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은 없다. 우리에겐 완성도 높은 제본된 대본 뿐."

SBS 수목드라마 <쓰리 데이즈> 측의 이야기다. 이들이 자랑하는 '탄탄한 대본'은 이미 8부까지 집필이 완료된 상태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세 발의 총성과 함께 실종됐다는 설정, 화려한 제작진과 출연진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쓰리 데이즈>는 방송이 시작된 이후로도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건 뭐야?'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첫 회부터 '옥에 티'가 의심되는 설정이 눈에 띄었고,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디테일이 떨어진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그래서! '검증단'을 꾸려 봤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대표적인 의문점들을 검증해 보고, 이에 따라 '옥에 티 지수'를 매겨 봤다. <쓰리 데이즈> 속 옥에 티. 과연 여기엔 어느 정도의 현실이 반영된 것일까?

하나. 충북선 청주역에 '부산발 서울행' KTX가?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3회의 한 장면. 청주역에서 경호관들이 대통령을 찾고있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3회의 한 장면. 청주역에서 경호관들이 대통령을 찾고있다. ⓒ SBS


<쓰리 데이즈> 3회에서 '청주역 4번 게이트에 대기하라'는 대통령의 실종 직전 말에 따라 한태경(박유천 분)과 경호팀이 전부 청주역으로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했다. 그들이 찾아간 4번 게이트에는 KTX 한 대가 있었다. 그 순간, "부산발 서울행 마지막 열차가 청주역을 출발하오니 승객 여러분은 열차에 탑승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제 청주역은?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에 위치한 충북선 무궁화호 정차역이다. 무궁화호만 정차하는 청주역에서 서울행 KTX를 이용하려면 근처 오송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원칙적으로 '충북선'에서 '부산발 서울행', 즉 '경부선' 열차가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부선 KTX는 부산, 울산, 동대구, 대전, 천안아산, 광명, 용산, 영등포, 서울역만을 오간다.

이에 대해 제작사 골든썸픽쳐스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청주역에 경부선 KTX가 없다는 부분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름 이유는 있다고. 관계자는 "극 중 '청수대'로 표현된 청남대의 위치가 청주인데, 설정상 대통령이 기차를 타야만 했다(결과적으로 타지 못했지만)"며 "이 때문에 실제로 김은희 작가가 청주역에 사전 답사를 가 봤는데, 대통령이 무궁화호를 타는 것보다는 KTX를 이용하는 게 위엄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옥에 티 지수 : ★★★★★

둘. 시골 분소에서 여경 혼자 야간 순찰을 한다고?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윤보원(박하선 분)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윤보원(박하선 분)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 SBS


윤보원(박하선 분)은 서조 분소에 홀로 배정된 순경으로 20대 중반의 여성인데, 홀로 야간 순찰을 돌고 교통을 통제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아무리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라지만, 야심한 밤에 여경 혼자 순찰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 경찰청 측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실제 여경이 혼자 순찰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적으로 (순찰은) 2인 1조로 하게 돼 있고, 여경 2명이 순찰을 나가는 경우도 없다"고 전한 관계자는 "예외적으로 (여경 2명이)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남자 경찰과 동행해 순찰을 한다"고 설명했다.

옥에 티 지수 : ★★★★★

셋. 7m가 넘는 전봇대에서 감전사고로 추락했는데 멀쩡하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윤보원 순경이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전봇대 위로 올라가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윤보원 순경이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전봇대 위로 올라가고 있다. ⓒ SBS


2회에서 윤보원 순경은 전봇대 위의 수상한 낌새를 감지하고 성큼성큼 올라간다. 겁도 없는지, 심지어 맨손이다. 그곳에서 맞닥뜨린 건 100억 W(와트)의 전류가 흐른다는 EMP탄. 고압의 전류로 근방에 있는 자동차, 통신기기들을 불통으로 만드는 최첨단 무기다.

