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열애 관심은 이젠 그만" 축구 선수 박지성이 2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컨벤션웨딩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지 SBS 아나운서와의 열애설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축구 선수 박지성이 지난 2013년 6월 2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컨벤션웨딩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한국축구의 '레전드'로 꼽히는 박지성은 2013~2014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대표팀 공식 은퇴는 그보다 3년 먼저인 2011년 2월이었다. 당시 박지성의 나이는 만 30세에 불과했다. 축구선수로서는 한창 원숙기에 접어들 시기였기에, 박지성의 이른 은퇴를 두고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갈렸다.

은퇴의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었다. 선수생활 내내 박지성을 괴롭힌 무릎 부상은 유럽 진출 이후 악화됐다. PSV에서 뛰던 2003년 3월 무릎 연골판 제거 수술을 처음 받았고, 이후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몇 번이나 수술을 받아야했다. 맨유 시절에도 부상은 박지성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하지만 박지성의 선수생명이 단축된 데는 대표팀에서의 혹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장시간 비행기 이동시 무릎에 물이 차는 속도가 빨라졌다. 축구협회는 2014년에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물밑으로 박지성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부상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박지성은 약 12년의 대표팀 생활동안 A매치 100경기에 출전하여 13골을 넣었고 3번의 월드컵 본선을 경험하며 한국축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박지성의 조기 은퇴는 한국축구의 지나친 선수 혹사가 초래한 부작용이기도 했다. 박지성이 한창 잘나갈 때 한국 축구계에서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줬다면, 박지성의 선수생명도 연장하고 대표팀에서도 더 오래볼 수 있지 않았을까. 팬들은 지금도 아쉬워한다.

박지성, 대표팀에 자주 호출하지 않았더라면...?

박지성의 조기은퇴는 한국축구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바로 유럽파 대표선수들의 활용도와 관리에 대한 딜레마다. 박지성 이전까지만 해도, 은퇴가 가까운 노장이나 자연스럽게 대표팀에서 밀려난 게 아닌 이상, 아직 한창 활약할 수 있는 나이의 선수가 먼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한국축구에는 '해외파'로 분류되는 선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차범근이나 허정무, 노정윤 같은 몇몇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유럽무대에서 뛰는 선수는 아예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이후 상황은 변했다. 이제는 해외파도 지역에 따라 유럽파-중동파-중국파 등으로 따로 분류해야 할만큼 해외진출 선수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들 해외파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러나 해외파가 한국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커지는 것에 비하여, 이들에 대한 관리방식은 아직 과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천하의 박지성도 A매치 차출 1~2경기를 위하여 대표팀에 다녀오면, 시차적응과 부상 위험 등으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국내에서의 평가전을 위해 국내파보다 훨씬 더 긴 이동거리를 감수해야하고, 소속팀에서는 외국인 선수로서 경쟁해야한다. 대표팀에 승선한 유럽파 선수의 고충은 그만큼 더 크다. 과거의 박지성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현재 대표팀의 주력 해외파 선수들도 A매치마다 체험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주장, 잘부탁해!'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 슈틸리케 감독 '주장, 잘부탁해!' 지난 1월 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한국 대 오만 경기.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시작전 입장하는 주장 기성용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월 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유럽파를 포함한 최정예 선수들이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성용·손흥민·김진수 등 다수의 유럽파는 아시안컵을 치른 지 불과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유럽 리그의 시즌이 막바지라 가뜩이나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극심한데다, 각 팀마다 순위 경쟁이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가 잇달아 열린다. 당연히 소속 구단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호펜하임에서 활약 중인 김진수가 대표적이다. 마르쿠스 기스돌 호펜하임 감독은 김진수의 차출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여 슈틸리케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김진수는 지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아시안컵까지 시즌 중에 이미 두 번의 대표팀 차출로 장기간 소속팀을 비워야했다.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이 걸려있었고, 아시안컵은 A매치 차출이 의무화된 대회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평가전 정도는 소속팀에서 배려해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원칙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최선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슈틸리케 감독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입장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을 직접 선수들을 소집하고 점검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다. 한 경기마다 평가가 오락가락 달라지는 대표팀 감독의 고충을 감안할 때, 평가전이라고 주력 선수들을 제외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명분처럼, 특정 선수만 배려하면 다른 팀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면 결국 그 피해는 선수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현재 슈틸리케호의 선수소집을 둘러싼 논란은 4년 전 조광래호와 흡사하다. 당시 조광래 감독도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치고 얼마되지 않아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이청용·기성용 등 주력 선수들을 모두 차출했다.

하지만 당시 유럽 원정으로 치러진 평가전이었음에도 소속 구단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당시 박지성의 은퇴 시점과 배경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던 시점이라 여론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최근 대표팀 발탁 시기와 전후하여 유럽파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기성용이나 손흥민, 김진수 등은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팀 감독이 자신이 필요한 선수들을 뽑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아직 월드컵 예선과도 거리가 먼 이 시점에 우즈베키스탄-뉴질랜드를 상대로 이미 지쳐있는 유럽파 선수들까지 총동원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기성용·손흥민·김진수 등은 물론 아직 젊다. 이들은 앞으로 최소한 7~8년 이상 한국축구의 중심에서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선수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소속팀과 대표팀을 병행하는 과도한 일정과 혹사에 대한 부담으로 고민하게 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부상이라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되면 고민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어쩌면 박지성처럼 건강을 이유로 30세 전후에 대표팀을 일찍 은퇴하는 선수들이 나오게 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과연 이런 선수들의 선택을 개인의 이기심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는 일부 유럽파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특혜를 주자는 차원이 아니라, 선수들 개개인의 상황과 특성을 배려한 유연성의 관점에서 접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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