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유화 선수(왼쪽)와 오지영 선수

곽유화 선수(왼쪽)와 오지영 선수 ⓒ 한국배구연맹


기자 : "사고를 쳐놓고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떻합니까?"
박미희 감독 : "하하하. 그래서 제가 문자 드렸잖아요."

프로배구 FA 보상선수 지명 통보 마감 시간이 지난 3일 저녁.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뭔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됐다는 목소리였다.

이날 마감 시간을 불과 20여분 남겨놓고 여자배구 관계자들이 술렁였다. 유일하게 IBK기업은행의 보상선수 지명 명단이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감 시간(오후 6시)을 넘기면 보상선수 지명은 물 건너 간다. 그럴 경우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은 사전에 합의한 사안들이 틀어지면서 혼란은 불가피해진다.

두 구단은 지난 5월 30일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의 김사니 선수를 FA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IBK기업은행이 이효희 선수의 FA 이적에 따른 도로공사 보상선수를 흥국생명이 원하는 선수로 지명해서 트레이드 방식으로 넘겨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한국배구연맹의 FA 규정과 절차에 따라 김사니 FA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신연경)와 보상금(3억7000만 원=김사니 직전 시즌 연봉의 200%)을 흥국생명에게 일단 주고, 이후 도로공사 보상선수와 김사니 FA 보상금을 맞교환하는 현금 트레이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미희 감독 "주예나 있어 곽유화 선택"

우여곡절 끝에 마감 시간을 딱 10분 남겨두고 흥국생명이 요청한 IBK기업은행의 보상선수 명단이 도로공사 구단에 전달됐다. 뚜껑을 열자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선수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곽유화(22세·179cm·레프트)였다.

도로공사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흥국생명이 오지영 선수(27·170cm·리베로)를 선택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실제 박미희 감독도 오후 4시까지 오지영 선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박 감독은 이날 도로공사의 오지영 선수와 곽유화 선수를 놓고 끝까지 고민하다 마감 시간을 불과 30분 남겨놓고 최종 결정했다. 흥국생명 구단 관계자는 "오후 5시 30분쯤 박미희 감독이 곽유화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에 보상선수 지명을 포기하고, 현금 보상을 선택하면서 곽유화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박 감독은 마감 직후 전화 통화에서 "수비형 레프트에 주예나 선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신장이 크고 잠재력이 있는 레프트를 보강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곽유화가 신장이 크고 배구를 예쁘게 잘하는 선수"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곽유화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흥국생명에서 경기 출장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곽유화의 보상선수 이동 기사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이름이 오르내렸다. 곽유화는 지난 시즌 V리그에서 '사과머리 얼짱'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팀 후배인 고예림 선수(21세·177cm·레프트)와 함께 배구 얼짱 쌍두마차로 불렸다.

표승주 GS칼텍스, 신연경 흥국생명행... 현대건설은 '현금'

도로공사의 표승주 선수(23·182cm·센터)는 GS칼텍스로 옮기게 됐다. GS칼텍스는 3일 표승주를 통보했다. 표승주는 이번 FA 기간에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이적한 정대영 센터에 대한 보상선수다. 센터와 레프트 모두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또 김사니 세터의 FA 이적에 따른 흥국생명의 IBK기업은행 보상선수 지명은 신연경 선수(21·176cm·레프트)를 통보했다. 신연경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게 됐다.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한 보상선수 지명권 행사를 포기했다. 김수지 선수의 FA 이적에 따른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현금'(김수지 직전 시즌 연봉의 300%)을 선택했다.

이로써 이효희(IBK기업은행→도로공사), 정대영(GS칼텍스→도로공사), 김수지(현대건설→흥국생명), 김사니(흥국생명→IBK기업은행) 등 초대형 FA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 지명이 모두 완료됐다.

정다은 '조건 없이' 현대건설로 이적... 차희선 복귀 안 해

IBK기업은행의 정다은 선수(24·180cm·센터)도 현대건설로 팀을 옮겼다. IBK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는 3일 "정다은 선수가 오늘 현대건설로 간다. 트레이드가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보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정다은 선수가 우리 팀에서 주전 센터로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선수의 장래를 위해 경기를 뛸 기회가 더 많고, 원하는 팀이 있다면 아무 조건 없이 보내주겠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주전 센터였던 김수지 선수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함에 따라 양효진 선수와 짝을 이룰 센터 자원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그에 반해 도로공사의 차희선 선수(22·170cm·세터)는 지난 5월 초 '배구를 그만두겠다'며 팀을 이탈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서남원 감독과 구단 측의 복귀 설득이 있었지만 요지부동이다.

차희선은 한때 IBK기업은행의 보상선수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효희 세터의 도로공사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IBK기업은행이 차희선 세터를 지명할 생각도 했었다. 차 선수 입장에선 IBK기업은행에서 주전 세터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있었다. 이마저 거부해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이후 김사니 세터는 IBK기업은행과 연봉 2억2000만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렇게 두 선수의 운명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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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곽유화 FA V리그 박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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