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놓치는 사재혁 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5㎏급 경기에서 사재혁 선수가 용상 210kg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바벨을 놓치고 있다.

▲ 바벨 놓치는 사재혁 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5㎏급 경기에서 사재혁 선수가 용상 210kg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바벨을 놓치고 있다. ⓒ 이희훈


'오뚝이 역사' 사재혁이 또 넘어졌다.

한국 남자 역도의 간판스타 사재혁은 24일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85㎏급에서 인상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으나 용상에서 세 차례 도전 모두 역기를 내려놓으면서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날 사재혁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65㎏을 신청해 가볍게 들어 올렸다. 자신감을 얻은 사재혁은 2차 시기에서 171㎏까지 성공하며 지난 2003년 송종식의 한국기록 170㎏보다 1㎏ 더 들어 올렸다.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사재혁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화답했다. 금메달 경쟁자인 이란의 로스타미 키아누시이 인상을 172㎏으로 끝내자 사재혁은 무리하지 않고 3차 시기를 기권하며 용상에서 역전을 노렸다. 

하지만 사재혁이 특기인 용상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말았다. 1차 시기에서 207kg을 신청했으나 실패했고, 2차 시기도 마찬가지였다. 조급해진 사재혁은 3차 시기에서 209kg에 도전했으나 끝내 바벨을 머리 위로 들지 못했다.

용상에서 기록을 내지 못한 사재혁은 자동으로 실격되고 말았다. 아쉬움에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한참을 플랫폼에 서 있던 그는 관중석을 향해 깍듯이 인사한 뒤 내려왔다.

그러나 관중석에서는 사재혁이 인상에서 바벨을 들어 올렸을 때보다 더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이날 플랫폼에 다시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땀을 쏟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기적 만들어낸 사재혁, 도전은 계속된다

사재혁 '응원 감사합니다' 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5㎏급 경기에서 사재혁 선수가 용상 210kg에 실패한 직후 관중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재혁 '응원 감사합니다' 24일 오후 인천 달빛축제정원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역도 85㎏급 경기에서 사재혁 선수가 용상 210kg에 실패한 직후 관중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올해 29세인 사재혁은 강원도 홍천 출신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역도를 시작했다. 전국 대회를 휩쓸며 주목을 받았지만 갖은 부상이 늘 따라다녔고, 어깨 수술을 받느라 대학 입학식도 참석하지 못했다.

외로운 재활을 견뎌낸 사재혁은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4개나 수립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부상의 악몽이 또 그를 찾아왔다. 어깨를 다쳐 2010 광저우 대회는 참가조차 못 한 사재혁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했으나 인상에서 바벨을 들어 올리다가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끔찍한 부상을 입었다.

이미 여러 차례 몸에 칼을 댔던 사재혁은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모두가 그의 재기를 장담하지 못했지만 사재혁은 고통의 시간을 이겨냈고, 85kg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까지 마침내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냈다.

비록 바벨을 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플랫폼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바벨을 놓지 않았던 사재혁은 이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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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혁 역도 인천 아시안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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