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정상에서 바닥까지, 대중에게 알려진 이상민의 인생은 유독 롤러코스터를 탔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에서의 이상민 또한 그랬다. 시즌 1과 시즌 2 초반만 해도 '호감' 이미지였던 그는 중반으로 갈수록 시청자의 지탄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상민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다. 결국 그는 총 12개의 메인 매치에서 전승을 거두는 기록을 세우며 '황제' 임요환을 꺾고 최후의 1인이 됐다.

24일 취재진과 만난 이상민은 "이런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보다는 기자 13명을 같은 세트장에 넣고 게임 하나를 그대로 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그러면 출연진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프로그램의 장단점이 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당초 예정된 기자간담회 시간은 단 30분이었지만, 이상민은 "난 오늘 시간이 많다"며 계속해 질문을 받았다. 각종 인터뷰에서 논란에 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이상민이지만, 남몰래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임요환의 눈빛 보고, 우승 욕심 들었다"

- 우승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나.
"사실 못했다. 시즌 1때 준결승전에서 김경란씨에게 졌던 기억이 남아있다 보니, 그 부담이 이번 준결승전때도 있었다. 또 일단 데스매치에 가면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우승이 쉽지 않을 거라고 늘 생각했다. 결승전을 하면서도 끝날 때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끝나고 나니 그제야 '내가 우승했구나' 싶었다."

- 사실 시즌 1때만 해도 그렇게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다른 출연진도 '이상민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고 전하더라.
"시즌 1때 우승을 생각하고 게임에 참여하기엔 모르는 것도 많았고 어색했던 것도 많았다. 그래서 다들 편하게 했다. 다정다감한 방송을 했다고 할까. 게임이지만 가족 같았다. 가족끼리 싸우는 것 같은 느낌? 박은지씨나 성규씨는 진짜 친동생 같았고, 게임을 하면서도 모두가 즐겁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 시즌에서 그 당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는데, '자리 바꾸기' 때였다. 돌아가면서 탈락 대상이 될 수 있는 게임이었는데, 노홍철씨와 내가 그 대상이 되었을 때 그간 우리 편이었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더라. '그만 가 줬으면 좋겠다'하는…. 특히 임요환씨가 웃으면서 날 보는데, 녹화 때도 그렇고 방송을 보면서도 그렇고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내가 무시당하는 것 같은. '안되겠다, 이겨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우승을 향한 집착이 점점 커지다가 불멸의 징표를 찾으면서 더더욱 커졌다."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 CJ E&M


- 공교롭게 이때부터 '방송인 연합' 논란도 커지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아무리 고민하고 게임을 잘 만들어도, 출연진이 게임을 할 때엔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대로 안 흘러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상황이 맞는 사람과 결합하다 보면 (제작진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가 참 묘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시즌 1 때는 (출연진끼리) 사전에 접촉을 해본 적도 전혀 없고, 게임의 이해도도 낮은 상태여서 그 정도(연합)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전 출연진이 시즌 1을 접했고, 미리 공부를 하고 출연하다 보니 기본 상식 외에 여러 가지 발상들을 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여러 가지 일이 생겼던 거다. 제작진이 시즌 3을 만든다면 또 그 출연진은 전 시즌들을 학습할 테니,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 싶다."

- 그렇다면 본인의 필승법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해야 필승법을 찾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말투 등을 살펴보고,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가리기 위해 대화를 하면서 오늘의 게임을 가장 많이 아는 것 같은 출연진을 찾는다. 그런 사람과 손을 잡아야 우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홍진호씨는 답을 어느 정도 스스로 알아야 대화를 시작하는 스타일인데, 나는 답을 알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니까 기준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임요환씨의 단점은 본인의 생각이 100이 있으면 그 중 30만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100을 모두 이해할 거라 생각하면서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데 있다. 그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연합이지만 연합 같지 않은 연합이 되는 거다. 내 장점은 30을 얘기해도 듣는 사람은 내가 100을 얘기한 것 같이 이해하고 이야기를 한다. 그게 또 유리하게 작용했지 않았나 싶다."

