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누나>를 연출한 나영석 PD

tvN <꽃보다 누나>를 연출한 나영석 PD ⓒ CJ E&M


tvN <꽃보다 누나> 종영 후 <꽃보다 할배> 시즌3 촬영을 앞두고 있는 나영석 PD는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꽃보다 누나> 두 번째 여행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이제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미 알려진 대로 <꽃보다 할배3>는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서진 등이 멤버 교체 없이 그대로 출연한다. 그는 2월 초 스페인에서의 <꽃보다 할배 3>를 끝낸 후, 휴식 기간을 가질 모양이다. 다음 방송 계획을 하반기로 미뤘다. 인기에 편중하여 무턱대고 방송을 준비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영석 PD가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비단 <1박2일>을 한때 국민예능으로 만들어 놓고, 강호동과 이승기를 국민 MC로 키웠으며, '꽃보다' 시리즈로 연이은 대박을 터트리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는 절제력을 지녔으며, 인기가 부추기는 욕심에 현혹되지 않은 이성까지 갖췄다.

그가 KBS 사원증을 버리고 케이블 방송사 CJ E&M으로 거처를 옮긴다는 소식이 들렸을 당시, 이것은 꽤 이슈가 될 뉴스거리였다. 적어도 종편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항변이 터져 나왔고, '몇 억을 받았네' '몇 십억에 계약했네' 등의 기사들은 그를 돈의 노예로 잠시 동안 전락시키기도 했다. 여하튼 그가 버젓한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PD에서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입문하는 일은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자. 나영석 PD는 그 어느 때보다 건재하며,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예전보다도 훨씬 거세다. '지상파에서도 못하는 일을 케이블에서 해내다니!'라는 평가가 뒤따르며, 그의 능력은 <1박2일> 때보다 '꽃보다' 시리즈에서 더욱 인정을 받고 있는 듯하다. 이제 더 이상 대중은 그가 CJ E&M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딴죽을 걸지 않는다. 오히려 새 둥지를 잘 틀었다는 칭찬만을 전할 뿐이다.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2013 QR3'의 제작보고회, 김병욱 감독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2013 QR3>의 김병욱 PD. ⓒ CJ E&M


이와 비슷한 행보를 걸은 이로 김병욱 PD가 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시트콤을 가장 잘 만드는 PD로 유명하다. 그의 이력과 현재 보여주고 있는 능력,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대한 기대치는 언제나 그를 시트콤계에서 최고의 연출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데 망설임을 갖지 않게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지상파에서 케이블로의 이동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었다.

사실 김병욱 PD가 케이블로 이동을 한 후 보인 성적표는 지상파에서 주름잡던 시절에 비해 조금은 낮은 점수이긴 하다. tvN을 통해 방송됐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나 현재 방영중인 <감자별2013QR3>가 MBC <하이킥> 시리즈의 아성을 무너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 <하이킥> 시리즈만큼의 이슈가 될 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병욱 PD의 케이블행을 오류라 말할 순 없다. 여전히 김병욱표 시트콤은 독특한 정체성을 확보하며 마니아층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감자별2013QR3>의 시청률은 제작상의 이런 저런 악재 속에서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천재 PD들이 지상파를 떠나 케이블 방송으로 이동하는 일은 그저 우려이기만 했다. 돈으로 매수당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곧 후회할 일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단지 겉으로만 보이는 하나의 단면만을 애써 확대해석 하려 했던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다. 비난도 사라지고, 그들의 능력 발휘에도 그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외려 케이블로 간 천재들의 기치는 그곳에서 더욱 심화되고 드넓은 파이를 자랑하며 눈부시게 발현되고 있는 듯하다. '꽃보다' 시리즈는 <1박2일>보다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지나치게 수위를 조절하여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지도 않았으며, 간접광고나 출연자들의 표현력 제재가 여유로워 더욱 친근한 방송으로 다가오게 됐다.

김병욱의 시트콤 역시 지상파보다 케이블에서 더 큰 창작의 날개를 펼쳐 보이며 유유히 날아오르는 듯했다. 지상파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해지는 이런 저런 제약이나 압력들에서부터 벗어나다 보니, 자신의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그를 추종하는 마니아층은 전보다도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한다. 지상파에서 인지도를 쌓고 대우 잘해주는 케이블로 얌체처럼 갈아타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봐야 할까. 천재들이 지상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면 보다 느슨한 제약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창작인의 본능에 기인했다던가 하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반성은 오히려 그들이 아닌 지상파의 몫일 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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