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류중일 감독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약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조카가 나에게 "삼촌, 프로야구가 뭐야?"라고 묻는다면 아주 정확한 대답을 해줄 수 있다. "다 큰 어른들이 공이랑 방망이 가지고 3시간 넘게 던지고 치고 달리다가 마지막엔 파란 팀이 이기는 경기란다"라고.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파란 유니폼의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4년 동안 KBO리그의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조리 제패했다. 적어도 야구라는 종목에 한정한다면 2010년대 대한민국은 삼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제국을 이끄는 지도자 '야통' 류중일 감독은 통합 4연패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삼성은 2015년, 1980년대의 해태 타이거즈조차 넘보지 못했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에 도전장을 던졌다.

[투수력] 두 외국인 투수에게 걸린 삼성 마운드의 운명

작년 삼성의 통합 4연패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 사람들이 제시한 근거는 바로 '끝판왕'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의 부재였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5번이나 함께 했던 오승환의 이탈은 삼성의 가장 큰 강점이던 '불펜 야구'를 기둥째로 흔드는 악재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역사적인 기록들이 쏟아져 나온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작년에도 4.52의 팀 평균자책점(2위)을 기록하며 강한 마운드 높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 삼성은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바로 에이스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한화 이글스)의 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선발진은 여전히 강하다. 외국인 선수 알프레도 피가로와 타일러 클로이드를 영입해 밴덴헐크와 J.D. 마틴의 자리를 대신하게 했고 큰 경기에 강한 장원삼과 윤성환도 건재하다. 시범경기를 통해 5선발로 확정된 차우찬도 최근 5년 동안 세 번이나 10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검증된 투수다.

불펜에서도 국가대표 셋업맨 안지만이 건재하고 사이드암 트리오 권오준과 심창민, 임창용이 각각 허리와 뒷문을 든든하게 지킬 예정이다. 권혁(삼성)의 이적과 차우찬의 선발전환으로 헐거워진 좌완 불펜은 박근홍과 백정현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뚜렷한 약점이 없어 보이는 삼성 마운드의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투수 피가로와 클로이드의 활약 여부다. 특히 클로이드는 지난 12일 LG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이닝 8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바 있다. 합작 20승을 최소 기대치로 잡고 있는 두 외국인 투수가 부진하다면 장원삼과 윤성환, 차우찬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타선] 삼성의 진짜 강점, 작년과 변함없는 불방망이

삼성이 배영수와 권혁, 밴덴헐크의 이적으로 마운드의 높이가 다소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비결은 역시 강력한 타선이다. 삼성은 작년 시즌 무려 6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하며 팀 타율 .301(1위)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MVP 야마히코 나바로와의 재계약에 성공했고 11년 만에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밟은 '국민타자' 이승엽도 시범경기부터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FA대박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 4번타자 최형우도 최고의 시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36세 시즌에 생애 최고 타율(.331)을 기록한 박한이의 꾸준한 활약도 기대된다. 박한이는 올 시즌 프로 데뷔 후 15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과 세 자릿수 안타에 도전하고 있다. 올 시즌 박한이에게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스피드업 규정'으로 인해 너무 많은 벌금을 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삼성은 높아져 가는 주전 선수들의 평균나이와 언제 발생할지 모를 부상 변수를 대비해 견제 세력의 발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멀티 플레이어 구자욱과 외야수 박찬도는 언제든지 주전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급성장했다.

최근 5년 동안 4번의 3할대 타율과 4할대 출루율, 그리고 7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중인 '진지한 남자' 박석민은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타자 중 한 명이다. FA를 앞둔 올 시즌이야 말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다만 전천후 내야수 조동찬의 부상은 삼성에겐 큰 악재다. FA계약 후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던 조동찬은 왼무릎 연골손상으로 지난 2월 수술대에 올랐다. 삼성으로서는 유망주 백상원과 뛰어난 방망이 솜씨를 가진 김태완의 분발이 절실하다.

[주목할 선수] 주춤했던 뱀직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작년 시즌 임창용은 31개의 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작년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에도 임창용은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임창용은 자신의 2014 시즌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블론 세이브와 5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은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전성기 시절의 임창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마무리를 안지만 등 다른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임창용에 대한 변함없는 기대와 신뢰를 드러냈다. 심지어 임창용의 활약 여부를 삼성 5연패 달성의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삼성의 우승을 위해서라도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임창용의 부활은 절실하다.

스프링캠프 일정을 모두 소화한 임창용은 동료들이 귀국한 후에도 오키나와에 남아 추가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시속 149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류중일 감독을 만족 시켰다.

임창용은 역대 2번째 100승 200세이브 기록에 세이브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불혹의 임창용은 현역 최고령 마무리라는 이름뿐인 타이틀보다는 여전히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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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임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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