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제국의 부활]의 캐릭터 포스터

[300; 제국의 부활]의 캐릭터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2007년 봄 국내 개봉한 영화 <300>은 그 특이한 제목만큼 국내뿐 아니라 세계 영화시장에 독특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300신드롬'.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300>은 페르시아 전쟁을 배경으로 수만의 페르시아 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그리스 스파르타의 전사 300명의 무용담을 다루고 있다. 지극히 간결하고 평면적인 플롯에도 화끈한 액션으로 흥행 돌풍을 몰고 왔다고 평가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흥행 기록도 300만 명이라는 것이다.

흔히 300스타일이라 부르는 <300>만의 독특한 화면은 크러쉬 기법(특정 이미지가 가진 가진 암부를 일부러 뭉개서 명암비를 극대화해 색의 순도를 높이고 독특한 색채를 구현해 내는 기법)과 광학효과를 이용해 고속촬영과 정속촬영의 절묘한 템포 조절, 그리고 카메라 개각도를 조여 모션 블러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만들어졌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우리는 인물과 배경이 마치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착각이 들 때도 있고, 피와 모래가 튀는 장면의 생생함을 느낄 수가 있다.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했음에도 관객은 마치 스크린에 영사된 가상의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잭 스나이더는 조지 A. 로메로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로 데뷔했다. 이후 <씬 시티>, <데어데블>, <다크나이트 리턴즈> 등의 그래픽 노블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의 <300>을 영화화하기 이른다. 이후에도 <왓치맨>이나 <써커펀치> 등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의 액션을 구사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전편 [300]에서 보여줬던 근육질 전사들의 알통은 여전히 건재하다.

전편 [300]에서 보여줬던 근육질 전사들의 알통은 여전히 건재하다. ⓒ 워너브러더스


그리고 그가 이번에 속편에 대한 무성한 낭설만 존재하던 <300; 제국의 부활>을 들고 나타났다. 물론 이번엔 감독이 아니라 각본과 제작에만 참여하긴 했지만.

좀 생소한 이름인 이번 영화 <300; 제국의 부활>의 노암 머로는 사실 10년 넘게 광고감독의 경력을 쌓아오며 칸 국제 광고제 황금사자상이나 클리오 광고제 등을 수상한 베테랑이다. 2008년 <스마트 피플>로 영화 데뷔를 했다.

사실 혹자는 <300>을 부실한 스토리에도 화끈한 액션으로 성공한 케이스라고 평한다. 그러나 이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300>을 지나치게 비주얼에만 의존한 깡통 액션 영화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혹여나 한 때 영화의 기본인 시나리오를 무시하고 특수효과에만 집착한 개그맨 출신 모 감독 같은 오류를 범하진 않기를 바란다. 같은 감독이 연출한, 비슷한 스타일의 액션 영화 <써커 펀치>가 왜 관객들에게 처참하게 외면당했겠는가?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과 레오니다스 왕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들과 레오니다스 왕 ⓒ 워너브러더스


1편 <300>은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스파르타의 왕과 300명의 전사들이 함께 싸운다는 간단한 내용으로 요약할 수도 있다. 얼핏 보면 뻔한 이야기에 액션의 스케일도 그리 크지 않은데도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단조롭지만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플롯이 탄탄하고 인물의 성격과 행동이 생동감 넘치고 개연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 신화와 역사가 그 깊이를 더해준다.

이번엔 스파르타가 아닌 아테네다!

8년 만에 돌아온 <300; 제국의 부활>은 속편이라기보다는 <300>이라는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확장해 주는 또 다른 이야기로 보는 게 무방할 듯하다. 영화 시작 후 카메라가 트래킹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문이 열린다. 그리고 보이는 300명의 시체들(잠시 전편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 숙연해진다).

그런데 이후 1편에서 죽은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 분)가 등장하고 그와 300명의 전사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어라, 이거 그렇담 속편이 아니라 프리퀄(prequel)인가? 이런 생각을 잠시 할 수도 있지만 영화의 포커스가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 분)으로 돌아가자 '이번엔 스파르타가 아닌 아테네 군을 다룬 스핀 오프(spin-off)인가?'라고 생각할 때 쯤 레오니다스 죽음 이후를 다루기도 하고, 굉장히 복잡하다.

평행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확장이 되는 방식이다.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형식의 플롯을 가진 이 작품은 사실 전작에서 조금은 불친절했던 부분을 보완하여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개연성을 더해주고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관대하다" 하지만 무자비한 액션을 선보인다.

