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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포스터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포스터 ⓒ SBS


"횡설수설 무슨 소린지도 모를 글을 쓰면서 글의 미학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느 책에서 봤던 문장이다. 일단 말이 되게 쓰라는 뜻이다. 각본도 마찬가지로 말이 되게, 공감되게 써야 한다. 엉성한 스토리에 배우의 연기와 영상미에만 의존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단순한 눈요깃거리만 될 뿐, 오래 기억되기 힘들다.

글의 서론에서 흥미를 제시하듯,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첫 느낌은 강렬했다. 북한을 배경으로 한 박훈(이종석 분)과 한승희(진세연 분)의 연애는 풋풋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신은 긴장감을, 터프한 액션신은 짜릿함을 주었다.

그러나 시각적인 자극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아무리 마음에 드는 배우가 출연해도 스토리가 영 아니면 도중에 끄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청률 10%대에 머물며 만년 2위로 만족해야 했던 KBS 2TV <빅맨>은 종영을 앞두고 1위였던 <닥터 이방인>을 추월했다. 첫회에서 관심을 끌었다면, 이후에는 관객을 붙잡을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포스터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 포스터 ⓒ SBS


지난 16일 방송된 13회에서는 오준규(전국환 분)가 의료 사고를 숨기기 위해 반대한 수술을 한재준(박해진 분)이 감행했다. 화면의 구도도 한재준을 프레임의 바닥에 위치시켜 오준규의 권위를 더욱 강조하며 가뜩이나 이해 안 가는 오준규의 행동에 방점을 찍었다. 이런 캐릭터가 문제다. 악역을 최소한 이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닥터 이방인>은 그렇지 않았다. .

물론 tvN <나인>에서도 최진철이라는 막무가내인 악역이 등장한다. 병원장이 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이유 따윈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결코 주인공에게 지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줬다. 따라서 부차적인 이유 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모든 행동을 이해시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멍청한 악당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명우 의료재단 이사장이 의료사고 하나로 어떻게든 입막음 하려는 시도들이 그렇다. 침소봉대하면 그나마 극을 이어갈 수는 있겠으나, 매끄러운 전개는 힘들다.

아울러 문형욱(최정우 분)은 코믹 연기를 넘어 병맛의 경지에 올라섰다. 무작정 웃기려다 보니 캐릭터가 과장된 것이다. 환자가 위험한데도 방긋 웃는 장면은 되려 쓴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오수현(강소라 분)과 한재준은 크게 다퉜음에도 어느 순간 살가운 대화를 나눈다. 이런 중요한 과정을 생략하니 갈수록 난감하다.

스토리와 플롯은 서로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스토리는 단순한 사실만을 서술한 것이고 플롯은 유기적 연관성을 갖도록 서술한다. 예를 들어 '왕이 죽었다. 왕비도 따라 죽었다'는 스토리다. '왕이 죽으니까 왕비도 슬퍼서 따라 죽었다'는 플롯이다. 스토리와 플롯이 적절히 배합될 때 논리 정연해지고, 극을 이해하기 쉽고,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닥터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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