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현수 역의 배우 신재하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현수 역의 배우 신재하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고, 무대를 전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군대부터 다녀오자고 하던 차에 지금의 소속사를 만났고 영화를 찍게 됐다. 모든 것이 급 전환된 것이다.

신인 배우 신재하(22)가 그렇게 해서 만난 작품이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였다. 24시간, 하루 종일 열린 공간인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다름 아닌 배우를 지망하는 동성애자 현수.

데뷔작에서 맡은 캐릭터기에 그에겐 분명 강렬한 기억일 텐데 "막상 그렇게 어려워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오히려 어려웠던 건 (저예산 영화라) 한 회 차에 모든 에피소드를 다 끝내야했기에 흐름을 유지하며 연기하는 것"이었단다. 

"처음에 오디션을 봤던 건 다른 역할이었어요. 지금 작품에서 이주승 형이 연기한 캐릭터였는데 감독님이 절 택하는 걸 망설이셨죠. 그게 느껴져서 그냥 마음을 비우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수 역을 맡게 됐어요. 처음으로 경험하는 영화라 아무것도 모른 채 날 것처럼 연기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나 봐요.

물론 동성애자 역할은 상대역인 공명씨도 그랬고 좀 어색했죠. 저 나름대로 연구도 하고 알아봤어요. 친구 중에 그런(동성애자) 친구가 있어서 도움을 받았죠. 이성애자가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기에 조언을 구했는데 친구가 '성별을 떠나서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라'고 했죠. 그때부터 마음이 확 열리더라고요. 공명씨와 동갑이기도 하고, 따로 연락하면서 친해지려 했어요."

"우리 사회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 집중해주길"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현수 역의 배우 신재하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신재하 "원래는 저와 공명씨의 이야기가 영화 뒷부분에 있었는데 편집하면서 앞으로 옮겼어요. 이게 관객 분들 입장에서 더 좋을 거 같아요. 감독님이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뒤에 나오니까요. 처음엔 우리 에피소드로 가볍게 이야기를 전하는 거죠." ⓒ 이정민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다른 작품과 달리 이야기 속 여러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등장한다. 일관된 하나의 흐름이 있는 게 아니라 편의점이라는 공간 안에서 각각 다른 사건들이 벌어지는 구조다. 그렇기에 배우 입장에서는 자칫 톤 문제라든가 캐릭터를 맞추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기 십상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야기 전체 안에 들어가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제대로 보이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작품은 하나지만 각자의 이야기가 있으니 네 것에 집중하자'고 하셨죠. 원래는 저와 공명씨의 이야기가 영화 뒷부분에 있었는데 편집하면서 앞으로 옮겼어요. 이게 관객 분들 입장에서 더 좋을 거 같아요. 감독님이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뒤에 나오니까요. 처음엔 우리 에피소드로 가볍게 이야기를 전하는 거죠."

분명 겉보기엔 가볍게 지나칠 에피소드지만 이들의 사랑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르바이트생이라는 공통적인 지위를 지녔지만 신재하, 공명을 비롯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저마다 상징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점을 설명하며 신재하는 최근 개봉한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현수 역의 배우 신재하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재하 "또래들이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를 좀 보고 우리 사회가 이런 곳이구나 느꼈으면 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와 아쉽더라고요. 다른 영화는 욕도 난무하고 살인 장면도 막 나오는데." ⓒ 이정민


"출연 배우들이 다 20대고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더라고요. 편의점 일을 한 분들도 있었고요. 실제로 편의점을 가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이 대부분 어두운 표정이잖아요. 우리 영화에서는 발랄하게 표현했지만 분명 이 영화가 이 분들과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게 있어요.

제 에피소드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언급했고, 영화는 대체적으로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는 돌고 도는 시스템을 표현했어요. 또래들이 좀 보고 우리 사회가 이런 곳이구나 느꼈으면 했는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와 아쉽더라고요. 다른 영화는 욕도 난무하고 살인 장면도 막 나오는데."

뮤지컬 보고 연기에 빠져..."일부러 삐뚤어지기도 했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현수 역의 배우 신재하가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제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진중하고 차분한 캐릭터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민


고등학교 때 우연히 본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날 공연 때문에 예술고등학교로 전학까지 갔던 신재하는 그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오로지 뮤지컬만 하겠다"고 결심하고 대학 진학을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매력을 새롭게 느꼈다.

"어릴 때 남들 앞에 서는 걸 부끄러워했을 정도로 끼는 없었는데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뭔가를 찾아가려고 했어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술도 먹고, 일부러 거칠게 생활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독한 놈이라고 하기도 했죠."

방향과 목표를 잡았다지만 고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당장 그 나이대의 큰 고민인 군입대 문제도 있고, 작품에 대한 갈증도 컸다. 신재하는 "이제 군대 고민은 거의 끝냈다"며 "20대에 누릴 수 있는 연기에 다 도전해보자는 생각"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까지 제가 보일 수 있는 연기와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꼭 빨리 가야겠다고 생각하진 않게 됐죠. 사실 제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건 진중하고 차분한 캐릭터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이후 신재하는 장편 저예산 영화인 <거인>으로 다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JYP의 신예 최우식과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끝이 아닌 '이것이 신재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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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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