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영화제가 지난 5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월에 1회 영화제를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조직위원장 조혜정 교수, 부집행위원장 민병훈 감독

카톨릭영화제가 지난 5월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월에 1회 영화제를 개최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조직위원장 조혜정 교수, 부집행위원장 민병훈 감독 ⓒ 성하훈


5~6월 들어 국내 영화제들이 경쟁하듯 열리고 있다. 4월 말 부산단편영화제를 시작으로 5월에는 전주영화제, 환경영화제,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인권영화제, 여성영화제, 인디포럼 등 6개의 영화제가 개최됐다.

6월에도 그 바통을 이어받아 4일에는 서울 LGBT 영화제가 개막했고, 6일에는 상상마당음악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퀴어영화제, 미장센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역시 대기 중이다.  카톨릭영화제는 지난 5월 창설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30일 1회 영화제를 연다고 발표했다. 사제들과 수녀님들의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이 카톨릭영화제가 내세우는 차별성이다.

간혹 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영화제 다다익선'이라고 말한다. 개봉관을 상업영화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국내 영화제들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제작되는 영화 중 관객들과 만남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묻히는 영화들이 많다는 것도 국내 영화제들이 주목받는 이유다. 관객이 많든 적든 극장에 걸릴 기회의 영화는 한정된 상태에서 그 통로를 영화제가 맡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반 관객을 만나기 쉽지 않은 단편영화의 경우는 영화제가 유일한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영화제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시기와 작품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고, 때로는 대내외적인 갈등과 긴장관계도 형성된다. 경쟁은 기본이요 웬만한 갈등은 필수가 된 상태다. 물론 영화제 간의 인력지원과 교류를 통해 상호 협력과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심리적 경쟁] 전주영화제 출신 중심된 무주와 부산단편영화제    

 2013년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 모습. 관객들이 야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2013년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 모습. 관객들이 야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 무주산골영화제


지난 4월 개최된 부산단편영화제와 5월의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 6월의 무주산골영화제(이하 무주영화제)는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영화제지만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바로 전주영화제다. 2012년 내부 갈등 속에 전주영화제를 나온 스태프들이 부산단편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단편영화제는 홍영주 프로그래머(전 전주영화제 사무국장)가 활약하고 있고, 무주영화제는 김건 집행위원장(전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이끌고 있고, 조지훈 프로그래머(전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작품 선정을 책임지고 있다. 함께 나온 사람들이 핵심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영화제 경력이 오래됐기 때문인 듯, 이들은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색깔의 영화제를 만들어 내며 주목받고 있다. 부산단편영화제는 특정 국가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주빈국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세월호 참사 직후 행사가 열렸음에도 관객이 10% 정도 증가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6월 29일 개막하는 무주영화제는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데, 규모나 색깔, 성격은 크게 다르지만 같은 전북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라는 점 때문에 전주영화제와 은근한 경쟁 관계가 엿보이기도 한다.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1,600만 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경쟁 부문이 있는 것도 갓 시작한 영화제로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전주영화제 역시 지난해 부실했던 성적에 비해 올해 관객 흥행에 성공하며, 빠져나간 사람들의 빈자리가 잘 메워진 모습을 보였다. 기존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으며 새로운 방향성을 예고했다.

[명칭 대립] 두 개로 나눠진 성 소수자 영화제

 4일 개막한 성소수자 영화제인 서울 LGBT영화제. 이혁상 감독과 정애연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 집행위원장 김조광수 감독이 출품작을 소개하고 있다.

4일 개막한 성소수자 영화제인 서울 LGBT영화제. 이혁상 감독과 정애연 배우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 집행위원장 김조광수 감독이 출품작을 소개하고 있다. ⓒ 서울 LGBT영화제


4일 종로 아트시네마에서 개막한 서울 LGBT영화제(집행위원장 김조광수 감독. 이하 LGBT영화제)는 국내에서 유일한 성소수자영화제였지만 올해부터 퀴어영화제가 비슷한 시기에 따로 열리게 되면서 나뉘어 진 모양새가 됐다.

