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원장 최종 후보에 오른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영진위원장 최종 후보에 오른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 동아일보PDF. 임순혜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문제라더니 영화계는 언피아(언론+마피아)가 장악하려는 것 같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3차례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하 영진위원장) 공모가 무산된 후 새로 추천된 2인 후보에 대해 영화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영진위원장 임원추천위원회는 최근 문화관광부에 오명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영진위원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르면 다음 주중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영화계의 반발은 오명철 논설위원에 맞춰져 있다.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후보에 올라 있지만 형식적으로 영화계 인사를 끼워 넣었을 뿐, 들러리나 다름없다는 게 영화계의 시선이다. 영화계와의 연관성이 적은 사람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이미 결정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현장과 소통하는 영진위원장을 원했던 영화계는 황당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보수 진영의 한 영화인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출신을 영화 기관에 내리꽂는데, 영화판이 퇴직 언론인의 집합소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선일보 출신들이 영상자료원장과 영상물등급위원장을 맡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인사를 무리하게 선임하기보다는 영화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재추천을 요구했다.

보수 원로 영화계의 대표적 인사인 정진우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관피아가 문제라더니 영화계는 언피아가 문제"라면서 "신문 기자에 논설위원을 했으면 거기서 끝내야지 무슨 영진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서냐. 영화기관에 하나같이 언론계 낙하산이 떨어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영화인이 아닌 사람을 영진위원장에 임명해서는 안 된다"면서 "영진위원장은 현장 출신 영화인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진위원장은 영화인이 맡아야...비전문적 낙하산 인사는 반대" 

최현용 한국영화정책연구소 소장은 비전문가의 등장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최 소장은 "영진위원장은 정치적, 업무적 전문성이 필요하다. 정치적 전문성은 영화인과의 끈끈한 네트워크고, 업무적 전문성은 현안에 대한 분석과 해결 능력이다"면서 "이 두 가지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 낙하산으로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진영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은 "이명박 정권 때 영화판을 아작냈던 생채기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전문지식이 없는 분을 위원장에 앉히면 어쩌자는 건지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독립영화인은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대단한 한국 영화계를 유독 정부만 핫바지로 보고 3개 기관장 모두를 조선, 동아 인사로 채우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영화감독은 "오명철이라는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이 영진위원장이 된다면 아마 안대희 이후 문창극이 겪은 과정의 '영화계 버전'을 볼 것이다"면서 김의석 위원장의 유임을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모에서 적격자가 없다고 하더니 탈락한 사람과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인사가 물망에 올랐다"면서 "일부러 문창극 사태를 재연하라고 해도 못 할 시나리오"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한 언론계 관계자는 "오명철 논설위원이 수차례 고사하다가 계속되는 권유에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영화계 인물들이 고사하다 보니 언론계에서 찾아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 논설위원이 정년퇴직 후 특별하게 다른 일을 하지 않다가 제안을 받은 듯하다"면서 "영화계 인사 중에는 임권택 감독과 가장 친하고, 안성기, 강수연, 박중훈씨 등과도 잘 아는 사이다. 신중하고 여린 성격으로 친화력이 높고 마당발이며 법정 스님과 절친해 제자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영진위원장은 현 김의석 위원장의 임기가 3월로 종료됨에 따라 2월부터 공모에 들어갔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6월까지 3차례의 공모 과정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이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내외부의 추천을 받아 이번에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임원추천위원회 관계자는 "한상준 전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내부 추천이며 오명철 논설위원은 외부추천"이라고 전했다.


영진위원장 언피아 오명철 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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