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특별기획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정슬기 역의 아역배우 김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주말특별기획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정슬기 역의 아역배우 김지영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유달리 작은 체구에서 나이답지 않은 말들이 연이어 나왔다. 그 말투며 분위기가 그가 연기했던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의 슬기와 꼭 닮아, 몇 번이고 "슬기야"라고 불렀다가 고쳐 말해야 했다. 그러면 아이스크림을 한 입씩 떠먹던 아역배우 김지영은 "괜찮아요, 어차피 다 슬기라고 하는데요"라며 웃음 지었다.

2005년생인 김지영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어렸을 때부터 광고 모델들의 모습을 따라하는 걸 좋아했다니, 지금의 생활이 그저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을 때) 처음엔 놀랐다가 기분 좋은 뿌듯함 같은 게 있었다. 미래가 그려지기도 했다"는 김지영은 "처음 한 번 (연기를) 하고 나서 엄마에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 뒤로 연기를 조금씩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와 동석한 김지영의 어머니는 "옆에서 지켜보기 힘들어 몇 번 그만두자고 한 적도 있는데, 그 때마다 대성통곡을 한다"고 전했다.

▲ '세결여' 아역배우 김지영 양의 어린이날 인사 SBS 주말특별기획 <세번 결혼하는 여자> 정슬기 역의 아역배우 김지영양이 지난 4월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마친 뒤, 어린이날을 맞아 인사를 전했다. ⓒ 이정민


"어른 되면 '세결여' 다시 해보고 싶어..그땐 은수나 채린 역으로!"


 SBS 주말특별기획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정슬기 역의 아역배우 김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수현 작가의 대본은 배우들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히 연기해내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사양도 많다. 김지영은 이를 어떻게 소화해 냈을까. "저도 대사가 많을 때가 있긴 했는데, 어른들이 더 많았으니까요. 외우는 건 괜찮았어요. (웃음) 가끔씩 어려운 낱말 있을 때도 엄마가 설명해 줬고요. 가장 어려웠던 단어요? '패티'요. 그걸 평소에 저는 '고기'라고 했는데... 패티가 뭔지 몰라서 인형 이름인 줄 알았어요. '엄마, 햄버거에 인형이 들어가?' 그랬죠." ⓒ 이정민


<세결여>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장면 중 하나는 계모 채린(손여은 분)이 태원(송창의 분)에 대한 집착으로 슬기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었다. 의붓딸을 지속적으로 학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한다는 설정은 시청자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그만큼 오래 회자됐다. 이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 또한 부담감에 시달렸다. 특히 '때리는 쪽'이었던 손여은은 해당 장면을 촬영하자마자 미안함에 손에 얼굴을 묻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그래도 '맞는 쪽' 김지영은 담담히 주위를 챙겼다. 김지영은 "다행히 한 번에 촬영이 끝났다. 채린 언니(손여은)가 슬퍼서 엉엉 우는데, 가서 '괜찮다, 안 아팠다'고 말해 줬다"며 "사실 찍기 전까지는 '맞을 차례다, 어떡하지?'라며 많이 걱정했는데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때 촬영장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다들 '조용!'이라고 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똑소리 나는 아역배우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덕분에 그는 <세결여> 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촬영장에서 만난 김수현 작가는 김지영에게 칭찬 섞인 인사를 건넸고, 손정현 PD 또한 김지영을 아낀 한 사람이었다. 이지아·송창의·허진·조한선 등의 배우들도 선물을 주는 등 그를 살뜰히 보살폈다. 인터뷰 당일에도 김지영은 들뜬 목소리로 "다음 주에 채린 언니와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지영에게 5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슬기는 '그 나이 또래 아이들보다는 어른스러운,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철이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슬기가 엄마 은수(이지아 분)에게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면 되니까 엄마는 애기랑 아저씨랑 사는 게 좋을 거 같아"라고 고백하는 장면이란다. 김지영은 "슬기와 같은 일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대본을 자주 보고 감정 같은 것도 써 보면서 이해가 됐다"며 "나도 모르게 찍을 때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만큼 김지영은 슬기에게, <세결여>에게 깊이 몰입했다. 그만큼 애정도 크다. 드라마 OST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와 '쏘리' 가사는 진작 다 외웠고, 휴대폰 벨소리도 <세결여> OST였다. 김지영은 "끝났을 때 이제 잘해주셨던 분들을 못 보게 돼서 아쉬웠다"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세결여>를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땐 은수나 채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원은 내 롤모델...전세계에 기사 내서라도 함께 연기하고파"


 SBS 주말특별기획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정슬기 역의 아역배우 김지영이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또래 어린이보다 바쁘게 활동하는 자신을 잘 돌봐주는 가족들에게, 김지영은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엄마도 나 때문에 못 하는 게 있을 거예요. 사람은 자기마다 하고 싶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게 미안하고…. 아빠도 일을 다니는데 그걸 빠져가면서까지 저를 편하게 해주려고 차 끌고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하거든요. 그런 게 정말 고마워요. 가장 미안하고 고마운 건 한 살 위 언니에요. 항상 혼자 있어야 하잖아요." ⓒ 이정민


"대본을 읽는 게 재밌어요. 특히 드라마는 (대본이) 몇 부씩 나오잖아요. 그걸 읽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고 궁금한 부분도 많고, '이건 내가 잘 해내면 칭찬받겠어'라고 기대되는 마음도 생겨요. 영화는 내가 찍고 나면 다 추려서 극장에 탁 나온다는 게 마음에 와 닿고요."

MBC <나는 살아있다>로 좀비가 되어가는 엄마를 지켜봐야 했고, OCN <뱀파이어 검사2>에서는 납치를 당하는 등 김지영은 짧은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갖은 고초를 겪었다. 친구들이 현장 학습에도 가고, 방과 후 문구점에 몰려가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학교에 가면 많은 이들이 사인을 해 달라거나 사진을 찍어 달라며 반가워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한두 명 정도는 자신에게 질투를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김지영은 안다.

그래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고 김지영은 말한다. 노래방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거나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 김지영이 "마음을 조금씩 다져가는" 방법이다. 벌써부터 '사춘기' '슬럼프'에 대한 책을 읽는다며 한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책 얘길 재잘재잘 늘어놓기도 했다. "굉장히 빨리 찾은" 자신의 길이지만, 김지영은 "커서도, 죽을 때까지도 할 것 같다"며 먼 훗날을 내다보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해야 하고, 역할을 대본 그대로 잘 살려야 하니까 배우는 어렵고 힘든 직업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밌다"는 김지영은 "연기를 엄청 잘 하는데도 착하고 성실하고 마음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며 "앞으로 모든 역할을 다 하고는 싶은데, 그 중에서도 사극을 해 보고 싶다. 예쁘면서도 강하고 멋있는 공주마마였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원 언니가 정말 좋아요. 어느 날 언니가 연기한 <시크릿 가든>을 봤는데 이야기도 재밌고 언니도 정말 연기를 잘 하는 거예요. '멋있다'고 생각했고, 반했죠. 그 뒤로 언니의 작품을 일일이 챙겨 봤어요. 또 어느 날은 하지원 언니 책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사서 봤죠. 언니에게도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적혀 있고, 좋은 말도 많이 적혀 있더라고요. (하지원이 좋다는) 기사를 전 세계에 내서라도 언니와 같이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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