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내야진은 빈틈이 없다. 누군가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공백이 느껴진 적이 드물다. 2000년대 후반 김경문 전 감독이 표방했던 화수분 야구가 그 시발점이었다. 손시헌·고영민 등 준수한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이후에도 오재원·김재호와 같이 그늘에 가려졌던 선수들도 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령탑이 바뀐 올해도 여전하다. 핫코너 자리를 맡던 이원석이 군 입대를 했지만 최주환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기존의 허경민·김재호·오재원 등은 별 탈 없이 스프링캠프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김재환이 가세하고 1루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외국인 타자가 합류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보다 더 뜨거운 경쟁이 예상된다.

오재원, 야구 대표팀 두번째 홈런 주인공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오재원이 2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1루 타석때 우익수 뒤 2점 홈런을 친 뒤 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오재원, 야구 대표팀 두번째 홈런 주인공 한국 야구 대표팀의 오재원이 지난 9월 2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B조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말 2사 1루 타석때 우익수 뒤 2점 홈런을 친 뒤 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오재원-김재호 든든한 키스톤 콤비는 여전

경쟁 구도 속에서도 키스톤 콤비는 지난해와 변함이 없다. 유격수는 김재호, 2루수는 오재원이 맡는다. 1루를 제외한 전 내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허경민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그는 3루 자리를 노리고 있다. 김재호와 오재원, 두 선수의 주전 자리는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오재원은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그토록 원했던 태극마크를 달았고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마음고생이 누구보다 심했던 그이기에 선수 생활에 있어서 가장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아직 연봉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취득한다. 그래서 지난해 성적에 만족할 수 없다.

​올해는 주장 완장까지 차게 되었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을 자처했던 홍성흔이 김태형 감독에게 오재원을 추천하며 성사됐다. 워낙 팀 내에서 분위기 메이커의 역할을 맡고 있고 팬들에게도 그런 이미지로 잘 알려져 주장 완장이 제격이라는 게 홍성흔의 이야기이다. 오재원 개인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는 후문이다.

오재원의 장점은 2루 외에서 수비를 하더라도 안정감이 있다는 점이다. 수비성공률이 90%가 넘고 타 포지션에서의 실책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김경문 전 감독의 애제자였던 그는 작전수행능력에 공을 맞추는 능력까지 더하면서 한 단계 성장했고,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거듭났다. 김태형 감독은 많은 선수들 중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한 이로 오재원을 뽑기도 했다.

​오재원과 호흡을 맞춘 김재호는 어땠을까. 그에게 지난 시즌은 풀타임으로 보낸 첫 시즌이었다. 10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2008년)은 있었지만 2014년처럼 공격과 수비를 다 책임져야 하는 건 처음이었다. 5월까지는 평소보다 좋은 페이스로 타격감을 유지했지만 6월부터 기온 상승과 함께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내며 타율도 떨어졌다. 그답지 않은 수비 실수도 심심치 않게 연출되었다.

송일수 전 감독은 7월까지 믿고 내보내면서 휴식 대신 경기 출장으로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휴식이 우선이었다. 8월 몇 경기를 쉬면서 감을 찾아 월간 타율이 다시 3할대로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시즌 타율 2할 5푼 2리, 전년도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하면서 배운 게 많다.

수비능력이 좋아 유격수로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두산에서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킨 손시헌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어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어난 만큼 체력관리도 중요하다.

최주환-허경민, 올해는 제대로 본인 가치 입증해야 할 때

이원석이 눈에 띄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FA 보상선수로 이적하며 6시즌 동안 꾸준하게 경기에 나왔다.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기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자리를 비웠다. 최주환과 허경민에게는 기회이자, 팀 입장에서는 이 두 선수를 제대로 검증해볼 수 있는 해가 됐다. 두산은 외국인 타자를 아직 영입하지는 못했다. 3루보다는 1루수 출신 영입을 바라는 눈치다.

​그런 면에서 두 선수의 경쟁은 팀 내에서 가장 치열하고 뜨겁다. 각자의 장점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두산은 오재원·최주환·허경민 등 대부분의 내야수들이 두 자리 이상의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멀티 포지션' 선수들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팀의 전력에 있어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최주환은 퓨처스리그 상무 시절 20홈런을 때릴 정도로 장타력만큼은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탄 지 오래이다. 빠른 발도 겸비해 퓨처스리그 관계자들은 20-20을 기록할 몇 안 될 선수로 지목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1군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잠재력이 무궁무진해 코칭스태프에서도 기대가 크다.

82경기에 출장하면서 2할 8푼의 타율, 적지 않은 경기 수였으나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타율도 성에 차지 않고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2루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가며 바쁜 행보를 보였다. 올해는 핫코너 자리를 꿰차기 위한 무한경쟁을 치러야 한다. 상무 제대 이후 그에게 올 시즌은 가장 중요한 시즌이 아닐까.

허경민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두각을 드러냈지만 2% 부족한 내야수였다. 수비와 주루능력은 좋았으나 경쟁자들보다 뒤쳐진 타격이 문제였다. 재작년에는 2할 9푼 8리로 3할 타율에 근접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장하면서 체력 문제도 함께 안아 타율이 2할 4푼 7리까지 뚝 떨어졌다.

그러나 연봉협상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9800만 원에 사인, 억대 연봉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최주환도 5800만 원에서 50%가 인상된 8700만 원을 받았다. 연봉협상은 성과의 결실을 맺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팀의 기대를 얼마나 받는지도 알 수 있는 자리이다. 두 내야수는 팀의 기대에 화답할까.

'미생' 김재환의 진화, 1루수 변신 성공?

김재환 투런포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무사 2루때 투런 홈런을 치고 3루에서 김광수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김재환 투런포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지난 2011년 6월 8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서 7회초 무사 2루때 투런 홈런을 치고 3루에서 김광수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두산 내야진의 가장 큰 변화를 꼽아보라면​ 단연 김재환의 합류이다. 지난해에도 대타로 출장하면서 남다른 타격을 자랑했지만 선구안, 변화구 대처능력에 물음표를 남기는 시즌을 보냈다. 수비에서도 아직 '미생'에 가까워 아쉬움이 진했다. 외야수와 1루수, 포수를 오가는 멀티플레이어이지만 딱 한 자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2014년 말, 김재환은 시즌을 마치면서 주전 1루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외국인 타자의 주 포지션이 1루가 된다면 많은 경기를 출장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본인의 장점을 살리겠다는 각오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후반 대부분의 경기에 출장하면서 경기감각을 익혔다. 1루 자리에서의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2011년 6월 말 대전 한화전에서 그가 선보인 멋진 글러브 토스 플레이는 아직도 많은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포수 경쟁에서는 양의지와 최재훈의 수비능력보다 달린다는 평이 많았지만, 1루에서는 공·수 경쟁력을 갖춰 오재일보다 후한 평가를 받는다. 꾸준하게 타격감만 유지한다면 60~70경기 이상 출장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나가고 들어오는 선수는 있기 마련, 그럼에도 두산 내야진은 올해도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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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매일경제> BIGS와 유준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뚝심의 The Ti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두산베어스 김재환 김재호 오재원 허경민, 최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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