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회의 한 장면

20일 방송된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회의 한 장면 ⓒ EBS


"대학생들의 삶? 내 삶 챙기기도 힘들어. 다른 대학생들이 어떻게 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취업하려면 해야 할 게 너무 많잖아. 우리에게 원하는 게 너무 많아.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은 '꿈을 가져라' '너만의 길을 가라'고 하거든. 그러니까 이제 애들이 혼란이 오는 거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부푼 마음을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었다. 등록금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취직을 하려면 학점을 따는 것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토익 스피킹에 블로그, 공모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88만원 세대가 맞닥뜨리는 '잔인한 현실'은 어릴 때 상상했던 빛나고 멋지던 스무 살이 아니었다.

20일 방송된 EBS <교육 대기획 6부작-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회 '어메이징 데이'는 전국 10개 대학 44명의 대학생이 말하는 대학 생활을 담아냈다. 미래와 꿈에 대해 고민하기도 전에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20대 대학생들은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학점과 취업 등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었다.

화려한 스무 살?...대학에 그런 건 없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지만, 정작 학생들은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되지 않았기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질문 자체를 두려워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때문에 교수는 학점을 내걸고 질문을 유도해야만 했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팍팍한 현실은 친구와 시간을 맞춰서 점심 한 끼 먹는 것조차 꺼리게 했다. 그러느니 밥 먹는 시간을 아껴서 책 한 장 더 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었고, 외톨이를 자청하는 '아싸(아웃사이더)'도 있었다. '밥터디(밥을 같이 먹는 스터디)'도 생겼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장학금도 받아야 등록금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학교에서 먼 곳에 사는 불편쯤은 감수해야 한다. 간장과 계란에 밥을 비벼 먹는 지방 출신 자취생은 학교에서 휴지와 물을 챙겨오기도 했다.

힘들다고 말하는 20대 혼내기보다, '다독이기' 택해

세상은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그러나 이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술잔을 기울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도 '누구는 이랬다더라' '누구는 저랬다더라'라고 친구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들은 "세상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이날 방송 마지막에는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말하는 대로'가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1회에서는 힘들다고 말하는 20대를 혼내기보다 MBC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가 그랬던 것처럼 젊은이들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길을 택했다.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마음먹는 대로 된다'고 다독였다.

방송에 등장한 20대 대학생들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건, 시청자들 또한 이들처럼 고민하고 현실의 무게에 버거워하던 지난날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덧 의무교육처럼 여기게 된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제도를 통해 20대의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선보일 방송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어메이징 데이 20대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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