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주인공들은 사회를 대신해 흉악범들에게 '공적 복수'를 실행한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포스터 ⓒ CJ E&M

'폭력'을 통해 '폭력'을 정죄하겠다며 수감자 네 명을 모아놓았던 <나쁜 녀석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강력계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의 슬픈 사연이 드러났다. 결국 10회에서 오구탁은 이정문(박해진 분)에게 총구를 겨누고, 그런 오구탁을 정태수(조동혁 분)가, 이정문을 박웅철(마동석 분)이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한다. 총은 던져지고, 칼은 멈춘다. 애초에 그들이 모였던 의도, 즉 폭력을 폭력으로 정죄하겠다는 목적이 무력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오구탁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아들을 죽인 연쇄 살인범을 잡기 위해 이들을 모았던 남구현(강신일 분) 경찰청장이 죽어가며 건 전화다. 남구현은 말한다. 악을 악으로 정죄하겠다고 마음먹었던 짐승의 길은 자신이 죽음으로 갚고 갈 테니 이제 그만 '짐승의 길'에서 놓여나라고.

무기력한 경찰을 대신해 범죄자들을 모아 법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범죄를 추적하고자 했던 <나쁜 녀석들>. 그 시도엔 수사 도중 죽어간 형사였던 아들의 보복을 하려는 남구만 경찰청장의 사적 복수가 있었다. 이후 경찰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연쇄 살인범을 쫓아가던 과정에서 드러난 이정문의 암살 의뢰, 거기에 얽힌 박웅철과 정태수의 사적 인연 등에는 오구탁 반장의 개인적인 원한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오구탁 반장이 오해한 개인적 원한과 이정문 사건의 배후에는 오재원 검사(김태훈 분)의 사적 원한이 들어 있었다.

결국 방법은 제각기 다를지언정 오재원 검사와 오구탁 반장, 남구만 경찰청장은 혈육을 잃은 통한의 감정과 그것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하는 법의 한계를 넘어 단죄하고자 했던 짐승의 길이 있었다. 이것이 이정문을 연쇄 살인범으로 만들고 박웅철과 정태수를 보복의 꽃놀이패로 삼았다.

하지만 오구탁 반장이 "나쁜 짓만 하던 놈들이 사람답게 살아보니 살맛이 나냐"고 반문했듯이 첫 의도야 어찌 됐든 오 반장과 함께 자기보다 더 나쁜 놈들을 정죄하는 과정을 함께 했던 박웅철, 정태수, 이정문이 짐승의 길에서 벗어나 오구탁 반장을 죽이지 않는 데서 '사적 보복'의 악순환은 끊어진다.

법의 최전선에 있던 검사, 경찰청장, 형사가 권력을 이용해 사적 복수를 벌이고, 정작 그 판의 꽃놀이패였던 '나쁜 녀석들'이 그 잔치를 마무리한 것이다. 남구만 경찰청장이 시작할 때만 해도 "착한 놈을 패면 폭력이지만 나쁜 놈을 패면 정의가 된다"고 자부하던 '나쁜 녀석들' 프로젝트는 결국 방법을 달리했을 뿐 의도가 같았던 오재원 검사에 이르면 똑같이 '짐승의 길'이었음을 자인하게 된다. '증오할 대상'이 필요했다는 오 반장의 고백처럼.

 <나쁜 녀석들>은 정의실현에 대한 대중의 갈증을 대변하는 드라마다.

<나쁜 녀석들>의 한 장면 ⓒ CJ E&M


그럴듯한 '주제 의식'으로 마무리된 <나쁜 녀석들>의 묘미는 '폭력적 카타르시스'다. 앞서 언급했던 슬로건을 충실히 이행하는 '처절한 폭력'이다. '미친개'를 자청하는 폭력의 절대 고수들이 '개처럼 달려들어 갈기갈기 물어뜯는' 정당화된 폭력이 바로 <나쁜 녀석들>의 정수다. 모공조차도 연기의 일부처럼 보이는 김상중부터 무지막지한 근육만큼이나 절대 괴력을 선보이는 마동석의 주먹, '간지가 철철 흘러내리는' 자태에서 비롯된 정제된 폭력의 조동혁, 전기 충격기까지 들이대며 폭력을 거드는 박해진까지 멋지고, 폼나고, 잘 생기고, 아름다운 남자 주인공들이 뿜어내는 '폭력적' 액션의 미학이 드라마를 전반적으로 이끌어 간다. 줄거리는 어디서 본듯해도 주인공들의 액션 한 방이면 통쾌했다.

또한 무기력했던 여자 출연자 강예원의 존재가 아쉽지 않게 박웅철, 이정문, 정태수, 오구탁, 남구만 등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묘한 남남 캐릭터의 조합이 <나쁜 녀석들>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심지어 이 드라마의 멜로 라인은 박웅철과 이정문이 담당하며 히로인은 이정문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통쾌한 액션과, 트렌디한 '브로맨스'의 정서로 금요일 밤을 달궜지만, 지난 11회가 꼭 후련한 것만은 아니다. 각종 영화와 미국 드라마를 대놓고 베낀 듯한 설정들이 매회 등장해 영화와 미드 마니아들의 조소를 산 것이 대놓고 시즌2를 겨냥하는 시즌1을 마무리한 <나쁜 녀석들>의 과제로 남는다. 결과만 좋고 반응만 좋다면 '오마주'의 수준을 넘어선 베끼기라도 괜찮은 건지에 대한 의문은 남았다.

결국 오재원 검사를 법의 심판대로 보내면서 폭력이 정의가 되었던 '나쁜 녀석들'의 활약도 마무리되었다. 그간 폭력을 수단으로 삼았던 그들의 활동은 네 사람이 나란히 경찰에 잡혀가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이 과정은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이었던 이정문이 혐의를 벗고 박웅철, 정태수가 폭력의 면죄부를 얻는 절차다. 또한 사적 보복의 그늘에서 허덕이던 오구탁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 이들은 개인의 원한과 인연에서 벗어나 시즌2에서 자유롭게 폭력적 정의를 실천할 자유(?)를 얻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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