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이 초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미생>의 설정을 사용하되, 그 안에서 코믹 요소를 버무리는 시도를 통해 평균 3.9%, 최고 5.3%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생>의 신드롬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패러디물이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기에 더욱 고무적인 성과다.

첫 회에서는 장그래를 연기한 장수원과 안영이 역을 맡은 장도연의 코믹한 연기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조연들도 빛이 났다. 오 차장을 연기한 황현희는 극 중 이성민의 특징을 잘 잡아냈고, 악역인 박 과장 역의 유상무는 정극에도 어울릴만한 연기를 선보였다.

 <미생물>에서 장그래 역할을 맡은 장수원

<미생물>에서 장그래 역할을 맡은 장수원 ⓒ CJ E&M


장수원이 장그래 역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랑과 전쟁>에서 보여준 연기가 온라인상에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국어책을 읽는 듯한 연기는 '로봇연기'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관심의 중심에 섰다. <미생물>의 연출을 담당한 백승룡 PD 역시 "장수원의 연기가 늘까 봐 걱정"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질 정도였으니 장수원의 로봇 연기에 쏟아지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장수원의 연기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그만큼 장수원의 연기가 특이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력 자체는 이른바 발연기에 가깝지만 그 억양과 톤, 뻣뻣한 몸짓이 어우러져 묘한 웃음을 창출해냈다.

<미생물>에 관한 반응 역시 '장수원의 연기가 늘었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주가 되는 것은 그런 그의 연기를 기대한 시청자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과 전쟁>과 <미생물>은 다르다. <사랑과 전쟁>에서 장수원의 연기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랑과 전쟁>의 장르 자체가 코미디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진지한 상황에서 코미디를 방불케 하는 장수원의 연기가 시청자에게 어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생물>은 기본 세팅이 코미디다.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세팅에서는 처음부터 그가 웃길 것이라는 기본적인 의식이 깔려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장수원의 어색한 연기에 의외성이 없다. 오히려 그의 연기가 어색할수록 일부러 로봇 연기를 펼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힘들게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 포스터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 포스터 ⓒ CJ E&M


또한 연기력이란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수원도 언제까지 로봇 연기로 주목받을 수는 없다. 처음에야 의외성이 있는 로봇 연기가 주목받았고 지금까지 그를 끌고 온 것은 맞지만 꾸준히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연기가 점점 느는 편이 앞으로 커리어를 쌓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수원의 연기력이 정극 연기자 수준으로 성장했을 때, 과연 장수원만의 매력을 갖게 될 것이냐는 문제는 남아 있다. 발연기의 독보적인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주목도가 연기력이 향상된 후에도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일부러 발연기를 하는 것 또한 결코 긍정적일 수는 없다.

장수원이 꾸준히 주목받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힘이 수반되어야 한다. <미생물>이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장수원의 로봇 연기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미생>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점차 <미생물>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붙지 못하면 <미생물>이 좋은 콘텐츠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장수원 역시 좋은 콘텐츠에서 자신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단순한 로봇 연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생물> 자체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츠가 살아있지 않을 때 시청자들은 쉽게 마음을 돌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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