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14시즌 페넌트 레이스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가을 잔치에 참여하게 될 4강팀들은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갈 시점이다. 하지만 4강에 탈락한 팀은 이제 시즌을 마감하고 내년 이후를 대비한 구상에 돌입해야 한다.

위기의 프로야구 감독들... 누가 있나

올 시즌이 끝나면 많은 감독들이 유니폼을 벗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4강 탈락팀에서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교체설이 오르내리는 감독들이 다수다. 시기와 인물의 문제일 뿐, 몇몇 구단은 감독 교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4강 탈락이 확정된 것은 한화, KIA, 롯데, 두산이다. 이중 한화 김응용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소속팀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김응용 감독은 한화 지휘봉을 잡고 2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다. 내년부터는 KT가 10구단으로 합류함에 따라 이제 '9위 최하위' 기록은 한화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됐다. 특히 올해는 FA 이용규-정근우, 외국인 선수 피에, 앨버스, 클레이와 트레이드로 포수 조인성 등을 영입하며 어느 때보다 막대한 투자를 했다. 그럼에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해 팬들의 실망감만 커졌다.

KIA 선동열 감독 역시 2012년 지휘봉을 잡은 이래 3년간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첫해만 5위 가능성을 보였을 뿐, 이후 두 시즌은 모두 8위에 그치며 오히려 해마다 추락한 성적으로 팬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해태에서 KIA로 구단명이 바뀐 이후에 3년 연속 탈락 역시 사상 최초다. 지난해부터 이미 성적 부진으로 비난 여론에 시달려 온 선동열 감독은 이미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는 명성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새 야구장의 SUN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6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광주 새 야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5만7천646㎡, 관람석 2만2244석 규모로 장애인을 위한 전용관람석 229석을 확보하는 등 관중 위주의 경기장으로 지어졌다. 8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15일 첫 시범경기에 이어 4월 1일 공식경기로 KIA-NC 전이 열릴 예정이다.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이 지난 3월 6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와 두산은 아직 기존 감독들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4강 탈락과 함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롯데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시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공교롭게도 김시진 감독이 부임한 이후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낙방했다. 김시진 감독은 넥센 시절부터 감독으로서도 한 번도 4강을 밟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시즌 중반까지 4강을 유지하다가 후반기 극심한 부진 속에 7위까지 추락하는 끝 모를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으나 믿었던 마운드의 붕괴와 주축 선수들의 줄 부상, 코칭 스태프 교체를 둘러싼 팀 내부 갈등이 겹치며 초라하게 무너졌다. 올해 4강 탈락이 확정되며 프로야구 사상 최장기간 무관(22년)의 불명예 기록도 자연히 한 해 더 경신하게 됐다. 이미 시즌 중반부터 사퇴설에 휩싸여 온 김시진 감독은 이미 시즌이 끝나면 결과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자진 사퇴에 무게가 쏠린다.

두산도 3년 만에 4강행이 좌절됐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경질하면서 논란을 불사하고 새롭게 추대한 송일수 감독이 첫해부터 4강에도 훨씬 못 미치는 6위라는 성적을 기록한 것은, 구단 개편을 주도한 프론트와 수뇌부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송일수 감독은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다소 변명의 여지가 있다. 비교적 늦게 신임 사령탑에 선임되며 자신의 생각대로 팀을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이적과 팀 개편은 이미 송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에 프론트 주도하에 구성이 완료된 상태였다. 송일수 감독은 구단이 만들어준 밥상대로 시즌을 운용하는 철저한 '관리형 감독'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무너진 투수 운영과 어설픈 스몰볼의 한계는 송일수 감독의 책임도 크지만,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구단이 다시 무리수를 둬가며 송 감독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LG와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의 이만수 감독도 올 시즌을 끝으로 SK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매년 계속되는 이만수 감독의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올해 시즌 초반 4강권을 오르내리던 SK는 중반을 거치며 한때 8위까지 추락했다가 다시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루크 스캇-로스 울프 등 문제아 외국인 선수를 둘러싼 논란과 프론트와의 갈등설 속에서 여러 차례 리더십에 손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흔들리던 팀들을 시즌 끝까지 4강 경쟁으로 이끌고 있는 뒷심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설의 스타... 감독은 글쎄?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4.10.8

지난 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연장 끝에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서건창에게 물을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2014.10.8 ⓒ 연합뉴스


프로야구 감독들은 대부분 현역 시절부터 명성을 떨쳐온 스타 출신이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이나, 선동열-김시진-이만수 감독 등은 모두 한국프로야구 역대 '레전드 중의 레전드'로 꼽아도 손색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올 시즌 적지 않은 풍파를 겪으며 이들은 선수 시절이나 과거 지도자로서의 명성과 실적마저도 깎아 먹는 경우가 많다.

전설과 프랜차이즈 스타들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간직해 온 올드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오히려 선수시절에는 이들에 비하여 오히려 평범한 쪽에 가까웠던 염경엽 넥센 감독이나 김경문 NC 감독이 지도자로서 더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부의 세계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교체설이 거론되는 일부 구단에서는 벌써 새로운 감독후보들의 이름이 공공연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야구계에 인재풀이 그리 넓지 않다는 점에서 많은 구단들이 감독 경험이 없는 코치급 인사의 내부 승격이나 혹은 구단 사정에 밝은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지도자의 영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프론트의 영향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는 현대 야구의 분위기에서 현장 공백기가 길었거나 연령대가 높은 감독들은 후보군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변화와 개편의 스토브 리그가 다가오는 가운데, 올 시즌 어떤 팀이 가장 먼저 감독교체의 칼날을 꺼내 들지, 어떤 새로운 인물이 프로야구 1군 무대의 감독으로 등장할지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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