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정무문>의 한 장면. 일본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부의 원수를 갚는 이소룡.

▲ 이소룡 <정무문>의 한 장면. 일본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부의 원수를 갚는 이소룡. ⓒ www.brucelee.kr


설날 연휴를 맞아 다양한 볼거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이젠 전설이 된 이소룡의 정무문이 지난 1월 30일 방영되었다. 이소룡의 화려한 쌍절곤 액션은 보는 눈을 즐겁게 했지만 그 내용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었다.

정무문의 창시자이자 이소룡의 사부인 '곽원갑'이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사부의 죽음에 의심을 품은 '진진'(이소룡)은 우연히 내부에 일본인 첩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사부의 죽음과 관련된 일본인들을 한 명씩 단죄하며 원수를 갚는다는 것이 대략적인 스토리.

스토리는 단순하다. 또 원수를 갚는 과정에서 보는 이소룡의 화려한 액션과 쌍절곤 기술은 티비로 보는 게 무색할 정도로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한다.

<정무문>은 이소룡 사후 수많은 액션배우들이 리메이크 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화려한 액션 때문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바로 스토리다. 정무문의 시대 배경은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던 일제강점기. 중국을 원하는대로 하고팠던 일본에게 스승 '곽원갑'은 눈의 가시같은 존재였고 결국 그를 죽게 만든다. 단지 개인의 복수극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스승과 조국을 위해 일본을 단벌한 진진(이소룡)을 사람들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한다. 좋게 좋게 지내기 급급한 상황에서 굳이 일본과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야 하나 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진진의 사형은 말한다. '그가 옳았어'라고.

결국 마지막에 정무문은 폐쇄 위기를 맞이한다. 일본영사는 진진만 내놓으면 좋게 마무리하겠다며 엄포를 했고 그 얘기를 엿들은 진진은 '정무문만은 무사히 놔두라'는 약속을 받은 뒤 총부리를 겨눈 일본군 앞으로 용맹하게 달려들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정무문>의 마지막 장면 총부리를 겨눈 일본군 앞으로 당당히 달려나가는 이소룡

▲ <정무문>의 마지막 장면 총부리를 겨눈 일본군 앞으로 당당히 달려나가는 이소룡 ⓒ www.brucelee.kr


이 영화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공통점인 일본에게 점령당한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탓이다.

독도가 우리땅이라 말하면서도 일본제품을 애용하고 그들의 역사왜곡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우리의 모습은 이소룡을 제외한 정무문 사람들과 묘하게 닮아 있다. 언젠가 우리도 나지막히 말할 지 모른다. '진진이 옳았어'라고.

"아뵤!"라고 외치는 이소룡의 포효, 특유의 표정연기와 몸짓은 보는 내내 분명 우리를 웃게 했다. 그러면서도 가슴속에 찡한 무언가가 느껴진 이유는 아픔의 역사와 억울함을 지닌 그의 모습이 우리와 닮아서는 아닐까. 저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소룡은 마치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듯하다.

이소룡 정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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