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는 철도 민영화로 한창 시끄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를 정도로 잠잠해졌다. 우리는 문제가 부각되면 불같이 들끓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관심의 불을 끄고 살아간다.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영화 <블랙딜>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고영재 프로듀서와 이훈규 감독 등이 참석했다. <블랙딜>은 '여러분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앞서 민영화를 시행한 국가들의 실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민영화'는 끝난 문제?..."기억하지 않으면, 처참한 미래 올 것"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의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의 포스터. ⓒ 인디플러그


고영재 프로듀서는 "우리나라는 민영화의 후발주자"라며 "20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민영화가 이루어진 다른 나라들을 취재해보자는 의도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니 사회에 대한 무관심, 수치로 논쟁을 벌이는 토론수준이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어떤 제도든 성숙한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훈규 감독은 앞서 민영화를 시행한 나라들의 변화를 직접 살펴보며 한국의 미래를 내다봤다.

이 감독은 "남미, 일본, 유럽 등 6개국을 가봤다"며  "그 중 아르헨티나가 가장 처참했고, 일본은 아르헨티나로 가는 과정으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미래는 이 6개국이 모두 경우의 수에 든다고 본다"면서 "만약 우리가 민영화 문제를 잊어버리는 순간 한국의 현실은 10년 후, 아르헨티나처럼 될 거다"라고 예견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지하철이나 단전 시위현장에 직접 가봤어요. 하지만 그들은 저항의 '대상'이 누군지는 잊어버린지 오래에요. 10년 전에는 적극적으로 민영화에 저항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횡포를 의심조차 하지 않아요. 당장 눈 앞의 문제만 해결되면 안심하고 말죠. 이런 기억과 망각이 우리 영화의 주제에요. 기억하지 않으면 처참한 미래가 와요" (이훈규 감독)

그런가 하면 <블랙딜> 제작진은 민영화를 자본의 논리로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훈규 감독은 "민영화를 소재로 하면 수치, 손익분기 등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민영화건 공영화건 모든 것은 제도 아래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감성에 호소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민영화에 대한 무지 심각하다..."특히 대통령이 봤으면"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에 등장한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운행되고 있는 노쇄한 열차.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에 등장한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운행되고 있는 노쇄한 열차. ⓒ 인디플러그


고영재 프로듀서는 "우리 영화는 누구든 보고 나서 얻어갈 게 정말 많다"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영화에 대한 무관심은 심각하다"며 "사실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직업이 기자인 친구가 철도 민영화가 이슈 됐을 때 전화가 왔어요. 친구가 '솔직히 유럽이나 남미의 민영화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고백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사례만 많이 소개됐기 때문에 그런 거죠. 사실은 국회의원들도 (내 친구와) 다르지 않아요. 영화를 보고 여야가 논공행상 하라는 게 아니라 누구든 봐서 알아야 할 부분인 거죠. 가장 먼저 대통령이 봤으면 좋겠어요" (고영재 프로듀서)

그런가 하면 <블랙딜>은 '시인의 마을' '촛불'을 부른 가수 정태춘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이훈규 감독은 "작년 가을 무대에서 박은옥 선생님과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태춘을 '꼭 나레이션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영화 전체 흐름을 잘 표현해 줄 만큼 세련되고 깊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정태춘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 감독은 영화 끝에 정태춘의 '시인의 마을'이 '삽입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시인의 마을'은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며 "정태춘 선생님이 의도한 바는 모르겠지만, 그런 은유가 있다고 해석해 영화의 주제와 적절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실 영화에는 주장을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관객이 눈치챘으면 하고 숨긴 부분도 있어요. 저는 '민영화는 자본과 효율의 논리라기보다 인간과 공동체, 생명의 얘기'라고 하고 싶어요. 이런 (인간적) 가치들이 회복될 때 민영화든 공영화든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갈거라고 확신해요. 그런 질문을 던지고자 여기까지 달려왔고, (인간적) 가치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이훈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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