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은미

가수 이은미 ⓒ 네오비즈컴퍼니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이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2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가수 이은미 역시 어느덧 데뷔 25년을 맞았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데뷔 초, '20년쯤 (음악을) 하다 보면 자유롭고 겁날 게 없겠지'라고 생각했던 이은미는 "25년이 흐른 지금, 조금 아는 것 같으니까 더 난처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한 인간이자 음악가로서 '어떻게 이 시대를 멋지게 살다 갈 것인지'를 궁리한다는 이은미를 만났다.

"관심을 끊은 사회...'아직 희망은 있다' 노래하고 싶었다"

미니앨범 < Spero Spere(스페로 스페레) >는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의미의 라틴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노랫말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 짜고, 콘서트를 하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느꼈다는 이은미는 "누군가에게 '괜찮아. 아직 희망은 있어' '다시 기운 내봅시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면서 "숨 쉬는 한, 희망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스페로 스페레'라는 말을 앨범 제목으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가 '관심'이다. 사회가 급변하다 보니까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어지고, 오로지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부모, 형제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현실에서 '괜찮아. 네 모습 안에 너를 지탱할 수 있는 큰 에너지를 꺼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고 싶었다. 록과 블루스, 소울이 기본이다. 숨쉬기 버겁지 않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헐렁하게 만들려고 했다."  

 가수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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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담긴 5곡 중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와 수록곡 'Happy Blues(해피 블루스)' '괜찮아요'의 가사를 쓴 이은미는 "좋은 구두처럼 딱 맞는 노랫말이 나오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가슴이 뛴다'의 가사는 작곡가 윤일상에게 두 번이나 퇴짜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편곡은 순식간이었다. 애를 많이 먹었지만 '가슴이 뛴다'의 편곡은 30분 만에 마무리했다고. 그는 "작업실에서 윤일상과 껴안고 좋아했다"고 미소 지었다.

"많은 분들이 '애인있어요'를 떠올리면서 '윤일상이랑 했다가 좋으니까 또 했구나' 하는데 그렇게 작업하지 않았다. 되게 많은 분의 곡을 받아서 좋은 것,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추렸다. 실제로 윤일상씨가 '가슴이 뛴다' 이전에 4곡을 줬는데 다 돌려보내기도 했다. 윤일상씨는 내 목소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이은미답다'고 하는 부분들 말이다. 내 목소리로 표현되어야 할 것들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  

급변하는 가요계..."이동통신업계의 수수료, 어마어마하다"

LP부터 테이프, CD를 거쳐 MP3 파일까지. 이은미는 지난 25년간 가수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던지라 디지털 시스템이 안기는 서걱거림 속에서도 듣는 이들이 조금 더 소리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MP3로 노래를 못 들어서 휴대용 CD플레이어를 늘 들고 다닌다"는 이은미는 "디지털로 녹음되지만 연주자와 함께 노래하는 등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려고 노력한다"고 털어놨다.

"앨범은 실물로 들었을 때의 뿌듯함이 있다. 이건 디지털 방식이 가지지 못한 거다. 예전처럼 음악이 소장되지 못하고 소비되는 것은 음악가들에게 불행이지만, 진심과 진정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안을 받고. 나는 소비하는 형태로 음악을 배우지 못했다. 소장하는 형태로 배웠기 때문에 내가 가장 편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가수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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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음원차트의 1위가 바뀌는 현실에 대해 이은미는 "적응을 못 하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은미는 "많은 분들이 일상의 한 부분처럼 끼워 맞춰지는 음악을 원하기 때문에 소프트한 음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세상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지만, 다양성을 챙기기 이전에 너무 흥행에만 몰두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있다"고 했다. 금전의 논리에 휘둘리는 바람에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꺾여 버리는 뮤지션을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한국처럼 이동통신업계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는 나라가 없다. 태국은 20% 정도밖에 안 되는데 한국에서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가져간다. 음원제작자협회의 몇 명이서 결정을 내려버린 거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큰소리 한 번 못 내는 게 현실이다. 인정받은 음악가가 다음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양분 정도(의 수익)는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단번에 끊어지지는 않겠지만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무대가 마지막이라도 후회 없이 손털 수 있었으면"

방송보다 무대를 즐기는 이은미는 MBC <나는 가수다>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등에 출연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방송의 힘"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부딪힘을 경험하며 '뮤지션의 자리를 고수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라는 최고의 별명이 있지만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어느 날, 내가 그 별명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시하지 말고 틀을 깨보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음악은 창조적인 일이다. 세상에 전혀 없는 소리,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압박감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냈을 때 더 큰 쾌감을 느낀다. 나는 항상 열려 있으려고 한다. 스스로를 규정지으려고 하지 않아야 새로운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좌충우돌하면서 이제는 나도 뭔가를 표현할 수 있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삶까지 녹인 것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아직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았다."

 가수 이은미

ⓒ 네오비즈컴퍼니


이은미는 25년 동안 가수로 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진심을 전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쁘게 노래하길 포기하고, 온마음을 다해 전해야 할 것을 노래하며 살아있을 수 있었다고. 이은미는 이를 두고 "목소리의 힘"이라고 했다. 과거의 이은미는 '이렇게 노래하는 데도 안 들어줄 거예요?'라며 악에 받쳐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은미는 '잘해왔어. 지금 관둬도 좋아'라는 생각으로 노래한다.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내가 결정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안 들어주면 그대로 사라질 거다. 음악에 생명력과 호흡을 불어넣는 건 듣는 사람들이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예전에는 나도 조용필 선배처럼 규모 있는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무대가 끝나고 돌아섰을 때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 무대가 없더라도 '여태까지 잘해왔어' 할 수 있었으면. 이 무대가 마지막인 걸 모르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봐 그게 제일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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