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누구에게나 찬란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누구에게나 찬란한> ⓒ CGV아트하우스


올해 국내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영화 2편이 최근 개봉과 함께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감동에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흥행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특히 주로 외국영화들이 강세인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상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다큐멘터리의 저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11월 27일 개봉한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4일째인 30일, 누적 관객 6만 8천을 기록했다. 10만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앞서 지난 11월 6일 개봉한 임유철 감독의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1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적은 상영관에서 불구하고 2만 관객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중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기는 게 쉽지 않은 현실에서 두 영화의 선전은 의미 있게 평가된다.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지난 9월 개최된 DMZ국제다큐멘터리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쟁 끝에 관객상을 수상했다. 먼저 본 관객들이 인정한 만큼 흥행에서도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76년 간 한결같은 노부부의 아름다운 로맨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강원도 횡성에 사는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의 76년 간 이어온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이미 방송에 몇 차례 나온 소재였지만 다큐멘터리 카메라는 그 일상 속에서 두 노인의 삶을 깊게 표현한다.

부부로 긴 세월을 이어왔지만 그들의 사랑은 청춘남녀 못지않다. 밤에 화장실에 가기 무서워하는 아내를 위해 밖에서 노래를 부르며 기다려 주고, 낙엽을 치우다 서로에게 던지며 장난치는 모습은 이들의 식지 않은 사랑을 드러내 준다. 커플 옷을 입고 다니고, 자다가 눈을 뜨면 서로의 볼을 만져주는 애틋함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기력이 쇠해가는 할아버지와 이를 지켜보는 할머니의 안타까움, 유아용 내복을 사면서 드러나는 두 부부의 감춰진 회한, 끝내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할머니의 애통함이 그대로 전달되며 자연스런 눈물을 흐르게 만든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방송의 외주정책이 시행되면서 중추적 역할을 맡아 왔던 독립PD들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마치 다큐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만큼 영상과 구성이 뛰어나다.

진모영 감독은 "영화는 시간 순으로 편집됐다"면서 "인위적으로  섞이지 않은 채 찍은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옆에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전 시사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개봉과 동시에  무서운 흥행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워낭소리>의 초반 성적보다 가파르게 관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결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다큐멘터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사전제작지원을 통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완성을 도왔다. 조재현 집행위원장 역시 작품을 알리는 데 적극 참여하면서 측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재미와 감동의 축구 다큐멘터리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한 장면. 희망FC의 경기 모습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한 장면. 희망FC의 경기 모습 ⓒ CGV아트하우스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국내 최초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희망FC'의 희망을 담은  축구 다큐멘터리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영화는 가난하지만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을 모아 창단된 '희망FC'와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부임한 박철우 감독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의 엄한 지도가 아이들의 이탈을 초래하게 만들면서 위기로 치닫는다.

그냥 즐기는 축구가 아닌 프로에 한명이라도 진출시켜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 박 감독의 철학이었지만 벽에 부딪히면서 결국 사임으로 귀결된다. 이 다큐가 6년이란 긴 시간동안 제작된 이유도 갑작스런 감독의 사임으로 인해 이야기의 방향이 틀어졌기 때문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김태근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축구팀은 재정비 된다. 김 감독은 박 감독과는 다른 지도방식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하나하나 다독이면서 노력하게 만든다. 혼나는 게 익숙해져 의기소침해 있던 아이들은 김 감독의 격려에 다시금 모여들면서 '희망FC'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경상남도에서 유력 팀들을 제압하고 초등학교 주말리그 결승까지 진출한 '희망FC'. 결승전에서 최강팀을 맞아 최선을 다해 운동장을 누비는 아이들의 모습은 뜨거운 감동을 안긴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지난 2006년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FC를 다룬 <비상>을 만들었던 임유철 감독의 작품이다. <비상>은 개봉 당시 호평을 받으며 3만 9천 관객을 기록했는데,  <누구에게나 찬란한> 역시 흥미진진한 축구 다큐로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박철우 감독에게 초점을 맞춰 찍으려 했던 것이 이후 김태근 감독으로 옮겨온 것인데, 오히려 반전 드라마로 작용했다. 덕분에 재미와 감동이 더 커졌다. 축구팬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단체 관람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한 축구 경기 장면은 역동적이다.

개봉 4주차가 지나면서 스크린 수가 줄었지만, 관객들은 꾸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2월 3일에는 국회에서의 상영도 예정돼 있다. 군 복무 중인 배우 유승호가 입대 전 희망FC에 거액을 기부하고 축구용품을 현물 지원했다는 사실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승호는 12월초 전역 예정으로 있는데. 임 감독은 "유승호에게 꼭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그때까지 영화가 극장에서 살아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누구에게나 찬란한 임유철 진모영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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