"나는 관대하다" 하지만 무자비한 액션을 선보인다. ⓒ 워너브러더스


1편에서 "나는 관대하다"를 외쳤던 크세르크세스 황제가 어떻게 해서 다리우스 주니어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1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활약한 테미스토클레스가 어떻게 아테네 군을 이끄는 장수가 되었는지 등의 이야기가 더해져 영화의 스케일이 더 방대해지고 내용이 재미있어졌다.

그리스를 벌하기 위해 스스로 '신왕'이 된 이 대머리 황제 크레르크세스와 그를 왕좌에 앉힌 장본인인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 분)의 이야기가 이번엔 에게 해를 배경으로 수백, 수천 척의 함선이 격돌하는 장엄한 해전을 통해 펼쳐진다.

 이 어마어마한 장관을 보라. 거친 바다를 넘어 페르시아군의 해군이 몰려오는 장면

이 어마어마한 장관을 보라. 거친 바다를 넘어 페르시아군의 해군이 몰려오는 장면 ⓒ 워너브러더스


신화와 마법, 그리고 전설이 배가가 되어 더 풍부해지고 깊이가 있어졌으며 증오와 복수, 배신과 사랑의 감정을 주제로 하여 인물들이 벌이는 전쟁과 그들의 행동이 입체적으로 설명된다. 1편에서 조금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 완전히 보완되어 <300; 제국의 부활>을 보는 재미뿐 아니라 이로 인해 전편 <300>을 다시 보는 재미 또한 느껴볼 수 있다.

 아르테미시아 역을 맡은 에바 그린.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르테미시아 역을 맡은 에바 그린. 여전히 매력적이다. ⓒ 워너브러더스


아르테미시아 역을 맡은 에바 그린은 그리스 태생이지만 조국에 대한 배신감에 악랄한 전사로 변한 팜므 파탈을 연기했다. 사악해 보이면서도 왠지 깊은 슬픔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여전사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활을 쏘는 장면이나 검술 장면에서 조금 어색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 물론 그녀를 포함 이번 영화의 많은 배우들이 액션 스쿨에서 피나는 훈련을 했겠지만 그래도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그녀가 자신의 배 안에서 테미스토클레스와 벌이는 육탄전(?)은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팔 다리 잘리고 피가 튀는 액션을 맛 볼 준비가 되어 있나?

팔 다리 잘리고 피가 튀는 액션을 맛 볼 준비가 되어 있나? ⓒ 워너브러더스


팔 다리 잘리고 피가 솟구치는 이 화끈한 액션을 볼 텐가?

그리고 어차피 이 영화가 청소년은 볼 수 없는 성인들의 유희인 만큼 화끈하게 즐기면 더 좋지 않은가? 그래서 어차피 못 볼 청소년 관객은 과감히 배제하고 성인관객을 끌어모을 심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편에 비해 더 과감하고 잔인해진 장면이 많다.

그런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팔 다리가 잘려나가고 눈알이 뽑히며 창자가 흘러나오는, 보고만 있어도 머리털이 쭈삣 서는 느낌을 경험해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3D로 제작되어 더 실감나는 액션과 장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폭풍 속에 수많은 함선들이 진군하는 모습이나 양국의 병사들이 활을 쏘거나 근접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피를 튀기고 함선들이 부딪쳐 나무가 산산조각나는 그런 장면들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내 몸에 튀는 느낌이고 해전을 치르는 함선과 짙푸른 바닷물을 볼 때면 극장 안에서 에어컨을 가동한 것 같은 그런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전편과 비슷하지만 다양해진 유형들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전편과 비슷하지만 다양해진 유형들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 워너브러더스


전작보다 인물들의 감정은 더 깊어졌고 이야기는 풍성해졌다. 그리고 전작보다 조금은 더 사실적인 분위기를 주는 화면은 스펙타클 그 자체다.

전작 <300>이 페르시아 협곡에서 페르시아군을 막는 300명의 전사들의 이야기에 치중한 만큼 약간 시야가 좁다. 또 육탄전에만 초점을 맞춘 만큼 아무래도 미장센이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사실적이고 시원시원한 스펙타클을 보여준다. 전편이 한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전투와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그러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시대에 초점을 맞춘, 한 마디로 대서사시다. 물론 그로 인해 인물이 배경에 묻히거나 이야기가 산만하게 느껴지는 단점은 있다.

옛날 홍콩 액션 영화에서 상투적으로 쓰이던 고속촬영을 영화의 스타일에 맞게 사용한 <300> 이후 이 작품 <300; 제국의 부활>에서도 그러한 기법은 빈번히 사용된다. 이제는 마치 잭 스나이더의 전매특허라고 된 듯하다.