지금까지는 성 소수자들의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공동 주최자로 돼 있었으나, 양측이 영화제 운영 구조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LGBT영화제가 자신들의 산하기구라고 생각했지만 LGBT영화제 측은 별도의 독립된 기구로 인식하고 운영하고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결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서울 LGBT 영화제와는 별도로 퀴어영화제를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똑같이 성 소수자를 주제로 한 영화제가 두 개로 늘어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제 명칭 문제를 놓고 양측의 대립이 한동안 진행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가 'LGBT 필름페스티벌'이란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가 보이기도 했다.

결국 LGBT 영화제가 14회라는 행사 횟수를 사용하지 않고, 퀴어문화축전은 퀴어영화제로 명칭을 바꾸는 쪽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성 소수자 영화제의 전통은 일단 LGBT 영화제가 갖게 된 모습이다. 그간 특색 있는 프로그램으로 위상과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퀴어문화축제와 결별하면서 김태용 감독과 백은하 영화전문기자, 홍석천 씨 등을 집행위원으로 영입했다.  

양측은 최근 홍보문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LGBT영화제가 '국내 유일의 성 소수자 영화제'라는 문구를 쓰자 퀴어영화제가 발끈하며 항의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서울 LGBT영화제는 오는 10일까지 7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된다. 퀴어영화제는 7일 시작되는 퀴어문화축제의 하나로 12일~16일까지 4일간 마포 성미산 극장에서 열린다.

[개최시기 갈등] 여성영화제 끼어들기에 인디포럼 불쾌

 6월 5일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인디포럼2014' 폐막식에서 밀양할매들에게 올해의 얼굴상을 수여하고 있다

6월 5일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열린 '인디포럼2014' 폐막식에서 밀양할매들에게 올해의 얼굴상을 수여하고 있다 ⓒ 인디포럼


5월 29일 개막해 6월 5일 막을 내린 '여성영화제'와 '인디포럼'은 일정 조정이 안 된 탓에 개폐막일이 같아 양쪽 모두 부담을 안은 채 치러졌다. 여성영화제의 일정이 끼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인디포럼이 피해를 본 경우다. 4월 말 개최되던 전주영화제가 5월 초로 늦춰지고,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일정을 조정한 게 영향을 끼쳤다.

여성영화제는 기존 관객층이 탄탄해 올해도 매진작이 이어지면 활기 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비슷한 인디포럼은 재정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열악한 가운데 고군분투해야 했다.

인디포럼 관계자는 "폐막 전 여성영화제 측에서 내년에는 일정을 하루 정도 조정하면 되겠느냐는 전화가 와서 상당히 인디포럼 의장인 이송희일 감독이 상당히 불쾌했다"고 전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독기'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폭발하기 전에, 스스로 알아채는 눈치 정도는 가졌으면 한다. 정말로 꼭지 돌기 전에 하는 애정의 말"이라며, 또다시 영화제 일정을 겹치게 하려는 의도에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는 8월 개최예정인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순천동물영화제와 2년 연속으로 일정이 겹치게 되면서 난감한 상황이다. 주제나 성격, 개최 장소가 다르지만 부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시기 열리는 영화제 간에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느 한쪽 만이 아닌 양쪽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큰 영화제들의 경우 뒤이어 열리는 영화제들을 고려해 일정 조정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최시기 문제로 속끓이는 영화제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작품 협력] 비슷한 개최시기 어려움 영화 교류로 해결

 2014 FILM LIVE:상상마당음악영화제와 서울 LGBT영화제 포스터

2014 FILM LIVE:상상마당음악영화제와 서울 LGBT영화제 포스터 ⓒ 상상마당음악영화제&LGBT영화제


서울 LGBT영화제의 경우 퀴어영화제와의 날짜 격돌은 피했으나 6일 개막한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이하 상상마당영화제)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두 영화제는 매해 비슷한 기간에 열리지만 경쟁이나 갈등보다는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서울 LGBT영화제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상상마당영화제와 서로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거듭해오다, 올해 처음으로 상영작 중에 한 작품 정도씩을 서로 1회 차씩 나눠 상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쪽 영화제 관객이 교류할 수 있고, 또 영화제끼리 홍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양쪽 영화제 모두 '퀴어'한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명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가 겹쳐서 영화제가 열리더라도 양쪽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교류하는 작품은 LGBT영화제 상영작 <나는 여신이다>와 상상마당영화제 상영작 <벨벳 골드마인>이다. 두 작품 모두 음악적 소재와 함께 퀴어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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