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과 이동국,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는 두 스타는 공교롭게도 모두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1976년생인 이승엽이 38세, 1979년생 이동국은 35세, 모두 운동 선수로는 환갑을 넘긴 나이다.

하지만 이들은 2014년 현재 여전히 늙지 않는 사자이자, 최고의 스타로 당당히 건재하다. '나이 먹은 선수치고는 잘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 스포츠에서 '노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두 선수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이승엽] 프로경력 20년차... '역대 최고령 30홈런' 기록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대 삼성라이온스의 경기, 2회초 1아웃 주자없는 상황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 홈런을 치자 주루코치가 엄지손가락을 들며 칭찬하고 있다.

이승엽 ⓒ 연합뉴스


올해로 프로 경력만 20년차인 이승엽은 이번 시즌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노쇠화에 대한 우려가 거론됐던 이승엽은 올 시즌 111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3할 2리, 30홈런 92타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2년 한국 프로야구 복귀 이후 최고 성적이다.

이승엽은 10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원정 경기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추가했다. 삼성이 0-2로 뒤진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월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30홈런 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0일 넥센전 이후 11일 6경기 만에 나온 시즌 30호 홈런이자, 만 38세 23일의 나이로 달성한 대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1년 롯데 자이언츠의 펠릭스 호세가 갖고 있던 만 36세 3개월 17일이었다.

이승엽은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개. 2003년) 기록과 역대 한국 프로야구 통산 홈런 기록(388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올시즌 8개의 타점만 추가하면 호세를 넘어 역대 최고령 3할-30홈런-100타점 고지에도 오를 수 있다.

이승엽은 박병호와 강정호에 이어 홈런 공동 3위, 타점은 5위에 올라있으며 팀 내에선 모두 1위다. 통합 4연패를 노리고 있는 삼성에게 불혹의 이승엽은 핵심 선수다.

홈런 타자는 다른 유형의 선수들에 비하여 노쇠화의 영향을 크게 받기 쉽다. 현대 스포츠에서 야구 선수의 운동 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라지만, 장수한 야구 스타의 대명사로 꼽히는 양준혁과 이종범 등도 이승엽의 나이에 이 정도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승엽은 전성기에도 힘보다는 기술과 타이밍으로 홈런을 만들어내는 유형의 선수였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타격폼 변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통하여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국] 16년간 국가대표 활약... 우루과이전 이틀만에 '골맛'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베네수엘라 경기. 후반 대표팀 이동국이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이동국 ⓒ 연합뉴스


이승엽이 30홈런을 때려내던 같은 날, 또 한 명의 라이언 킹은 K리그에서 골맛을 봤다. 전북의 이동국은 10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 부산과 원정 경기서 후반 12분 헤딩 선제골로 K리그 올시즌 12호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추가할 기회를 잡았으나 아깝게 실축했고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이승엽이 국내 프로야구 홈런의 살아있는 역사라면, 이동국은 K리그 통산 득점 기록 보유자다. 이동국은 지난 부산전까지 K리그 통산 371경기에서 무려 166골을 기록했고 도움도 61개나 올렸다. 올 시즌도 12골로 K리그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도움은 6개로 2위지만, 1위 이명주가 중동 알 아인으로 이적한 상황이라 사실상 도움까지 이동국이 양대 부문 1위나 다름없다.

또한 이동국은 지난 9월 5일 열린 베네수엘라전에서 35세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센추리클럽(100경기)에 가입하는 영광을 누렸다. 베네수엘라전에서 2골을 추가한 이동국은 A매치에서 통산 32골로 현역 선수 중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8일 우루과이전에서도 출장하며 A매치 기록을 101경기까지 늘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이동국은 16년간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건재하다. "국가대표는 은퇴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 "선수로 뛰는 한 태극 마크는 언제나 가슴에 있다"는 고백은, 그간 대표팀에서 이동국을 비판해왔던 안티팬들조차도 감동시켰다.

지난 부산전이 놀라움을 자아낸 것은 이동국이 우루과이전을 치른 지 불과 이틀 만에 열린 경기였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A매치 2연전에서 모두 선발 출장하며 총 143분을 소화했다. 국내에서 열린 경기였다고 하지만 이동국에게는 단 하루의 휴식밖에 없었다.

이동국의 나이를 감안하면 체력적으로 교체 출장도 쉽지 않은 상황. 하지만 예상을 깨고 이동국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골까지 기록하며 건재를 입증했다.

나이를 잊은 이승엽과 이동국의 맹활약은 한국 스포츠에서 바람직한 노장의 모범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정신적인 지주나 조연을 넘어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팀의 '에이스'로 건재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으로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살아있는 레전드'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훌륭한 베테랑들이 장수하니 동시대에서 이들의 플레이를 함께 할 수 있는 팬들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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