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 MBC


MBC < PD수첩 >이 1000회를 맞이하여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마련했다. 총 3부작인 이번 시리즈는 1부 '대한민국 중산층, 52세 그 후'(7월 1일 방영), 2부 '임대업이 꿈인 나라'(7월 8일 방영), 3부 '대한민국 사교육 잔혹사'(7월 15일 방영)로 구성됐다.

15일 방영된 '대한민국 사교육 잔혹사'에서 다룬 과열된 교육의 현실은 새삼스러운 내용이 아니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는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며 만들어지기 시작했지만, 끝내 고교 교육의 서열화 체계로 귀결되었다. 실제 학생들을 가르친 선생님의 증언에서도 알 수 있듯 특수목적고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입시 교육에 올인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학교 서열화 현상은 결국 보다 많은 학생들을 'SKY'에 진학시키는 결과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학비를 부담해야 하는 특수목적고에 가는 학생들은 누구일까? 아니, 특수목적고 뿐만이 아니다. '부'의 상징처럼 불리우는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입학한 서울대 입시 결과만 놓고 봐도 그렇다. < PD수첩 >은 이 지점에서 부모의 '돈'이 곧 학생의 '학력'이 되고, 성공의 증표가 되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조명한다.

죽어라 공부해도, 임대업이나 해야 행복해지는 나라

< PD수첩 >에서 1000명의 사람들 중 91.5%가 '부모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자녀의 교육 수준과 학벌이 달라진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어느 솔직한 엄마의 고백처럼 '자녀가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교육에 매진하는' 부모들의 열성에 대한 대가는 고작 3%다. 어릴 적부터 쉴틈없이 입시 전쟁에 휘말린 아이들 중, 부모가 원하는 성공을 거두는 아이들은 단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 3%의 성공을 위해 부모들은 돈을 쏟아 붓고, 아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의 학대에 시달린다. 한 전문가는 이런 과열된 교육 현상을 공연장의 관객에 빗대어 말한다. 공연을 보다 잘 보기 위해 한 사람이 서자, 그에 지지 않을 세라 공연을 보는 다른 관객들도 일어서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관객이 일어서고, 공연은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 그것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이라는 것이다.

 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 MBC


그렇다면 왜 부모들은 자신들의 노후 비용을 모조리 쏟아 붓고, 그것도 모자라 빚을 져가면서라도 자식들의 교육에 매달릴까? 부모들은 말한다. '자신의 아이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살아가길 원한다'고. 그들이 생각하는 '수월한 인생'이란, 바로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1부에서 다룬 중산층과 같지 않은 삶이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다, 하루아침에 기업의 편의에 따라 평생을 몸담으려니 했던 곳에서 밀려난다. 경험도 없이 자영업 등을 하다 그나마 가진 퇴직금마저 날린다. 그도 아니면 언제 잘릴지 모를 비정규직을 전전한다. 이렇게 보장되지 않은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대급부로, 부모들은 아이들의 교육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며. 월급쟁이로 고생하지 말고 전문직이 되어 편하게 살라고, 지금 현재 아이의 행복을 강탈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부모가 원하는 전문직이 아니라, 임대업자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청문회에서, 아니 청문회조차 가지 못하고 낙마하는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이 종종 부동산 투기 문제로 논란에 서는 것만 봐도 '임대업이 꿈인 나라'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대학 교수가 되어도 임대 소득이라도 좀 있어야 숨 쉴 만 해지는 나라, '돈 놓고 돈 먹는' 이 세상에서 그저 부모 세대보다 조금 더 배우고 조금 더 올라가면 길이 보이려니 생각하는 부모들의 욕망은 사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자신들이 살기 힘든 사회를 고치는 대신, 내 자식만 세상에 맞게 '고치려고' 든다. 자신이 몸담은 사회의 불행을 개선하려 나서기보다는 그저 그 안에서 내 자식만 조금 더 나으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안일함, 개천에서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 세상에서 그래도 내 자식은 용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들의 어리석은 맹목성은 결국 서열화된 교육과 계층 고착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자식에게도 '부속품'의 길을 강요하는 안쓰럽고 한심한 어른들의 대한민국

 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 ⓒ MBC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고 헤매다 사회 속에 부속품이 되어 살다 떨어져 나왔음에도, 자식에게도 '부속품'의 길을 강요하는 안쓰럽고 한심한 어른들의 대한민국. 그것이 바로 < PD수첩 >이 바라본 2014년 한국 사회다.

지금 한국의 가장 중심적인 화두인 '돈'을 통해 한국을 재해석하겠다는 < PD수첩 >의 1000회 맞이 3부작은 야심차 보이지만 동시에 씁쓸하다. < PD수첩 >이 준비한 3부작이 현재의 한국을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을 정의하는 데, '돈'만큼 명확한 주제어는 없다. 그런 면에서 1000회를 맞이해 만든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은 그 어느 것보다도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프로그램의 뒤안길에서 사라져 버린 < PD수첩 >의 일원들 때문에 무색해 진다. 지난달 법원은 MBC에게 < PD수첩 >의 전 PD를 포함한 6명의 MBC 해직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하고, 해직된 시점부터의 월급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MBC는 묵묵부답이다. 해직자들은 사원증을 돌려받기는커녕, 노동조합 사무실까지 도달하기 위해 몇 번의 출근 투쟁을 벌여야 했다. '언론의 자유'라는, 지금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이자 MBC 스스로가 처한 문제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한국을 해석해 3부작은 아이를 보고 '바람풍'하라며 '바담풍'이라 말하는 어리석은 훈장과도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PD수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