이후 배경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등의 작품에서도 따라할 만큼 고속촬영과 개각도 촬영은 피와 모래가 튀고 팔 다리가 잘리는 검투 액션에 잘 어울린다. 게다가 IMAX와 3D로 관람한다면 관객이 느끼는 시각적 쾌감은 그 배가 되리라.

 이 다리우스 주니어 같으니라고. 은근 섹시가고 귀엽다.

이 다리우스 주니어 같으니라고. 은근 섹시가고 귀엽다. ⓒ 워너브러더스


영화 초반 신왕이 된 크세르크세스 왕의 복수극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어느 샌가 그의 비중은 줄어들고 아르테미시아와 테미스토클레스의 양자대결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이 '관대한' 왕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줄 알았는데 좀 아쉽다.

또한 초반부의 임팩트 있는 등장에 비해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캐릭터로 전락해 아쉬움을 남긴다. 아르테미시아가 그리스에 원한을 갖게 되는 이유도 이해는 가지만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테미스토클레스는 전작에서 제라드 버틀러가 보여줬던 카리스마를 뿜어내지 못한다.

중후반 이후 살짝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은 액션장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겉돌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영화가 그저 그런 영화들처럼 역사를 배경으로 한 뻔한 액션영화로 될 뻔한 위기를 구해낸 것은 고르고 여왕(레나 헤디 분)이다. 전작에서 여왕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나 보다. 이 영화에서 제대로 그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의 액션은 짧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주며 '제대로'다.

 전편보다 스케일이 더 커진 스펙타클을 경험하라.

전편보다 스케일이 더 커진 스펙타클을 경험하라. ⓒ 워너브러더스


진짜 스펙타클한 대서사시를 만들다

노암 머로 감독 이하 제작진들은 프리비즈(pre-vis, previsualization)를 사용하여 영화 촬영 전 각 쇼트들을 미리 애니메이션 포맷으로 만들어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로 인해 효율적으로 액션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가리아 소피아 외곽에 있는 누 보야나 스튜디오에 세트를 설치해 실제 세트와 미니어처, 그리고 CG를 이용해 영화의 스펙타클을 완성했다고 한다. 광활한 세트 주변은 전부 블루 스크린으로 둘러쌓았다고 한다. 블루 스크린을 이용해 아테네부터 스파르타, 에게 해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풍경을 그려내었다.

테미스토클레스 역을 맡은 설리반 스탭플턴은 국내에서도 드라마 <스트라이크 백>으로 많이 알려졌다. 이번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화끈한 액션과 남성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에바 그린과 레나 헤디 등의 여성 연기자들에게 밀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제라드 버틀러가 맡았던 레오니다스가 보여줬던 고뇌와 슬픔 등의 감정이 느껴지지가 않아 평면적인 캐릭터가 된 것 같아 아쉽다.

 여전사이자 팜므 파탈을 연기한 에바 그린.

여전사이자 팜므 파탈을 연기한 에바 그린. ⓒ 워너브러더스


에바 그린은 여전히 시원시원하고 깊은 눈망울과 늘씬한 각선미로 남성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며 직접 검투 액션 장면을 소화해 내며 열연하였다. 관대한 신왕 크세르크세스 역의 로드리고 산토로는 전편 <300>은 물론 김지운 감독의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전편에 이어 고르고 여왕 역을 맡은 레나 헤디는 <더 퍼지>, <쉐도우 헌터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에 출연한 매력적인 배우로 이번 영화에서도 진정한 여왕의 위용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화공을 시도하는 페르시아군.

화공을 시도하는 페르시아군. ⓒ 워너브러더스


또한 반가운 얼굴 하나가 있는데 전편에서 한 쪽 눈을 잃은 달리오스 역을 맡은 데이빗 웬햄이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그 밖에도 전령 역을 맡았던 피터 멘사라든지 곱추 등도 다시 등장해 전편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300명의 전투 이후의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정키 XL은 최근 다양한 영화에서 음악을 맡아 영화 음악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조만간 국내 개봉하는 <다이아버전트>의 음악 역시 담당하였다. 웅장한 북소리와 귀가 찢어질 듯한 강렬한 전자음은 다 정키 XL의 작품이다.

 300; 제국의 전설

300; 제국의 전설 ⓒ 워너브러더스


이 리뷰의 제목이 왜 스파르타인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게 될 것이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스펙타클과 강렬한 액션은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3월 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 때문에 주말 IMAX와 3D 상영관은 전부 매진이 되리라.

덧붙이는 글 본인 블로그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blog.naver.com/mm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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