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드디어 터졌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찰떡 개그!!

▲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드디어 터졌다! 김명민과 오달수의 찰떡 개그!!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영화판에서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 그러나 이 불문율은 간혹 전작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한 후속작에 의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인디아나 존스>나 <매트릭스>,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등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해외 영화에 한정되어 있을 뿐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다. 1편의 창의성과 강렬함을 2편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감독도 제작자도 상당한 고심의 흔적이 보이긴 한다. 그렇지만 결국엔 1편의 명성에 기대어 간신히 기본 관객몰이에 그친다든지 손익분기점도 못 넘기는 일이 많다.

깨알 같은 웃음코드, 이번엔 제대로 한방 먹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전작을 뛰어넘는 시나리오의 촘촘함과 깨알 같은 웃음거리가 비로소 관객의 웃음 코드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사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탐정 수사극을 표방하여 신선하긴 했지만 어색한 부분도 많았다. 곳곳에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장치는 가득했지만 지나치게 남발된 코믹 세트는 오히려 그 효과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깨알같은 김명민과 오달수의 웃음코드는 전작의 교육효과 때문인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번엔 어떤장면에서 어떻게 웃겨줄까하는 기대감마저 던져준다.

▲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깨알같은 김명민과 오달수의 웃음코드는 전작의 교육효과 때문인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관객으로 하여금 이번엔 어떤장면에서 어떻게 웃겨줄까하는 기대감마저 던져준다.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그러나 2편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전작에서 재미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했던 그 코드가 오히려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1편에서 코믹 연기로 궁합을 맞춘 김명민과 오달수의 조합을 낯설고 어색하게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과거의 교육효과 때문인지 곳곳에 포진한 다양한 코드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지해질만 하면 나타나는 개구지고 능글맞은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번에는 어떤 것을 가지고 웃겨줄까 하는 기대감까지 모아졌다.

실제로 감독은 극이 너무 무겁고 선이 굵은 사극으로 흐르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한 것 같다. 화끈히 터지는 웃음은 없지만 영화 흐름 안에서 짧게 나열된 개그는 무거운 주제에도 시종일관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끌어갔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으나 감독의 역량과 그에 맞게 반응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조관우에게 빵 터지고 최무성과 이연희에게 눈물짓고


전작에서 의문의 상단 객주 역할을 맡은 한지민에 이어 왜 나라에서 건너온 기녀 '히사코(이연희)'의 역할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1편에서 보여준 팜므파탈 캐릭터와 함께 영화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을 거란 것을 말이다.

놀라웠던 것은 가야금 튕기는 조악사를 연기한 가수 조관우의 변신이었다. 스크린에서 처음 보는 그의 연기는 능청맞고 어수룩한 캐릭터 그대로 재현했다. 아직 연기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토리 진행상 전혀 튀지 않았고, 오달수와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정말 잘 녹아든 웰메이드 팥빙수 같다.

히사코 역의 이연희! 정말 예쁘다. 그러나 그의 미모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조선명탐정 - 2편>의 전체 주제를 끌고가는 주요 시나리오가 된다. 히사코는 불량은괴의 출처를 수사하던 탐정 김민(김명민 역)과 이러저러한 사건으로 부대끼게 되는데, 조선 노비의 딸로 태어나 왜로 끌려가 다시 조선으로 오기까지의 한 많은 사연을 김민에게 잔잔한 톤으로 풀어놓는다.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조선의 딸로 태어나 왜에게 끌려가 기녀가 된 후 다시 조선을 찾은 기녀 - 히사코

▲ 영화 <조선 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조선의 딸로 태어나 왜에게 끌려가 기녀가 된 후 다시 조선을 찾은 기녀 - 히사코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노비라는 신분이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사회! 여기에 '절망'이란 무엇인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는 것조차 과분한 인생이라던 '다해'와 '도해' 그리고 '히사코'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살아도 죽은 것 같고, 죽어서도 살아있을 때처럼 내 한 몸 묻힐 땅 한 뼘 갖지 못하는 천민들의 운명은 김민과 서필(오달수) 수사과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이 내러티브는 영화 초반 불량 은괴를 제조하는 관리와 결탁하여 그의 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왈패들의 삶과도 결부된다.

내게 이름이 불려진다는 것은...

돈 앞에서는 적군도 아군도 없는 청부폭력집단 두목 역의 최무성. 그의 이름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두목으로 불릴 뿐이다. 당시 노비의 아이들 이름이 '일을 가리지 말고 다 하라'는 뜻에서 '다해'라고 짓는다거나, '너도 일 해'라는 의미로 '도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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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위의 구절은 유명한 김춘수님의 꽃이란 시 중에서 뽑은 것이다. <조선 명탐정>에서 주의하여 볼 것은 이름이 없는 사람들과 꿈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조명이다.

사람에게 이름이란 것은 공동체를 일구어 사는 다수 중에 한 존재를 특징져줄 수 있는 가장 최초의 단어이며, 죽어서도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될 실존성을 가진 언어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권과 존재감조차 갖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영화 속 어린 여자아이들이나, 돈 하나 바라보고 폭력에 찌들어가는 최무성과 휘하의 부하들도 결국엔 같은 처지이다. 개개인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음을 증명해 줄 이름이 없는 것 말이다.

이들은 이름없는 민초들이 생을 떠나 땅에 묻혔을 때 꽃 한송이 피어나 그 자리를 지켜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기뻐할 우리네 피붙이들이다. 사람은 이름대로 살다가 이름을 남기고 죽는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리워진다는 것은 내 소중한 자존감을 인정받는 것이며 타인으로부터 최소한의 존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나는 이름없이 사라져간 그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싶다. 비로소 꽃이 되어 내게로 올 수 있기를 바라며.

덧붙이는 글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적극 추천하는 영화! 그러나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최소한의 방패막이 없이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좀 더 전반에 걸쳐 조명했으면 하는 바람은나의 욕심인가? 코믹과 드라마를 함께 다루긴 쉽지 않은 과정이니 말이다.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김명민 오달수 조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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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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