"홍진호 떨어졌을 때 안심하면서도 아쉽기도 했다"

- <더 지니어스>에서의 이미지 때문이었는지, <택시> 출연 때도 당신이 소개한 단골집을 두고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러 사람들에게 전화가 왔더라. 뭔가 했더니 그 논란이었다. 이걸 해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런데 해명하자니…변명이 될 것 같았다.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 친구가 함께 가게를 하자고 했고, 그건 2011년에 없어졌다. 그런데 그 상호를 가지고 그 친구의 매형이 다른 곳에 가게를 열고 싶다 했고, 개업 후 갔더니 50% 할인을 해 주더라. 솔직히 적은 폭이 아니라 후배들과 여러 차례 갔다.

그런데 마침 <택시> 팀에서 단골집을 소개하는 코너를 제안했다. 평소 다니는 맛집 3군데에 전화를 했는데 다 오후 8시에는 촬영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그 집에 전화했더니 자리를 내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촬영한 게 다다. 오해 살만 했던 게, 2009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했던 게 인터넷에 남아 있다. 그러니 오해할 수 있는 근거도 있다 싶었다. 그런데 해명하자니 지금 들은 것처럼 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오늘 하루 욕먹지 뭐' 하고 넘어갔던 거다."

 tvN <더 지니어스2: 룰 브레이커> 포스터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포스터 ⓒ CJ E&M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CGV상암에서 열린 tvN <더 지니어스2:룰브레이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방송인 노홍철, 방송인 이상민, 방송인 은지원, 방송인 유정현, 레인보우 재경, 아나운서 조유영, 마술사 이은결, 프로게이머 임요환, 프로게이머 홍진호, 수학강사 남휘종, 해커 이두희, 바둑기사 이다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당시 출연진의 모습. 방송인 노홍철, 방송인 이상민, 방송인 은지원, 방송인 유정현, 레인보우 재경, 아나운서 조유영, 마술사 이은결, 프로게이머 임요환, 프로게이머 홍진호, 수학강사 남휘종, 해커 이두희, 바둑기사 이다혜. ⓒ 이정민




- 결과적으로 <더 지니어스> 출연이 득이었다고 생각하나, 실이었다고 생각하나.

"스스로에게 안타깝다. 일단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내가 있었으니까. 가짜 불멸의 징표를 이두희씨에게 준 거였는데…. 그래도 '여길 나오지 말걸' 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 '왜 이렇게 게임이 끝났을까'하는 생각으로 자책도 하고 남 탓도 해 보긴 했지만.

6회의 경우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나는 분명히 금고를 잠갔는데 열려 있었고, 나에게 불멸의 징표가 있다는 걸 이두희씨가 알아버렸다. (내가 갖고 있는 걸)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풀고 싶었는데 누군가 알아버린 상태였으니, 가짜를 쓰면서 재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결국 데스매치에서 지는 사람이 최종 탈락자인 만큼 메인매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여러 방향으로 재밌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게임을 하는 편인데, 데스매치에서까지 이두희씨가 지는 바람에 논란이 커진 것 같다.

말이 꼬이는데, 출연을 후회한 적은 없다. 사람들이 나를 비난하는 건 감수해야 할 일이지 후회할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다시 6회 데스매치 이야기를 하자면 그건 이두희씨에게 불리한 게임은 아니었다고 본다. 내 옆에는 조유영·은지원씨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다 이두희씨 옆에 있었다. 지나간 일은 접고, 나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했다면 5:3인 상황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 게 다 안 되고, 거기에 은지원씨가 배신을 하면서 (이두희가) 한 번에 졌다. 6회는 엉망이었던 한 회였던 것 같다."

