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 중 한 장면. 진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윤미(박희정 분)와 아버지 상구(박철민 분).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중 한 장면. 진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린 윤미(박희정 분)와 아버지 상구(박철민 분). ⓒ OAL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오는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관 확보 문제로 개봉 직전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민감한 소재 때문에 극장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려진 대로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실제 사연을 소재로 한 이 영화에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들어가 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노개런티로 작업에 참여했고, 시민들은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태는 제작두레를 통해 1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마련했다.

300개 목표였던 상영관, 개봉 하루 앞두고 100개에도 못 미쳐

하지만 이런 열망에도 6일 개봉을 앞둔 <또 하나의 약속>의 개봉관 수는 100개에도 못 미친다. 국내 극장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 3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상영관은 60개 안팎으로 파악됐다.

CGV는 45개로 교차 상영이 아닌 온관 상영이지만, 롯데시네마는 온관과 교차 상영을 포함해 7개 관을 내줬다. 메가박스가 상영관 수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공식입장을 전했지만, 5일 오전까지 10개 안팎으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영 지역 역시 서울의 주요 관은 빠졌다. 특히 롯데시네마는 종로 피카디리 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경기 및 지역 상영관으로 배정했다. 메가박스 역시 강남 지역 주요 상영관이 현재까지 빠진 정황이다.

제작비가 적은 축에 속하지만 <또 하나의 약속>은 상업영화로서 와이드 릴리즈(예술영화·독립영화 전용관이 아닌 전국 극장을 대상으로 한 배급방식) 방식을 택했다. 홍보 및 마케팅 비용 역시 그에 따라 약 12억 원이라는 금액을 책정했다. 이 규모는 국내 30억에서 60억 원대의 상업영화가 들이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하나의 약속> 배급사 올(OAL)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300개관을 목표로 배급을 진행했는데 이 정도의 규모가 나와 당황스럽다"면서 "CGV나 메가박스 측에서 추가로 더 붙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롯데시네마를 보면 사실상 영화를 개봉하자마자 내리라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 등에서 예고편 조회 수가 100만 건 이상이고 현재 개봉예정작 중 예매율 1위인데 그에 비해 극장이 내준 상영관 수와 상영 지역 배분이 아쉽다"면서 "1만 명 이상의 시민이 제작두레에 참여했다는 열망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네이버 기준으로 <또 하나의 약속> 예고편 조회 수는 103만 건 정도다. <수상한 그녀>의 88만 건, <조선미녀삼총사>의 22만 건 보다 앞선 수치다.

대관조차 어려운 현실..."상식적으로 납득 안 돼"

 <또 하나의 약속> 제작발표회 장에서 출연진과 제작진. 오른쪽 끝이 윤기호 PD다

지난 2월 4일 서울 홍대 부근에서 열린<또 하나의 약속> 제작발표회 현장. ⓒ 이정민


이 같은 현상은 이미 극장 대관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3일 오후 배우 조달환이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에 개인적으로 6일 저녁 8시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릴 <또 하나의 약속> 상영회에 친구 300명을 초대한다고 글을 올렸지만 석연치 않은 사정으로 대관 장소는 돌연 강변 CGV로 변경됐다. 

이에 대해 롯데시네마 측은 "대관이 확정된 게 아니었고 가부를 알려주겠다고 통보했는데 배우가 먼저 공지해버렸다"면서 "갑자기 (건대입구점 상영이) 취소된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배급사 쪽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움직임에 대해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올(OAL) 관계자는 "개봉 당일 대관조차 어렵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온라인 예매 역시 다 열어주는 게 아니라 일부만 열어 관객이 예매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고 집행에서도 일부 불이익을 당한 정황이 있었다. 배급사는 개봉을 염두에 두고 극장 쪽과 지난해 12월 중순 무렵에 롯데시네마와 광고 계약을 했지만 광고 집행 일주일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경 돌연 "담당 직원의 실수로 집행을 못 하게 됐다"고 취소 통보를 받았다. 

비슷한 규모의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른 상황..."불공정 거래일 수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철민과 김규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한 장면. ⓒ 또하나의약속제작위원회


<또 하나의 약속>이 처한 상황을 비슷한 규모의 다른 영화에 대입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통상 배급력을 비교하는 지표인 홍보·마케팅·유통 비용과 상영관 수를 따져보면, 사법부 및 국가 권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개봉 당시 배급에 어려움을 겪은 영화 <부러진 화살>(2012)은 약 5억 원의 홍보·마케팅·유통 비용을 들여 개봉 당시 245개의 스크린을 잡고 시작했다. <남영동 1985>(2012) 역시 초기 5억 원의 비용으로 308개(이상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를 잡았다. 절반의 비용으로 3배 가까이 많은 스크린을 확보했다.

<부러진 화살>의 배급사가 당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던 NEW라는 점에서 배급사의 역량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남영동 1985>는 엣나인필름이라는 소규모 배급사임에도 더 많은 상영관을 잡았다. <또 하나의 약속>의 배급사 올(OAL)이 신생이긴 하지만 국내 3대 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에서 10여 년간 배급을 담당했던 이들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능력의 차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또 하나의 약속>과 같은 날 개봉하는 다른 작품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쇼박스 배급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은 10억 초반대의 홍보·마케팅·유통 비용을 들일 예정이며, 약 270개 정도의 상영관을 얻었다. 중소배급사 인벤트디가 담당한 인도 영화 <굿모닝 맨하탄>은 2억 5000만 원의 홍보 비용을 들였고, 90여 개의 상영관을 잡았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는 사실상 불공정 거래일 수 있다"면서 "각 극장이 보다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기준으로 상영관 수를 정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상영관 규모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CGV 측은 "제작비 규모, 출연진, 작품의 완성도 등을 고려해 정한다"면서 "<또 하나의 약속>도 그에 준해 판단했고 흥행에 따라 상영관 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정했다. 롯데시네마 측 역시 "작품의 규모와 흥행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상영관 수를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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