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아>에서 노아 역할을 맡은 러셀 크로우.

영화 <노아>에서 노아 역할을 맡은 러셀 크로우. ⓒ CJ E&M


*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반 기독교적인 뉴에이지 영화"
"<노아>, 일루미나티(반기독교 집단)의 어젠다를 담아내다"

영화 <노아>가 성경을 왜곡한 반기독교적인 작품이라는 주장이 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개봉 전,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를 교회나 소모임 등을 통해 단체 관람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성경과 다른 부분들이 많고 반기독교적인 색채도 있다는 평론가들의 분석에 예매를 취소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기독교인과 유대인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을 때도 '성서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은 <노아>는 감독의 의지대로 재편집 없이 28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 가장 성서적이지 않은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창세기 6∼8장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허구의 인물과 설정을 도입한 것. 

<노아>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나 이야기의 흐름 등은 성경과 다른 부분이 많다. 그럼 이 <노아>는 반기독교적 영화일까? 이와 관련해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만나교회에서 미디어 담당 목사로 5년째 목회를 하고 있는 임영광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미국에서 신학과 더불어 영화연출도 함께 전공했다.

"기독교인들, 오히려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영화 <노아>에서 방주를 만드는 장면

영화 <노아>에서 방주를 만드는 장면 ⓒ CJ E&M


- 영화 <노아>, 어떻게 보셨어요?
"화제작이기도 하고 신도들이 '그 영화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개봉하고 되도록 빨리 극장에 가서 봤습니다. 성경이랑 맞는 내용도 있지만 다른 내용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것을 구별해 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 성경이랑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두발가인이 노아의 방주에 탄 것이죠. 원래 성경에는 노아의 방주에 노아와 그의 아내, 세 명의 아들과 그들의 아내까지 8명이 탔다고 기록이 돼 있어요. 두발가인은 없죠. 근데 영화에서는 두발가인이 배의 창문을 올라타던데 그게 다릅니다.

또 다른 것은 감시자들. 영화에서 보면 타락천사들이 빛으로 내려와서 인간들에게 불을 전달해줬고 그걸 창조주가 괘씸하게 보고 돌에 가둬버렸다고 하는데, 성경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어요. 또, 쌍둥이를 낳아서 죽이겠다거나 살리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성경에 없어요. 제가 봤을 때 감독이나 작가가 억지로 8명이 되게 끼워 맞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쌍둥이 둘을 낳으면 노아의 가족은 총 8명이 되니까. 그럼 어쨌든 살아남은 사람은 8명이 됩니다."

- 일반 대중들도 '노아의 방주'는 성경을 넘어선 구전처럼 막연하게는 알고 있는데요. 기독교인이 아닌 관객들은 이를 어떻게 볼까요?
"비 기독교인들은 오히려 이 영화 때문에 성경적인 인물의 '존재'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노아가 그냥 신화 속 인물이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영화를 보면 어쨌든 성경 속 인물이 저렇게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물론 영화 속에 여러 캐릭터는 허구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은 알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서 <노아>가 반기독교적인 사상을 담고 있어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어요.
"신앙의 경륜과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성경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은 영화의 스토리를 다 믿지 않고 걸러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기독교인이지만 성경에 대해 잘 모르는 신앙인은 성경을 다시 한 번 펼쳐서 읽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창세기 부분을 다시 읽고 어느 부분이 영화와 같고 달라서 논란이 되는지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저는 오히려 기독교인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청나게 잔혹한 스릴러나 공포물, 굉장히 선정적인 영화 등은 그냥 다 보면서 유독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는 실제와 다르다는 이유로 보지 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보고 다른 것이 무엇인지, 진짜 성경적인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게 더 좋은 태도인 것 같아요. 무조건 보지 말라고 하면 그건 기독교인으로서 편협한 태도죠."  

-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도록 유혹한 뱀의 허물을 노아가 간직하다가 자손에게 물려주는 대목도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이 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창세기에서 뱀은 창조물 중에 가장 간사하고 간교한 동물로 표현돼 있어요. 성경에 나오는 뱀은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고 에덴동산에서 저주를 받아서 땅을 기어 다니면서 흙을 먹는 존재가 됐죠. 사단을 대표하는 이미지이고요. 단순히 뱀이 영화에 많이 나오니까 반기독교적인 영화라고 규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뱀의 허물을 팔에 감는 장면은 하와가 뱀의 말을 듣고 하나님의 말을 어긴 잘못을 기억하자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약속을 줬는지, 뜻을 기억하자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죠."

 영화 <노아>에서 노아의 며느리로 출연한 엠마 왓슨.

영화 <노아>에서 노아의 며느리로 출연한 엠마 왓슨. ⓒ CJ E&M


- 감독은 <노아> 통해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요?
"영화의 엔딩에 노아의 며느리가 실의에 빠진 노아에게 '창조주께서는 당신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이 대사에 감독의 메시지를 담은 것 같아요. 앞서 노아가 며느리의 자식인 쌍둥이를 죽이려 하다가 포기하며 죽이지 못 하는 이유로 '내 안에 이미 사랑이 있었다'고 하잖아요.

감독이 하고자 했던 말은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악의 근원인 인간의 생존을 끊으려고 했지만 새 생명을 통해 느끼는 '사랑'의 마음으로 자유 의지, '선택'을 한 것이죠. 인간은 정의를 추구하려 했지만 정의도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으로 인간의 선택이 개입됐고요.

그런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은데, 외적으로는 판타지적으로 포장해서 블록버스터 흥행작을 만들려고 한 상업주의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영화의 의미나 메시지보다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도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 단도직입적으로, <노아>는 반기독교 영화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노아>는 성경적인 내용도 담고 있고 성경과 맞지 않는 내용도 담고 있어요. 창조주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하나님의 음성을 구하는 장면, 신의 뜻을 구하는 인간의 고뇌 등은 충분히 신앙적인 관점을 보인 것 같고요. 반면에 성경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도 있는데, 성경과 같지 않다고 해서 '반기독교'라고만 이분법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노아 블랙스완 대런 애러노프스키 러셀 크로우 엠마 왓슨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