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봄맞이 개편'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전진국 편성본부장(가운데)이 개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KBS TV, '봄맞이 개편'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전진국 편성본부장(가운데)이 개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KBS가 2014년 봄 TV 개편의 핵심 방향으로 내세운 것은 '수신료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영성 강화'다.

이를 위해 KBS는 차상위 계층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그램 <소중한 나눔의 이야기>(1TV), 시민의식 고취를 위한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2>(1TV), 창업 서바이벌 <대한민국 창업프로젝트 천지창조>(1TV) 등을 신설했다. 매일 주요 이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시사진단>(1TV)도 첫 선을 보인다.

2TV는 지난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됐던 <밥상의 신>이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으며,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계의 이슈를 다루는 <따봉 월드컵>을 신설했다. 앞서 방영된 <밀리언셀러> <대변인들>을 비롯해 정규 편성을 목표로 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공소시효> <미스터 피터팬> <나는 남자다> <두근두근 로맨스 30일>까지 총 6편 제작된다.

3일 열린 2014 KBS 봄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전진국 편성본부장은 "경쟁력과 공영성을 다각도 평가, 5월 중으로 정규 편성될 프로그램을 선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규정 어기고 스타 영입하려던 KBS의 무리수, 상처만 남겼다

최근 KBS 안팎에서는 개편 및 인사이동 문제 등으로 크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먼저 <시사진단>의 경우 처음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을 진행자로 선정했다가 내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백번 양보해서 고성국이 시사 프로그램에서 여당 성향의 패널로 출연할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의 중심에서 공정성과 균형 감각을 갖고 진행을 해야 할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MC가 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KBS는 고성국 대신 내부 인사인 황상무 기자를 진행자로 낙점했다.

이 때문인지 3일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시사진단> 황상무 기자는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황 기자는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패널이 주인공이지 진행자가 주인공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패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 드리고,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면 정확히 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기자는 "KBS가 주도하는 진정한 시사진단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보여주도록 하겠다"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신뢰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KBS의 품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시사진단> 진행자인 황상무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시사진단> 진행자인 황상무 기자. ⓒ 이정민


이어 KBS는 전현무 전 KBS 아나운서를 브라질 월드컵 캐스터로 영입하려다 파문을 일으켰다. 2006년 K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전현무는 2012년 9월 퇴사했다. KBS 내부에선 전현무를 기용하려는 시도가 '퇴사한 아나운서들은 3년 간 KBS 프로그램 출연을 제한한다'는 내부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소식이 바깥으로 알려지자 KBS는 조우종 아나운서가 브라질 월드컵 캐스터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가 내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전현무를 영입하려 했던 것이 지난 소치 올림픽에서 '김성주 카드'로 재미를 봤던 MBC처럼 스타를 내세워 월드컵 중계 주도권을 잡으려 던진 '무리수'라는 비판은 유효하다. 이러한 지적에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KBS 측은 "기사에 나온 그대로"라며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논란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상처도 여럿 남았다. 원치 않게 세간의 입에 오르내려야 했던 전현무는 3일 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제의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캐스터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자체 모니터에도 임했지만, 결국 고사했다"며 "마음이 편치 않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KBS 아나운서들과 양대 노조는 '제 밥 그릇 챙기기'라는 일각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논란에 기존 발표한 입장만 고수...'잔칫날이니 질문 자제해 달라'?

이 와중에 조건진, 전인석, 서기철 아나운서 등 스포츠 중계에 있어 20년 상당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으로 꼽히는 이들이 엉뚱한 곳으로 발령을 받으며 논란은 다른 방향으로 번졌다. 특히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중계가 예정된 현 시점에서 이들이 수원센터운영부와 지역정책실 등 직무와 상관없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은 전현무 영입을 반대한 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KBS는 이를 "상위직급의 비효율화를 막고 적정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이뤄진 인사였다"며 "상위직급에서는 방송업무뿐만 아니라 업무의 보폭을 넓혀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실무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회사와 본인 발전을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감사원에서 '상위직급 인원이 과다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KBS TV 봄 개편 설명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전진국 편성본부장이 개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KBS TV 봄 개편 설명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전진국 편성본부장이 개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길환영 KBS 사장 물러나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길환영 KBS 사장 물러나라"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14 KBS TV 봄 개편 설명회'에서 언론노조 KBS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반면 KBS 새노조는 "방송분야에서 참여도가 가장 높은 아나운서들을 방송이 아닌 부서로 보내는 게 인력을 활성화하는 것인가"라며 "방송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온 분들이 수원센터운영부, 지역정책실 등에서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맞서고 있다.

3일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 설명을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전진국 편성본부장은 기존에 발표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개편설명회는 잔칫날과 같으니 이를 감안한 질문을 해 달라'는 KBS 측과 '최근 일어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질문을 해야겠다'는 취재진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전진국 편성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스포츠 캐스터의 공백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조우종 등 후배 아나운서도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다가오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KBS가 당초 전현무의 기용을 검토했다는 사실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진정으로 KBS가 내부 인력의 역량을 인정하고 가능성을 믿었다면, 스타에 기대 흥행을 노리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KBS의 모순된 발언은 '인력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는 고참 아나운서들의 인사이동 배경에도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게끔 만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간 <6시 내고향>을 진행하던 가애란 아나운서가 <좋은나라 운동본부2>의 한 코너를 진행하게 된 것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KBS 새노조는 이것이 일선 제작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정된 것으로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지난 1월 <진품명품> MC 교체 사건 이후 KBS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사항을 어긴 셈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KBS는 3일 "1년 전부터 제작진이 MC 교체 요청을 한 상태였다"고 밝혔으나, KBS 새노조 측에서는 1년 전 제작진과 현재 제작진이 다르다는 점을 들며 이 해명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KBS 전현무 조우종 가애란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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