이었고, 고등학교 때 데뷔했거든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탓에 친구들이 저를 뭔가 특별한 대상이라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마리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해요."(설현)

"한시후는 당장에라도 (사람을) 깨물어버릴 것 같은 공격적인 캐릭터"라며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고통받고 힘들었을까 싶다"고 풀이한 이종현 또한 "어디에나 소수자와 약자가 있다. 하지만 이를 어렵게 얘기하기보다 드라마를 통해 힘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라 말했다. 또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누구보다 흥이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속으로는 아팠던 경험도 많아 시후라는 역할을 잘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털어놓기도 한 그는 "'점점 발전하고 있구나, 기대된다'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송종호는 tvN <응답하라 1997>에서 어머니처럼 따랐던 이일화와 부부로 출연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응답하라 1997>에서 '어무이'라고 부르다가 '여보'라고 부르려니 처음엔 낯설더라"는 답으로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응답하라 1997>에서의 (이일화의) 모습과 여기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또 설정 자체가 연상의 여인이라 큰 부담은 없다"고 이일화와의 부부 연기에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여진구, 설현, 이종현, 길은혜, 송종호, 이일화 등이 출연하는 KBS 2TV 금요 미니시리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오는 15일 오후 10시 35분에 첫 방송된다. 연출은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PD가 맡았으며, 1화와 2부는 같은 날 연속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