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ocn에서 방영중인 <나쁜 녀석들> 포스터.

케이블 채널 ocn에서 방영중인 <나쁜 녀석들> 포스터. ⓒ ocn


이미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이 과언이 아니다. 연이어 자체 시청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화제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벌써부터 시즌2나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충분하다.

<나쁜 녀석들>이 초반부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설정과 캐릭터의 독특함 때문이었다. '나쁜 놈들로 나쁜 놈을 잡는다'는 설정은 현재 나쁜 녀석들이 제대로 벌을 받지 않고 있고, 오히려 사회에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는 대중에게 아주 속 시원한 것이었다. 나쁜 녀석들이 너무 강해서 좋은 녀석들이 벌을 줄 수 없다면 나쁜 놈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나쁜 녀석들을 벌주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사람들에게는 있다. <나쁜 녀석들>은 그 지점을 정확하게 파고든다.

캐릭터의 독특함 또한 큰 무기이다. 나쁜 놈들의 캐릭터가 힘과 기술 그리고 지능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었고, 이들이 협력하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극이 지닌 풍성함은 극대화될 수 있었다. 다양한 형태로 사건에 접근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 버리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설정과 캐릭터의 조합 덕분에 <나쁜 녀석들>은 초반부터 대단한 기세를 내뿜으며 <미생>과 더불어 주목받는 케이블 드라마가 됐다.

하지만 <미생>이 매회 찬사를 얻어가는 것에 비해 <나쁜 녀석들>에 대한 평가는 서서히 갈리기 시작하고 있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초반의 찬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나쁜 녀석들>의 재미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캐릭터가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해진이 연기한 이정문의 캐릭터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극 중에서 그는 천재 연쇄 살인마이며, 그러므로 '지능'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권투를 기반으로 한 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심지어는 기술의 정태수(조동혁 분)를 제치고 직접 오토바이를 몰아서 사건 해결을 한다.

비록 이정문이라는 캐릭터가 <나쁜 녀석들> 전체에서 꽤 중요한 중심축이라는 것과 그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가 구태여 오토바이까지 직접 끌고 갈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사라진 이정문의 역할은 '나쁜 녀석들'을 지휘하는 오구탁 반장(김상중 분)의 몫으로 남게 됐는데, 덕분에 카리스마의 막무가내 오구탁 반장은 어느새 지략가로 변모해 버렸다. 심지어 유일한 홍일점인 유미영(강예원 분)의 캐릭터는 제대로 보일 기회조차도 없었다. 잘 만들어진 설정이 유지되지 못했을 때, 드라마의 재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럼에도 다시 <나쁜 녀석들>이 예전의 찬사를 받는 방법은 있다. 바로 이정문을 중심으로 한 미스터리를 선보이는 것이다. 만약 이 미스터리를 통해 이정문 캐릭터의 파괴가 납득 가능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면, <나쁜 녀석들>은 후반부를 넘어서면서 다시 큰 찬사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촬영이 모두 끝난 작품이기에 작가가 어떻게 이 부분을 풀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쁜 녀석들>은 오래간만에 등장한 성공적인 캐릭터 드라마이다. 캐릭터 한명 한명이 살아날수록 극의 재미는 더할 것이다. 뻔하고 식상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새로운 모습을 지니고 나타난 이 드라마가 끝까지 박수 받으며 끝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knightp)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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