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IA 좌완 에이스 양현종(26)이 또 한 번 눈부신 호투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지난 1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프로야구 롯데와의 시즌 2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양현종은 7이닝 8탈삼진 2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양현종은 자신의 시즌 첫 등판이자 챔피언스필드 개장 경기였던 지난 1일 NC전(1-0)에서도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홈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무등야구장 시절부터 개인 홈 7연승이자 챔피언스필드 개장 이후에는 양현종이 등판한 두 번의 홈경기는 모두 매진 사례까지 기록하며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갔다. 시즌 2승째로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2실점(1자책)에서 타선과 수비지원 부족으로 첫 패전투수가 되었던 아쉬움도 깔끔하게 만회했다.

소속팀 KIA에게도 의미가 큰 승리였다.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KIA는 하루 전인 11일에는 안방에서 롯데에 장단 24안타를 내주며 무려 20실점을 허용하는 치욕을 맛봤다. 올시즌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이었다. 팀의 3~5선발이 줄줄이 무너졌고 불펜과 수비마저 총체적으로 붕괴된 상황이라 그만큼 양현종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전날 KIA 투수들의 한을 대신 설욕하듯 양현종은 롯데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날 볼넷을 4개 내주기는 했지만 후속타자를 연이어 범타로 처리하며 별다른 위기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양현종이 승부구로 자주 구사한 슬라이더는 칼날 같은 제구력으로 롯데 타자들을 수차례 현혹 시킨 난공불락이었다. 마지막 이닝이던 7회 2사후 강민호의 2루타와 전준우의 볼넷을 잇달아 허용한 것이 최대 고비였지만 대타 장성우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끝내 실점을 허용하지않았다. 투구수 106개를 기록하며 8회부터는 김태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KIA는 양현종이 내려간 이후 김태영과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가 1이닝씩 맡으며 영봉승을 합작했다. 올시즌 세 번째 영봉승을 기록한 KIA는 그중 두 번이 양현종의 등판경기였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나머지 한 경기는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이 등판했던 4일 두산전(6-0)이었다. 모두 전날 대패의 후유증을 벗어나는 귀중한 승리였다. 최근 연이은 마운드 난조로 불펜 과부하가 극심했던 KIA는 양현종과 홀튼이 등판한 경기에서 불펜투수들의 소모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누렸다.

양현종은 홀튼과 함께 자책점 0.45로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두 선수는 6경기에서 총 40이닝(각각 3경기 20이닝)을 합작하며 초반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양현종은 탈삼진에서도 21개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양현종은 그간 웬지 앳되고 연약한 막냇동생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올시즌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양현종에게는 마치 한화 시절 KBO을 호령하던 류현진(LA 다저스)의 향기를 풍긴다.

류현진은 소속팀 한화가 암흑기를 맞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던 와중에서도 에이스로서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꾸준히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소년가장'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든든하지 못한 뒷문과 기복 심한 타선의 지원 속에서도 흔들림없는 멘탈은 류현진을 리그 최고의 투수로 성장 시켰다. 차세대 대한민국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을 1순위로 부상한 양현종에게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KIA는 지난해 4강탈락에 이어 에이스로 활약하던 윤석민마저 미국으로 진출한데 이어 서재응의 불펜 전환, 김진우의 부상 등으로 사실상 양현종이 에이스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외국인투수 데니스 홀튼도 있지만 역시 현재 KIA를 대표하는 투수는 양현종이다. 류현진, 윤석민 이후 대형투수 기근과 외국인 타자의 등장으로 인한 타고투저 바람 속에서 양현종은 시즌 초반이지만 당당히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KIA 팬들의 막힌 갈증을 뚫어주는 양현종의 맹활약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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