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수요 공급의 법칙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의 고전이자 절대적 명제인 이 법칙이 최근 국내 영화 한 편에 의해 깨져버렸다.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는 2월 6일 개봉전 개봉전 영화 예매율 1위를 달렸고, 개봉 뒤에도 3위라는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보다 한참 예매율이 떨어지는 작품들보다 개봉관 확보를 하지 못한 채 개봉됐다.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드러난 '차이'

 2월 6일 오후 5시 현재 CGV 영화예매순위

2월 6일 오후 5시 현재 CGV 영화예매순위 ⓒ 누리집 갈무리


 2월 6일 오후 6시 현재 롯데시네마 영화예매순위

2월 6일 오후 6시 현재 롯데시네마 영화예매순위 ⓒ 누리집 갈무리


개봉전 영화 예매율이 1위인 영화라면 보통 300여 개 이상의 개봉관을 확보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30여 개에서 70여 개'라는 식으로 영화관을 간신히 얻어냈다.

<또 하나의 약속>은 현재 전체 영화를 통틀어서 3위의 예매율(4.8% 2월 6일 오후 7시 36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확보했다.

개봉관 확보가 영화 예매율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40여 개관 이상을 열어준 CGV(<또 하나의 약속>보다 적은 예매율을 보이는 영화들도 이보다 더 많은 개봉관을 확보하고 있다)에서의 영화 예매 순위를 보면 예매율 3위(8.1%)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11개 영화관만을 열어준(나머지 영화관은 위탁극장이므로 숫자에서 제외했다) 롯데시네마에서는 예매순위가 7위까지 밀려있다(사실 적은 상영관으로도 예매순위 7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쯤되면 시장경제 원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위력'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뭐라하든, 어떤 이유가 됐든, 초기 상영관 숫자를 적게 만들고 나서 '예매율이 높으면 올려주겠다'는 말로 시간을 끌면 예매율은 어느 정도 이상 나오기 힘들어진다.

총과 칼로 언론을 통제하는 것만이 '언론 통제'는 아니다. 교묘하게 상영관 숫자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얼마든지 묻어버릴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쓰는 현재 100여 개 정도의 상영관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그 숫자의 이면에는 '교차상영' '중심지역 영화관 배제'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편법들이 존재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조금 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하나의 약속 개봉관 CGV 롯데시네마 삼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거대언론의 횡포. 그 앞에 침묵하는 소시민. 우리는 외치고 싶습니다. 모든 시민의 기자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