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영입을 발표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구단 홈페이지 갈무리.

지동원 영입을 발표하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구단 홈페이지 갈무리.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국가대표 공격수 지동원이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 입단한다.

도르트문트 17일(한국시각)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지동원이 합류하며 계약기간은 4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동원은 다음 시즌부터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를 누비게 된다.

지동원은 전날 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자 독일 언론에서는 지동원을 탐내던 도르트문트가 이적료를 아끼기 위해 아우크스부르크를 통한 '우회 영입'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아우크스부르크보다 자금력이 탄탄한 도르트문트가 직접 지동원에 영입에 나설 경우 '칼자루'를 쥐고 있는 선덜랜드가 더욱 높은 이적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추측은 불과 하루 만에 사실로 드러났다.

지동원의 힘겨운 유럽 무대 정착기

고등학교 시절 영국으로 축구 유학을 다녀온 지동원은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2010년 20살 약관의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공격수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그해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동원은 33경기에 출전해 10골을 터뜨리며 합격점을 받았다. 큰 키에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활동력까지 많은 지동원은 2011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에 입단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동원의 유럽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가끔 인상적인 골을 터뜨리며 기대를 걸었지만 선덜랜드는 충분한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결국 지난 시즌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고 나서야 지동원은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7경기에 출전해 5골을 터뜨리며 아우크스부르크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보낸 6개월 동안 자신감이라는 큰 소득을 얻고 선덜랜드로 돌아왔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선덜랜드에 지동원의 자리는 없었고, 다시 벤치 신세가 되며 코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마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기회가 필요하던 지동원은 역시 새 공격수를 찾아 나선 도르트문트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남은 반 시즌 동안 적응을 마친 뒤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에서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또한 레버쿠젠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과 분데스리가 우승을 놓고 벌어질 선의의 경쟁 역시 한국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르트문트과 레버쿠젠 모두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다.

도르트문트의 미카엘 조르크 단장은 "지동원은 공격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선수"라며 "다음 시즌을 앞두고 이처럼 재능있는 선수를 영입하게 되어 기쁘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스타 제조기' 클롭 감독, 새 작품은 지동원?

1909년 창단한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우승 8회, 독일 포칼컵 우승 3회,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 화려한 업적을 자랑하며 바이에른 뮌헨, 레버쿠젠과 함께 독일 축구를 대표하는 팀이다.

홈 경기 평균 관중이 무려 8만 명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며, 지난 시즌에도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명성에 걸맞은 전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불과 1년 간격으로 간판 공격수 마리오 괴체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해졌고,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지동원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지만 다른 세계적 공격수들보다 이름값이 한창 모자란 지동원이 독일 최고의 명문 구단의 선택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도르트문트의 '스타일'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은 스타 선수를 영입하기보다는 무명의 선수를 스타로 키워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만큼 선수의 잠재력을 찾아내는 안목이 뛰어난 명장이다.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낸 괴체, 레반도프스키는 물론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일본인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 역시 클롭 감독의 손을 거쳐 스타로 성장했다.

그러나 도르트문트는 화려한 명성만큼이나 선덜랜드보다 아우크스부르크보다 경쟁이 더욱 험난한 곳이다. 특히 '게겐 프레싱'으로 불리는 도르트문트의 거친 압박 축구에 녹아들려면 지동원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클롭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원석'으로 지동원을 선택했다. 최고의 스승과 곧 만나게 될 지동원이 과연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세계적인 공격수로 거듭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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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분데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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