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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4월 24일로 개봉일을 변경하고, 스파이더맨의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메인 포스터를 최초로 공개한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모든 악당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는 설정은 선악이 혼재된 인간 존재의 복잡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영화가 단순한 권선징악적 우화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준다. 몇몇 영화들은 아예 이러한 사연 있는 악당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촉망받던 청년 제다이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섬뜩한 다스베이더가 되어가는 과정을 가슴 아프게 그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2,3>이 대표적이다.

또 북미에서 5월 30일에 개봉할 예정인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말레피센트>는 디즈니의 고전 만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마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말레피센트가 어떻게 인간왕국과 대립하는 마녀가 되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또한 빌런(악당)들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사연 있는 악당'이라는 아이디어를 교집합으로 갖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의 메인 빌런은 그린 고블린(데인 드한 분),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 라이노(폴 지아마티 분)다. 이 중 라이노는 거의 비중이 없고 고블린과 일렉트로에게 포커스가 맞춰진다. 그린 고블린은 오스코프 기업의 회장인 노먼 오스본의 아들로 본명은 해리 오스본이다.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와도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이다. 기업의 상속자로서 부유하게 자랐지만 그는 항상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갈망했다. 하지만 아버지 노먼 오스본은 해리를 10대 초반에 기숙학교로 보내버렸고, 해리는 가족애의 결핍 속에서 아버지를 원망하며 유년기를 보낸다. 

오스코프의 블루칼라 직원인 맥스 딜런(훗날의 일렉트로)은 외톨이였다. 오스코프의 전력망을 설계한 탁월한 엔지니어이지만 성격적 특이함과 외모의 추레함 때문인지 친구가 없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장기간 홀로 지내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병리적 상태를 띠고 있다.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생일파티에 와줄 거라는 망상을 할 정도이다.

하지만 하필 생일에 전력망에 고장이 나고 맥스는 퇴근시간이 되었음에도 내려가 홀로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오늘이 자기 생일이니 좀 봐달라는 하소연을 상사에게 해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직장 동료에게 함께 수리작업을 하자고 도움을 청해보지만 달려와 주는 사람은 없다. 씁쓸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홀로 전력망 수리에 최선을 다하던 중, 맥스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오스코프 이사회는 맥스의 산업재해를 은폐한 후, 이 은폐의 책임을 갓 부임한 해리 오스본에게 뒤집어 씌워 회장직에서 끌어내린다.

그린 고블린과 일렉트로의 공통점, '사연 있는 악당'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이리하여 대기업 오스코프는 두 명의 아웃캐스트(버림 받음 사람, 추방자라는 뜻-편집자 주)를 만들어낸다. 오스코프의 초대 회장 노먼 오스본에 의해 정서적으로 유기된 데다 오스코프 이사회로부터 회장직을 강탈 당하는 해리 오스본, 그리고 오스코프의 부당한 잔업 지시로 산업 재해를 입었음에도 어떠한 보상도 없이 회사 지하실에 버려진 맥스 딜런. 그들은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필연적인 자기증식의 냉혹한 원리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이다.

이제 이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될 준비를 한다. 맥스는 전기감전 사고 후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능력을 갖고 소생하게 된다. 처음부터 사람들을 해칠 의도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능력에 어리둥절해 하며 거리로 나온다. 그러나 맥스는 기괴하고 위협적인 외양 때문에 경찰에게서 총격을 당한다.

경찰의 총격에 분노한 맥스가 전기충격으로 모든 경찰차와 경찰들을 날려버리는 모습은 <크로니클>의 데인 드한(앤드류 데트머 역)이 경찰들의 총격을 염력으로 막아내며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과 겹쳐진다. 소외된 외톨이들을 향해 점증하는 폭력의 옥죄임이 그들을 어떻게 괴물로 만드는지를 극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인 것이다.  

맥스는 급히 출동한 스파이더맨에게 제압당해 정신병원에 갇힌다. 이 때 회장직에서 물러나 야인이 된 해리 오스본이 몰래 정신병원에 잠입해 맥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해리는 일렉트로의 도움을 받아 오스코프 비밀 지하실에서 그린 고블린 수트와 슈퍼거미 혈청을 얻고, 일렉트로는 세상을 향해 맘껏 복수를 하자는 것이었다. 자신이 왜 해리를 도와야 하는지 일렉트로가 고민하던 중 보완요원들이 들이닥치고 해리가 붙잡혀 끌려나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다.

이 때 삼손이 밧줄을 끊듯이 일렉트로가 결박을 푸는 괴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던 것은 해리의 이 외침이었다."맥스! 나도 버림받는 심정이 무엇인지 안다고!" 일렉트로와 그린 고블린은 이렇게 소외당했던 아픔을 공유하면서 강력한 안티 히어로가 된다. 이후에는 폭주하는 일렉트로와 그린 고블린을 막기 위한 스파이더맨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괴물' 만들어낸 오스코프, 거대자본에 대한 우려 담긴 장치?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괴물이 끈질기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견고한 구조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구조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수렴하는데, 바로 '오스코프'다. 오스코프에서는 온갖 권모술수와 약자에 대한 억압과 소외가 발생하고, 그들이 음험하게 수행하는 과학실험에 의해 초능력을 가진 빌런들이 속속 태어난다.

이번 영화에서는 다음 시리즈에 대한 복선들이 곳곳에 들어 있는데, 극중 해리 오스본이 찾아보는 컴퓨터 파일목록에는 'Venom Storage 7-U'과 'Dr. Morbius File'이 있어 향후 시리즈에서 빌런 '베놈'과 '닥터 모비어스'가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그린 고블린 수트가 있던 오스코프의 비밀 룸에서 빌런인 '벌처'와 '옥토푸스'의 수트도 보관되어 있었다.

이에 더해 맥스에게 생일에도 잔업을 시킨 직장 상사인 알리스테어 스미스는 훗날 '얼티밋 스파이더 슬레이어'라는 악당이 되는 원작 코믹스의 인물과 이름이 일치한다. 한마디로 오스코프는 빌런들의 인큐베이터이자 복마전인 셈이다.

<레지던트 이블>시리즈의 '엄브렐라'나 <로보캅>의 'OCP'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오스코프'는 거대자본에 의해 시장사회화가 가속화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스며있는 영화 속 장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적 장치로 인해 우리는 개별 빌런들의 악함 자체를 비난하는 데 함몰되지 않고, 그것들을 초래한 사연과 배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소니 픽쳐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3편과 4편 뿐 아니라, 빌런들을 주인공으로 다룬 두 개의 스핀오프 영화로 <베놈>과 <시니스터 식스>를 계획하고 있다. 관객은 향후 몇년 안에 좀 더 자세하고 깊은 사연을 담은 악당들을 스크린에서 만나보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규남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pellicks51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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