- '왜 이렇게 게임이 끝났을까'고 생각한 건 이유가 뭔가.
"사실 매회 그런 생각을 한다. 나에게 장단점이 있는데, 촉이나 의심 같은 걸로 해답을 찾는 건 빠른데 거기서 정답으로 가는 계산을 하는 게 시간이 걸린다. '신의 판결'(7회) 때도 조금만 빨리 완벽한 주사위를 네 개 정도 만들어 멋있게 딱딱 줬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니 허접한 모습도 보이고, 완벽하지 못한 모습도 보이더라. 또 하나는…내 자신이 패배하고 남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어떨까 하는 후회도 했다. 이기적인 생각이긴 하다. 이겨 놓고 괜히 막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

- 이번 시즌에서 탈락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출연진은 있나.
"홍진호씨가 탈락할 때 많이 그랬다. 현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방송을 보면서 느꼈다. 사실 현장에선 방도 네 개이고 하다 보니 느끼기 힘든 부분이 많다. 나에겐 가장 장한 적수였기 때문에 (홍진호가 탈락했을 때) 우승을 향해 한 발짝 더 갈 수 있는 부분이라 안심도 됐지만, '저 친구가 보여준 플레이를 다시 못 보겠구나'하는 아쉬움이 나 또한 컸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제작진이 홍진호씨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홍진호씨가 떨어지는 날 모든 제작진이 다 슬퍼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웃음)"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의 우승자 이상민 ⓒ CJ E&M


"방송 끝나면 꼭 욕 먹는 사람 생기더라"

- 혹시 시즌 3 제안이 온다면 출연할 건가?
"하지 말아야지. 시즌 2에서 우승했는데 시즌 3에서 초반에 탈락하면 어쩌나 불안하다. 사실 거기까지 고민할 수도 없다. 너무 힘든 촬영이어서, 아직까지 (시즌 3) 생각을 하기엔 좀 부담스럽다."

-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제작진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나.
"출연진 입장에선 일단 데스매치가 너무 싫다. 메인매치에서 다 이겨놓고도 우승을 못했다는 이유로 데스매치에서 지목당해 탈락할 수 있다는 제도가 게임 내내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메인매치에서 우승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겠지만 출연진 입장에선 데스매치가 정말 힘들다.

사실 시즌 1 때는 3위에 굉장히 만족했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줬다. 그런데 이번에 결승까지 올라간 내 모습에는 박수를 못 치겠더라. 시즌 1 때는 '대인배'처럼, 리더십 있게 방송하는 모습도 보였고 방송을 편안하고 재밌게 잘 끌어갔던 것 같은데 시즌 2에서는 내가 봐도 불편한 표정과 행동들이 보이더라. '저렇게까지 이기고 싶었냐'라고 스스로 질문도 했다. 그래서 조금…이번에 결승에 올라갔지만 그게 시즌1 때 모습보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시즌 2의 모든 출연진이 비슷한 후회를 했던 것 같다.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에, 목적을 승리에 두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시즌 3에서는 생방송을 했으면 좋겠다. 사실 시간상 가능한 일이 아니다 보니, 결승이라도 어떻게 좀 생방송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녹화한 걸 한 사이트를 통해 공개를 하면 논란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가장 안타까운 게 그거다. 끝나고 나면 논란에 의해 욕을 먹는 출연진이 생기는데, '(녹화) 전체를 보면 조금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 이번 우승으로 총 6200만 원의 상금이 생겼다. 무얼 할 생각인가.
" 출연진끼리 이야기를 한 게 있다. 떠난 사람이 맛있게라도 (식사를) 먹을 수 있게 매회 1등이 회식비를 내자는 거였다. 그런데 1회부터 12회까지 매회 회식을…. 그 비용을 제하면 <음악의 신> 제작비에도 보탬이 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받은 상금이니, 잘 쓰겠다. (<음악의 신> 다음 시즌을 하겠다는 건가) 말로는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정작 하자고 하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워낙 <음악의 신>을 좋아했던 분들이 많아 그런 형식의 코미디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더 지니어스 이상민 임요환 홍진호 이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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