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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목드라마의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독주가 끝난 후, 줄곧 KBS <감격시대>가 차지했던 1위 자리를, 다시 SBS <쓰리 데이즈>가 빼앗아버리고 만 것이다. <쓰리 데이즈>는 순순히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감격시대>를 추격한 지 2주 만인 13일 4회 방송에서 불과 0.1% 차이로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3일 수목드라마 시청률은 <쓰리 데이즈> 12.7%(전국기준, 이하 동일), <감격시대> 12.6%, <앙큼한 돌싱녀> 8.5% 순으로 1위와 2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쓰리 데이즈>와 <감격시대>의 시청률 격차는 조금씩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쓰리 데이즈>가 뿜어내는 특별한 장점들이 점점 더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BS <쓰리 데이즈>의 한태경(박유천 분).

SBS <쓰리 데이즈>의 한태경(박유천 분). ⓒ SBS


사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3회까지만 보더라도 <쓰리 데이즈>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100억 대작이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에다 돈을 쏟아 부었는지 알 수가 없을 만큼 조악한 스케일에 실망을 했고, 뻔질나게 대통령 암살 시도를 그리는 할리우드 영화의 드라마화를 보는 듯해 이 또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쓰리 데이즈>는 4회부터 작품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암살 시도를 둘러싼 음모의 내용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아졌다. 겹겹이 베일에 싸여 그것을 걷어내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을 한 것이다. 드디어 <쓰리 데이즈>가 시청자들에게 추리의 묘미를 선사하기 시작했다.

함봉수(장현성 분) 경호실장이 대통령을 저격했던 범인임이 금세 드러나게 되면서 약간은 맥 빠진 상태로 출발한 드라마였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통령의 어떤 비리로 인해 함봉수가 그를 저격하려 했던 것이고, 그것을 한태경(박유천 분)에게 덮어씌우면서 도망자와 추격자의 한판 승부로 극의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전부인 듯했다.

그 과정에서 과도한 설정으로 인해 억지스러운 부분이 느껴지고, 할리우드 스타일에 짜 맞추려는 추격전이 어색해 보이기도 했다. 이러다가 웰메이드는커녕 엉성하게 짜깁기한 작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허울만 좋았던 100억 대작이라는 오명을 남기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쉽사리 판단하려 했던 섣부른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쓰리 데이즈>가 4회 만에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다. <감격시대> 역시 굉장한 스케일에 김현중의 놀라운 연기 변신, 매료되기에 충분한 스토리 전개로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인지라, 역전극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였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리 데이즈>가 수목극 정상에 올라선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을 테다.

일단 <쓰리 데이즈>는 한국형 액션 스릴러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4회에서 벌인 KTX 액션신은 리얼하고 역동적이며 세련된 연기의 진수였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본 시리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짜임새 있고 박진감이 흘러 넘쳤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의 격투신 또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 중 하나였다.

현란한 액션만큼이나 스릴러적인 부분에서도 정교함을 지닌다. 이동휘(손현주 분) 대통령의 암살에 연루되어 있는 이들은 비단 함봉수만이 아니다. 신규진(윤제문) 비서실장도 개입이 되어 있는 듯하고, 이번에는 특검까지 끼어들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타래처럼 엮인 사건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고, 그 속에 날카로운 스릴러의 묘미가 채워져 극의 몰입도가 한층 높아져 가고 있다.

 SBS <쓰리 데이즈> 4회의 마지막 장면.

SBS <쓰리 데이즈> 4회의 마지막 장면. ⓒ SBS


<쓰리 데이즈>는 제목에서 보이듯, 시간의 제한을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촬영과 편집은 지극히 계산적일 수밖에 없다. 웬만큼 철두철미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허술하게 흘러갈 수 있고, 긴장감 역시 탄산 빠진 콜라처럼 변질될 수 있다. <쓰리 데이즈>는 이 부분에서 특별한 재주를 부리고 있다. 긴장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구성력이 전문적이다.

날짜와 시간을 중간 중간 집어넣어 시청자가 무언가를 유추해내도록 유도하며, 반복적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 플롯은 약간은 어지럽게 만들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특히나 병원에 누워있는 이동휘를 찾아가는 함봉수와 한태경의 마지막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거기에 날짜와 시간을 박아 놓으며 끝을 내는 마무리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특별한 세련미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주·조연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박유천과 손현주는 분량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극의 두 축을 이루며 중심에 우뚝 서 있다. 또한 장현성, 윤제문, 안길강, 이재용 등의 중견 연기자들의 카리스마는 서로 경쟁하듯 불붙고 있으며, 남자들의 음모전에 끼어든 두 명의 여배우 소이현과 박하선의 존재감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수준에 올라와 있다.

박유천은 <쓰리 데이즈>에 온 몸을 던졌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액션신을 감당하고 있으며, 음모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도망을 다니는 주인공의 심정을 진지한 눈빛으로 연기하고 있다. 아마도 그의 뚝심과 결의가 <쓰리 데이즈>에 힘을 불어 넣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듯하다.

'100억 대작이 고작 이것 밖에 안돼?'라는 비아냥에서 벗어나게 된 <쓰리 데이즈>의 시작은 4회부터다. 시청률도 이날 방송으로 역전이 됐다. 이제 시청자들이 준비해야 할 차례가 아닐까? 볼수록 빠져들게 되는 <쓰리 데이즈>의 시간 안에 들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명탐정이 되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쓰리데이즈 박유천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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