전봇대의 못을 잡고 있었던 윤보원은 이 EMP탄이 터지는 순간 감전되어 7m가 넘는 전봇대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다리를 살짝 절뚝일 뿐,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 덕분에 이 장면을 본 누리꾼 사이에선 '윤보원 사이보그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두고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감전으로 사고를 당하고 추락을 당하면 멀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선에 의해 크게 감전사고를 당하게 되면 신체절단은 물론이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감전을 당하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전자파 전문가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아주 강력한 EMP탄이 아니고는 사람이 감전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전선이나 전신주에 몸이 닿았을 경우에는 감전된다"고 덧붙였다. 윤보원이 전봇대의 못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류가 흘러 감전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옥에 티 지수 : ★★★★★

넷. EMP탄이 자동으로 터지는 것이 가능할까?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1회에서 윤보원 순경이 발견한 EMP탄은 자동 방식으로 폭발했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1회에서 윤보원 순경이 발견한 EMP탄은 자동 방식으로 폭발했다. ⓒ SBS


EMP탄 폭발을 눈앞에서 목격한 윤보원 순경. 그는 설치된 장치를 손으로 만지거나 흔들지도 않았다. 그저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EMP탄은 타이머에 맞춰 저절로 터졌다. 하지만 EMP탄의 특성상 '수동'의 방법이 일반적이라는 게 방송을 본 이들의 의견이었다. 사실은 어떨까?

전자파 전문가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EMP탄이 꼭 공중에서 떨어뜨려야만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폭발할 수 있는데, 자동 (타이머) 방식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EMP탄의 위력에 대한 질문에 "EMP탄은 굉장히 강한 전자파를 전송해 공중용 무기로도 사용된다"고 밝힌 이 전문가는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앞에 설치하면 중요한 부품들을 파괴해서 전자제품을 못 쓰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옥에 티 지수 : 없음

다섯. 재래시장을 방문해 마구잡이 '먹방' 펼치는 대통령?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1화에서 이동휘 대통령(손현주 분)이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건넨 어묵을 먹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 1화에서 이동휘 대통령(손현주 분)이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건넨 어묵을 먹고 있다. ⓒ SBS


<쓰리 데이즈>가 첫발을 내디딘 순간에도 논란은 일었다. 바로 대통령 이동휘(손현주 분)의 재래시장 방문 장면. 대통령이 등장하자 두 명의 경호원은 강냉이와 상자를 실은 수레를 밀며 길을 튼다. 그 사이로 지나가는 대통령에게 주변의 상인들이 몰려들어 경호원들이 가로막고 있는 틈새로 과일, 어묵 꼬치, 갓 구운 김치전 등을 안긴다. 대통령은 넙죽넙죽 이를 받아먹는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어렵다'는 게 한 언론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의 음식을 먹는 건 사전 협의를 통해 연출된 상황이다"라며 "미리 대통령과 만날 시민을 섭외해 두고, 수행원들이 대통령을 그 쪽으로 안내해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드라마 속에선 섭외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먹을 것을 건네는 걸로 보이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라면서도 "다만 극 중에서 이런 모습을 대통령이 원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대통령 경호실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의 질문에 "대통령이 재래시장에 갈 때는 음식물을 파는 매장에서 사전 검식 활동이 이루어진다"며 "대통령은 안전이 확보된 음식을 먹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드라마와 실제 상황은 다르겠지만, <쓰리 데이즈>가 실제를 나름대로 반영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옥에 티 지수 : ★★★★

여섯. 한태경은 대통령 암살 시도를 왜 전화로 알리지 않았나?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한태경이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있으리라는 걸 알리기 위해 청수대로 찾아왔다.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 한태경이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있으리라는 걸 알리기 위해 청수대로 찾아왔다. ⓒ SBS


'스마트폰은 대체 어디다 써?' 한 누리꾼의 일갈이다. <쓰리 데이즈> 1회 말미, 한태경은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곧장 대통령의 별장 청수대로 달려왔다. 하지만 앞서 실수를 저질러 출입증과 경호관 뱃지를 빼앗긴 탓에 문 앞에서 군인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EMP탄에 의한 정전 사태를 맞았고, 세 발의 총성을 듣고야 말았다.

모든 통신 기기가 마비되는 EMP탄이 터지기 전, 한태경에게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전화로도 충분히 자신이 밝혀낸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는 뜻. 하지만 한태경은 전화를 버리고 굳이 직접 청수대로 달려오는 길을 택했다. 문명의 이기를 신뢰하지 못했던 걸까?

이를 두고 제작사 골든썸픽쳐스 측은 <오마이스타>에 "전화로 보고하면 신빙성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것이다"라며 "한태경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경호실장(장현성 분)이 사건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화로 보고하면 '왜 이런 말을 하지'라고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태경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다"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옥에 티 지수 : ★★

쓰리 데이즈 손현주 박유천 박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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