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 포스터.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 포스터. ⓒ SBS


세상엔 아주 나쁜 사람도 아주 착한 사람도 드물다. 반면 드라마 속 세상은 악당과 영웅이 항상 등장한다. 극적인 흥분을 고조시키기 위해선 이렇듯 과장된 인물들을 배치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따른다. 선과 악이 너무 분명해지면 유치해진다는 것.
반면, 영화 <똥파리>를 살펴보자. 주인공 상훈은 밤마다 아버지 승철을 난도질 하듯 두들겨 팬다. 그러나 주인공의 극악무도한 행동은 이상하게 납득된다. 어렸을 때 상훈은 아버지의 폭력에 휘둘렸고 그런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여동생까지 잃었다는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 폭력이 폭력을 낳는 다는 것은 많은 관객들이 동감하는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를 마구잡이로 때리는 장면에서도 유치하지 않고 동정, 때론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나리오가 자극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이면서 자극적이어야 한다. <닥터 이방인>은 선과 악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다는 점이 문제다. 악당은 단점만 주인공은 장점만 보여주는 것은 재미없다. 극 중 등장하는 오준규가 그렇다. 명우대학병원 이사장으로 자신의 병원을 위해서라면 환자의 안위 따위는 관심 밖이다. 급기야 12회에서는 의료사고를 숨기기 위해 환자를 방치하려고 했다.
오준규를 비롯해 욕심 많은 정치인 장석주, 그리고 주인공을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차진수, 이들은 모두 악역들이다. 그리고 장석주의 오른팔 김태술, 한재준의 사주를 받은 양정환, 복수를 꿈꾸는 한재준 역시 악역느낌을 준다.
악당은 많은데 악행을 한 이유, 배경설명이 부족하다. 그리고 선과 악은 너무 또렷하다. 물론, 미스터리로 꽉 찬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추리를 하게 만들고,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또 선과 악의 대립은 빼놓을 수 없는 장면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닥터 이방인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악역이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누구 하나 명확히 설명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매끄럽게 극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요한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왜 그랬는지, 왜 그래야만 했는지 배경설명을 조금 곁들인다면 극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말도 조리있게 해야 하듯, 극의 전개도 체계가 있는, 갈피를 잡을 수 있는 언질이라도 해줘야 한다.

닥터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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