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4> 포스터

영화 <트랜스포머4> 포스터 ⓒ CJ E&M


가까운 미래, 외계인의 침략을 다룬 영화들이 극장가를 점령했다. 지난주 관객 수 400만을 돌파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환상적인 액션신으로 무장한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가 맞붙었다.

두 영화는 단순히 화려한 전투신 뿐만 아니라, '인간은 나약하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나름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영화의 같은 소재, 전혀 다른 스토리 전개가 대조를 이루어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군인인데 일반인 같고, 일반인인데 군인 같은 두 주인공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지구는 미믹이라 불리는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멸망의 위기를 맞는다. 홍보 장교를 맡고 있는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는 실제 전투지에 투입 명령을 받았지만, 두려움에 상관을 협박하고 탈영까지 감행한다.

하지만 결국 전장에 투입되고, 속수무책으로 전 부대원들이 전멸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빌 케이지는 타임루프에 빠지게 된다. 그 루프를 빠져 나오기 위한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톰 크루즈라는 명배우와 만나 멋지게 어우러진다.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이 등장한다거나 갑자기 외부에서 구세주가 나타나지 않고, 나약한 한 인간이 어떠한 행운이 기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철저한 반복 연습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 성장과정이 너무나 처절하여, 영웅으로 멋있어 보이기보다는 저절로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틸컷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트랜스포머4>의 주인공 역시 평범한, 아니 조금 모자란 가장으로 아리따운 고등학생 딸을 둔 경제력 제로의 발명가 홀아비 케이드 예거(마크 월버그 분)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어떤 인간보다 든든한 오토봇 '옵티머스 프라임'이 있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첫눈에 알아보는 선견지명과 자신의 목숨마저 아끼지 않는 대담함으로 운명적으로 옵티머스 프라임을 도운 예거는 평범한 일상에서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갑자기 던져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식 풀이에 따라, 그는 그 어떤 군인보다 용맹하게 딸을 지키고 옵티머스 프라임과 대등하게 싸워나간다.

오히려 예전 <트랜스포머> 1~3편의 주인공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 분)가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빌 케이지를 닮았다면, 케이드 예거는 전직이 의심될 정도로 타고난 영웅처럼 너무나 용맹하게 잘 싸운다. 발명가라고 하기에 과하게 잘 관리된 몸매와 고등학생 딸이 있기에는 너무 젊은 아빠지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아빠가 되었다는 콘셉트로 관객들을 납득시킨다.

 영화 <트랜스포머4> 스틸컷

영화 <트랜스포머4> 스틸컷 ⓒ CJ E&M


두 영화에서 여성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트랜스포머4>에서 테사 예거 역을 맡은 니콜라 펠츠는 고등학생 역할이지만 전작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 메간 폭스만큼이나 '핫'하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위기에서 남자주인공들을 구하는 것은 물론, 몸매로 화면을 채우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한다. 가끔 그녀들의 여린 모습은 남자들의 부성애를 자극해, 딸을 구해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고스란히 관객들도 공감하게 만든다. 중국 배우 리빙빙도 사장을 구해내는 쑤웨밍 역을 열연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 분)는 남성들과 대등을 넘어 지구를 위해 싸우는 최정예 부대의 장군이다. 빌 케이지의 조력자이며, 그의 모든 것이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그들에게 사랑은 사치일 뿐, 그녀는 감정에 연연하지 않고 빈틈이 없으며, 지구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는 진정한 영웅으로 나온다. 그런 완벽한 모습이 기계적이지 않고,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지구는 누가 지켰는가?

<트랜스포머4>에서 지구는, 자신의 야망으로 지구를 노리는 디셉티콘과 오직 인간과의 의리 하나로 지구를 지켜주는 오토봇의 전쟁터일 뿐이다. 리더가 없는 오토봇 군단은 오합지졸에 불과하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옵티머스 프라임만을 찾는다.

이 영화에서 인간의 역할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돕고 그에게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끊임없는 질문을 받는다. '왜 인간을 돕는가?', 답은 한결 같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지만, '가능성' 때문에 돕는단다. 인간은 그 호기심과 탐구 정신으로 디셉티콘까지 부활시켰지만, 다행이도 그 장본인은 극 중 한 번의 깨달음으로 모든 것을 용서 받는다.

미국·중국을 넘나들며,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영화는 배경의 쑥대밭과 상관없이 '승리'로 포장되어 끝이 난다. 게다가 옵티머스 프라임은 지구를 떠나야 하는 상황. 그럼 우리의 지구는 누가 지키는가? 그러나 이런 의문을 품을 시간을 주지 않고, 영화는 멋진 장면들로 한 가득 채워져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틸컷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는 어느 누가 누구에게 지구를 지켜달라고 한 적도 없다. 주인공의 흔한 가족 한 명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이 본의 아니게 타임루프에 빠지고,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 지구를 구하는 일이었다. 외계 생명체도 어떤 감정 없이, 끊임없이 잠식시켜나가는 미생물처럼 지구를 삼켜간다.

자기 혼자 살아 보겠다고 탈영했던 군인이 어느 누구를 구하거나 의리를 위해서가 아님에도 결국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되어가는 상황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 영화는 지금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 줄 평에 '수학 시험을 보고 나온 기분이야'라는 어느 관객의 말처럼 보는 내내 계속 생각하게 만들지만, 그만큼 여운이 길고 뿌듯한 영화다.

지난 5월 '인간과 돌연변이'의 대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6월 '인간과 외계인'이 싸움을 벌였던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영혼이 있는 기계로봇'까지 어우러진 <트랜스포머4>에 이어 이제는 '인간과 동물'이 지구를 놓고 벌이는 생존이야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도 7월 중순 개봉 예정이다. 당분간 지구를 두고 싸우는 영화의 관심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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