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퓨처스팀 박경완 감독의 선수 시절 등번호인 26번이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었다. 한국프로야구사에서는 12번째 기록이고 SK 와이번스로서는 2000년 팀 창단 이후 최초다.

그리고 또 하나 의미를 부여하자면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최초로 영구 결번이기도 하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이후 김영신, 박철순(이상 OB), 선동열(해태), 김용수(LG), 이만수, 양준혁(이상 삼성), 장종훈, 정민철, 송진우(이상 한화), 최동원(롯데), 이종범(KIA) 등이 영구 결번되는 동안 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은 단 한 번도 영구 결번의 사례가 없었다.

도시별로 보면 프로야구 첫 시즌부터 프로야구 연고팀을 보유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개 도시가 모두 영구 결번 선수를 배출했음에도 유일하게 인천만이 그 영광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리고 프로야구가 33살이 된 올해야 비로소 인천도 영구 결번 선수를 배출한 도시에 합류했다. 인구수로 따졌을 때 서울과 부산 다음으로 큰 지방자치단체임을 감안하면 무척 늦은 합류다.

그렇다면 인천을 연고로 하는 팀은 왜 그동안 영구 결번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을까? 여러 가지로 풀이해볼 수 있다.

자주 바뀐 인천 연고 야구팀

첫째로는 인천 연고팀이 자주 바뀐 탓이다. 1982년 출범 당시 인천을 연고로 하는 팀은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그러나 삼미는 오래가지 못했고 1985년에 청보 핀토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청보 역시 3년도 안 되어 1988년에 태평양 돌핀스로 옷을 갈아입었다가 1996년에는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연고 팀이 되었다.

인천에 대기업인 현대가 들어와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릴 줄 알았지만 현대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 입성을 시도하다가 수원에 잠시 터를 잡은 현대는 모그룹의 공중분해와 함께 다시는 인천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2000년 창단된 SK 와이번스가 무주공산이었던 인천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그런 SK가 창단한 지 1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박경완이라는 첫 영구 결번 선수를 배출시켰다.

 인천 최초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

인천 최초 프로야구팀 삼미 슈퍼스타즈 ⓒ 삼미 슈퍼스타즈


프로야구 출범과 동시에 인천을 연고로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다. 심지어 삼미가 프로 원년에 기록한 시즌 최저 승률(.188)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물론 30승을 기록한 장명부를 앞세워 상위권에 오른 적도 있지만 정말 아주 잠시였다.

이름이 바뀌어도 인천 연고 팀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김진영(현 SK 와이번스 김경기 코치의 아버지) 등을 앞세워 프로 출범 이전 고교야구를 주름잡던 인천 야구였지만 세대가 바뀐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청보를 거쳐 태평양 때에도 인천 야구는 변방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으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하였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현대 유니콘스 시대에는 인천 연고 팀으로서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다. 당시 우수한 선수들도 많았지만 연고지 이전과 팀이 해체돼 그 당시 기록은 더는 인천팀의 것이 아니었다. .

2% 부족했던 영구 결번 후보들

인천 연고 야구팀에 그동안 영구 결번의 영예를 누릴 선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아쉽게도 조금씩 부족한 모습이었다.

장명부는 한 시즌 30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지만 딱 한 해뿐이었고 양승관, 김진우, 김동기는 리그를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에 '미스터 인천'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경기는 아버지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프로야구를 주름잡은 현대에는 스타플레이어가  많았다. 토종 투수로서 마지막으로 한 시즌 20승을 기록한 정민태, 한국프로야구 최초 30-30 클럽(30홈런, 30도루)을 달성한 박재홍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정민태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다가 실패하였고 박재홍은 부상에 자주 시달렸다. 결국 두 선수 모두 영구 결번에 다가가기에는 2% 부족하였다.

이제 박경완을 시작으로 인천 야구에도 영구 결번 시대가 도래하였다. 박경완의 뒤를 이을 만한 예비 주자로는 김광현, 최정 등이 손꼽힌다. 물론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과연 누가 박경완의 뒤를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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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ky_fund/70186501711)에도 게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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