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장수> 영화 포스터

▲ <약장수> 영화 포스터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 (주)대명문화공장


과거 <죽어도 좋아> <육혈포 강도단>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소재로 실버 세대를 포착하는 선에 머물렀다. 반면에 TV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와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은 문화 산업에서 실버 세대가 일정한 소비 계층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발전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작사인 대명문화공장이 두 번째로 내놓은 <약장수>도 실버 세대를 주목한다. 소재는 노인을 상대로 각종 상품을 허위, 과대 광고하여 판매하는 일명 '떴다방'으로 불리는 신종 사기 행각이다. 영화는 철중(박철민 분)이 운영하는 떴다방을 무대로 아픈 딸의 병원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일에 뛰어든 일범(김인권 분)과 아는 동생의 권유로 우연히 이곳에 들르게 된 할머니 옥님(이주실 분)을 담았다.

옥님을 위해 일범이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가슴에 무척 와닿는다. 검사가 된 아들을 두었기에 주변 사람은 부러움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정작 옥님은 자신과 함께하는 시간을 내주기 힘든 아들에게 서운함을 가지나, 혹여 자식에게 부담될까 하는 생각에 속마음을 애써 감춘다.

그녀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다. 아들의 노랫소리를 들은 지 오래되었다는 옥님의 넋두리를 듣고 노래를 들려주고, 춤도 추는 일범의 모습은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식사 시간도 내지 않는 아들과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떤 얼굴을 지녔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약장수> 영화의 한 장면

▲ <약장수> 영화의 한 장면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 (주)대명문화공장


<약장수>에서 박철민은 우스꽝스러운 연기부터 냉혈한까지 다채로운 연기폭을 보여준다. 철중이 사탕을 우물거리면서 일범과 돈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박철민이 전에 연기했던 배역에선 볼 수 없는 서늘함이 서려있다.

이주실은 1964년에 연극 무대를 처음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후 TV, 연극, 영화 등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옥님의 심리를 관객에게 차분하게 전달한다. 더 많은 영화에서 그녀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범 역을 맡은 김인권은 <쎄시봉> <타짜-신의 손> <신의 한 수> <타워>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서 짧은 분량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방가? 방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전국노래자랑> <신이 보낸 사람>에선 주연 배우로 영화를 이끌었던 경력의 소유자다. 소시민의 애환을 묘사하기에 좋은 배우인 김인권을 보노라면 다음에는 어떤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소시민을 형상화할 것인가 기대된다.

떴다방이란 독특한 소재를 독거 노인과 연결한 시도는 <약장수>의 좋은 점이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산만해지는 점은 흠으로 남는다. 영화 속에서 떴다방은 노인들을 위해 시간을 보내주는 긍정의 측면과 사기로 노인들의 돈을 착취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다. 이곳에서 일범은 가족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외롭다"는 옥님과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일범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속에서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치 만병통치약을 팔던 약장수를 본 느낌이다. 어느 병에라도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나, 정작 어디에도 듣지 않는 만병통치약.

덧붙이는 글 가볍게 읽을 만한 짧은 분량의 리뷰지만, 한 영화의 여러 재미를 짚어 보려 합니다. 눈길 닿는 곳을 먼저 읽어도 됩니다. 아니면 일부분만 읽어도 상관 없습니다. 부담 없이, 자유롭게!
약장수 조치언 김인권 이주실 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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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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