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신보 `TOTO XIV`

토토의 신보 `TOTO XIV` ⓒ 로엔엔터테인먼트


관록의 록밴드 토토가 9년만에 새 음반을 발표했다. < TOTO XIV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로마자 표기대로 이들의 통산 정규 14집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최근 토토는 힘든 시기를 맞이한 상황이다.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동료이자 가족인 마이크 포카로(베이스)가 루게릭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8년여의 투병생활 이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년 동료 사이먼 필립스(드럼)는 솔로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해 발매된 라이브 앨범 <라이브 인 폴란드>(Live In Poland)를 끝으로 공식 탈퇴를 선언했다.

게다가 지난해엔 5집 <아이솔레이션>(Isolation)에 3대 보컬리스트로 참여했던 전 멤버 퍼지 프레데릭슨이 오랜 암과의 투쟁 끝에 세상을 떠났다. (1992년 사망한 원년 드러머 제프 포카로를 포함하면 벌써 3명의 멤버가 눈을 감고 말았다)

비록 1년 사이 전/현직 동료들과의 이별을 고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새 음반에선 이러한 흔적을 찾아보긴 어렵다.

이번 작품에서 토토는 터줏대감인 데이빗 페이치(키보드/보컬), 스티브 루카서(기타/보컬)을 중심으로 2대 보컬리스트 조셉 윌리엄스, 포카로 3형제 중 유일하게 남은 스티브 포카로(키보드), 그리고 걸작 < TOTO IV >(1982년) 이후 무려 30여년만에 팀에 합류한 데이빗 헝게이트(베이스), 그리고 지난 1월 스티브 루카서의 내한 공연에도 참여한 바 있는 스티브 칼록(드럼) 등의 구성으로 재편되었다.

이밖에 제프 벡과의 협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미모의 여성 뮤지션 탈 윌켄펠드, 2000년대 후반 마이크 포카로를 대신해 투어에 참여한 노장 세션맨 를랜드 스클라 등이 베이스 연주로 참여, 풍성한 사운드를 담는데 일조했다.

◆ 1980년대 전성기 사운드로의 귀환

전반적인 사운드는 그동안 토토가 보여준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1970-80년대 트렌디한 팝/록 음악을 거쳐 1990년대 묵직한 하드 록으로의 변화, 2000년대 팀 해산-재결성이라는 혼란의 시기를 거친 상황을 감안하면 < TOTO XIV >에선 자신들만의 고집도 느껴질 정도다. 30여년전 음악으로의 '시간 여행'이 살짝 감지된다.

두터운 보컬 하모니를 바탕으로 힘있는 기타 배킹이 곡을 지배하는 '러닝 아웃 오브 타임'(Running Out Of Time)을 시작으로 신명나는 록큰롤 '홀리 워'(Holy War), 첫 싱글로 선공개되었던 '오펀'(Orphan)은 들으면 들을수록 절로 박자를 두드리게 만드는 마법 같은 트랙들이다.

비장감이 넘치는 '언노운 솔저'(Unknown Soldier)에선 이제 만날 수 없는 동료 제프 포카로를 추모하는 나름의 큰 뜻을 담아냈고, 1980년대식 사운드로의 귀환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올 더 티어스'(All The Tears), '차이나타운'(Chinatown)에선 특유의 테크닉은 최대한 절제한 채 감성적인 발라드를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그레이트 익스펙테이션스'(Great Expactation)은 과거 '하이드라'(Hydra), '홈 오브 더 브레이브'(Home Of The Brave) 등의 흐름을 함께 하는 극적 구성의 대작으로 꾸미며 여전히 녹슬지 않는 기량으로 건재함마저 과시한다.

전성기 토토 시절 특유의 투 키보드와 원 기타 시스템이 이번 음반을 통해 재건되면서 < TOTO XIV >는 단순히 한물간 노장 뮤지션의 작품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11곡의 작업물로 채워졌다. 

비록 '로잰나'(Rasanna), '아프리카'(Africa)로 대표되던 영광의 시절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지만 "나 아직 죽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그들의 음악 만큼은 여전히 30여년전 20대 청년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About TOTO

 토토의 멤버들 (왼쪽부터 조셉 윌리엄스, 스티브루카서, 스티브 포카로, 데이빗 페이치)

토토의 멤버들 (왼쪽부터 조셉 윌리엄스, 스티브루카서, 스티브 포카로, 데이빗 페이치) ⓒ www.facebook.com/paich99


토토는 1977년 LA 지역에서 활동하던 실력파 스튜디오 세션맨들이 힘을 모아 결성된 밴드다.  데이빗 페이치, 스티브 루카서, 제프 & 마이크 포카로 형제, 데이빗 헝게이트, 바비 킴블(보컬) 등 6인의 음악인들은 어렸을때 부터 동네 친구, 가족, 고교 동문 등 다양한 인연으로 이어진 사이들로 1978년 발표한 데뷔 앨범 <토토>(Toto)와 싱글 '홀드 더 라인'(Hold The Line)의 히트로 스타덤에 오른다.

1982년 발매한 정규 4집 < Toto IV >엔 명곡 '로잰나', '아프리카' 등이 담겼다. 이듬해 이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 6관왕에 오르며 밴드는 물론 1980년대 팝음악을 대표하는 걸작 음반으로 자리매김 한다.  이후로도 '아일 비 오버 유'(I'll Be Over You), '리아'(Lea) 등을 히트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하나 빈번한 보컬리스트 교체, 4인 체제로 축소된 상황에서 명 드러머 제프 포카로의 사망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1990년대 이후엔 또다른 슈퍼 드러머 사이먼 필립스를 영입함과 동시에 원년 보컬리스트 바비 킴블이 컴백하면서 팀을 재건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팀의 실질적인 리더 데이빗 페이치가 투어 은퇴를 선언한데다 후일 루게릭병으로 판명되는 마이크 포카로의 팔 부상 등으로 인해 세션 멤버가 기용되는 혼란기가 이어지면서 결국 토토는 2008년 스티브 루카서에 의해 공식 해산을 맞이한다.

그런데 2년 후인 2010년, 데이빗 페이치-스티브 루카서 주도로 밴드는 재결합을 선언하고 순회공연에 돌입한다. 마이크 포카로의 루게릭병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돕기 위한 자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료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3대 보컬리스트 조셉 윌리엄스(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의 아들)의 컴백과 명 세션 베이시스트 네이산 이스트(포플레이, 에릭 클랩턴 밴드) 외에도 포카로 3형제 중 한명이자 역시 원년 멤버인 스티브 포카로까지 참여하면서 토토는 오랜만에 6인 체제로 팬들과의 재회에 나섰다.

이런 이유로 인해 지난 여름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열풍을 몰고 왔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 행사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뮤지션 역시 토토 였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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