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의 조희문 인하대 교수.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의 조희문 인하대 교수. ⓒ 성하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조희문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 영화계가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조희문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채용 과정에서 한 지원자로부터 힘을 써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 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조 교수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조 교수의 구속 소식에 영화계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가 영진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영화계와 감정적으로 극심하게 대립했고, 독립영화제작지원심사에 개입해 해임되는 등 부정과 비리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구속 소식을 전하며 "실력도 없는 분이 영화판을 이념전쟁터로 만들더니 비리혐의로 구속됐다"고 꼬집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 역시 트위터에 "좌파가 영화계를 장악해서 문제라면서 온갖 전횡을 휘두르다 해임되었던 조희문 전 영진위원장이 교수 채용 비리로 구속됐다"면서 "저 쓰레기 범죄자 때문에 밤새워 성명서 쓰고 땡볕에 항의 시위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보냈던 영화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게 참 허탈하다"고 묵은 감정을 나타냈다.

이송희일 감독은 "영진위원장할 때 그 난리를 치는 바람에 여전히 독립영화 쪽은 상처가 아물질 않고 있는데, 이렇게 엉뚱하게 채용 비리로 가시다니 참 덧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영화 <자가당착>을 제작한 곡사필름 김선·김곡 감독은 "채용 비리로 구속된 조희문의 진짜 죄는 독립영화협회 탄압, 미디액트 공공미디어센터 탄압, 영진위 독립영화제작지원 파행 등 독립영화죽이기"라며 "구속은 당연하지만 살인자가 사기죄로 잡힌 것 같아 분하기만 하다"며 독립영화계에 쌓여있는 앙금을 드러냈다.

한 보수 진영 영화계 인사는 "조 교수가 잘못을 했더라도 평소 주변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라면 빈말이라도 위로를 해 줄 수도 있을 텐데, 다들 너무 당연하고 잘됐다는 반응을 보인다"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국민대 지명혁 교수가 동료 시간강사에게 교수 임용을 미끼로 억대 금품을 받았다가 파면됐는데 구속되지 않았다는 게 다르지만, 영상물등급위원장과 영진위원장을 지낸 보수 쪽 교수들이 비리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조희문 교수가 영진위원장 재임 시절 독립영화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선정 결과에 문제가 많다며 항의하고 있는 독립영화인들 앞을 지나고 있다.

조희문 교수가 영진위원장 재임 시절 독립영화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선정 결과에 문제가 많다며 항의하고 있는 독립영화인들 앞을 지나고 있다. ⓒ 성하훈


한편 조 교수가 구속되면서 새로 선임을 앞둔 영진위원장 선정에 영향이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곧 신임 영진위원장이 임명될 예정인데, 현재 일부 교수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영화계의 부정적 분위기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영진위나 문화부 측이 최종 추천 후보자들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영화계 인사들 말을 종합하면, 일부 교수들이 지난 대선 이후 정치권 실세 인사들에게 꾸준히 선거운동을 해 왔고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평론가는 "일부 교수 출신 인사들에 대한 구설수가 많은데, 자칫 영화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양산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조희문 교수의 예에서 보듯 영화계 현안에 대해 엉뚱한 사고와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교수들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문 영진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심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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