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의 출연자들

드라마 <피노키오>의 출연자들 ⓒ SBS


신선한 드라마가 나왔다. 사랑 얘기가 전부가 아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SBS <피노키오>는 방영 전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쓴 박혜란 작가의 후속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은 박혜란 작가의 대사 한 줄에 감동 받고, 그녀의 스토리 구성 능력에 놀라고 있다.

진실만 말하는 피노키오

이 드라마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이용해 전개된다. 주인공 인하(박신혜 분)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인하는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작은 거짓말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가 갖게 된 꿈은 기자다. 진실만 전하고자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도전한 기자의 꿈.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부모님의 이혼 후 13년 만에 면접장에서 만난 어머니 송차옥은 그녀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

 <피노키오>의 한 장면

<피노키오>의 한 장면 ⓒ SBS


극 중에는 또 다른 피노키오가 등장한다. 그는 드라마 초반부에 등장해 미청리폐기물공장사건 당시 실종된 기호상 소방관이 살아있음을 목격했다고 인터뷰한 동네 주민. 이러한 피노키오의 말 때문에 사람들은 기호상을 살인범으로 단정 짓고, 그 가족들의 삶을 파괴한다. 이처럼 말의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는 신중함

사공 없는 배는 산으로 가기 마련이다. 지난 25일 방송분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13년 전 사건과 너무도 유사한 폐기물공장화재사건. 이는 분명 관계자의 책임을 파악해야 하는 사건임에도 언론의 희생양이 되어 대중의 질타를 받은 것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13년 전 달포의 아버지가 그랬듯, 이번 사건 또한 사건 전날 현장에 출동을 나갔던 달포의 친구 찬수가 그 희생양으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

언제까지 드라마로만 볼 것인가. 우리가 깨닫지 못해서지 이러한 일은 우리 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겐 리더가 필요하다. 무지하단 뜻이 아니라 여러 입이 모이면 합의점을 찾기 어렵듯, 대중의 말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이 바로 기자란 것. 그렇기에 그들은 좀 더 신중히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 한 치의 의심도 없는 깨끗한 상태로 대중에게 사실을 전해야 한다. 드라마에서 최달포(이종석 분)가 그랬듯 사람들은 기자들이 진실만 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잘못 없는 한 가장이 언론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리고 그 부인은 대중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다. 그리고 13년이 흘렀다. 이 시간은 꽤 길었다. 언론의 피해자였던 형은 13년이 지나 살인자가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기자가 된 지금, 달포에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달포의 복수를 지켜볼 이유가 있다. 거짓에 짓눌려 잃어버린 삶을 되찾고, 진실을 외면하는 기자는 기자가 아니란 것을 송차옥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피노키오>의 한 장면

<피노키오>의 한 장면 ⓒ SBS


거짓에 무뎌지지 않기를

<피노키오>가 보다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는 비단 기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 준 일이 없을까. 아주 쉽게 싫어하는 연예인 기사에 악플을 다는 그녀도, 싫어하는 친구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리는 그도 분명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 실수가 눈덩이처럼 커져 누군가의 집 창문을 깨뜨리는 순간, 그것은 잘못이 된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진실에 다가서자. 그래야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다.

드라마가 이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작가가 어떻게 이 이야기를 끝마칠지 섣불리 예상이 안 된다. 벌써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끝나면 또 사람들은 진실을 잊어버릴까 겁이 난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가 아니기에 거짓에 무뎌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론 피노키오가 돼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함부로 말을 뱉지 않는, 그러나 진실만 말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피노키오가 말이다.

피노키오 이종석 SBS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