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 칠봉이 역의 배우 유연석이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 칠봉이 역의 배우 유연석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드디어 터졌다.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유지태 분)의 어린 시절로 데뷔했던 배우 유연석은 딱 10년 만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로 대중의 확실한 '응답'을 받았다.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여기에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것만 같은 상냥함까지. 그가 연기한 칠봉이는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고, 동시에 자칫 김이 빠질 수도 있었던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찾기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이 칠봉이의 모습에서 밉살스러웠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압서방 선배'나 <늑대소년>의 지태의 잔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의 품에 안겨보겠다고 밀려든 인파로 명동 일대가 마비됐고, 이로 인해 생겨난 '불편'에 사과까지 해야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인기를 지켜보며 샴페인을 터뜨릴 수도 있겠지만, 유연석은 외려 차분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고 운을 뗀 유연석은 인기에 취하지 않은 채였다.

"'응사' 배우들 틈에서 혼자 서울말 쓰려니 몸이 배배 꼬이더라"

- 촬영이 끝나는 순간 많이 아쉬웠을 것 같다.
"신촌하숙에서 2002년 월드컵을 보는 장면이 실제로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찍고 다들 말하지 않아도 눈시울이 붉어져서는 포옹을 했다. 아쉬웠다…기보다는 정이 많이 들었으니까. 이렇게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들과 또 언제 작업할 수 있을까, 하는 섭섭함도 있었다."

- 16강전 결과를 놓고 내기하는 그 장면은 대본 없이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의 성격을 바탕으로 촬영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자상한 칠봉이가 '나는 메이저리거니까!'라고 외치기도 하고. (웃음)
"대부분이 애드리브였다. '나는 메이저리거니까!' 그것도 마찬가지였고. 그 장면에 대사가 많지 않았다. '어떤 선수가 골을 넣는다' 정도? 다들 밝고 신나는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애드리브로) '얘는 메이저리거니까 (내기에서) 돈을 더 내야 해'라고 했고,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나왔다. (웃음) 평소 감독님이 '컷'을 잘 안 하셨다. 일부러 기다리셨다. 새로운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그러니 (배우들도) 그 여백을 채우려고 노력했고, 실제 같고 공감 가는 애드리브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새로운 느낌의 작업이었을 것 같다. 처음엔 어떻게 <응사>를 만나게 된 건가.
"<구가의 서>가 끝날 무렵에 작가님과 감독님이 만나보자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촌놈들 사이에 서울 사람이 하나 있는데, 같이 해 보자'고 하셨다. (출연을)결정하는 순간에 대본이 없어서 지금과 같은 캐릭터가 그려질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건강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받아들고 나서 보니 확실히 예전의 악역 이미지와는 다르겠구나 싶었다. (웃음)"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 칠봉이 역의 배우 유연석이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봉이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건강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받아들고 나서 보니 확실히 예전의 악역 이미지와는 다르겠구나 싶었다." ⓒ 이정민


- 작가와 감독이 어떤 점에서 배우 유연석에게서 칠봉이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생각하나.
"직접 여쭤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그 전에 <건축학개론> 같은 작품에서 도시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린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악역도 했지만 그 이면에 굉장히 부드러운 모습을 갖고 있다는 걸 캐치하신 것 같다. 충분히 다정다감한 서울 남자 캐릭터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 다른 배우들은 다 사투리를 쓰는데, 혼자 서울말을 써야 해서 어색했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사투리 쓸 줄 알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왜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사투리가 나오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혼자 서울말을 쓰려니 몸이 막 배배 꼬아지더라. (웃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칠봉이에 녹아들고 난 뒤에는, 서울말도 편하고 좋았다."

- '첫사랑에 특별한 기억을 가진 전도유망한 야구선수'라는 점에서 칠봉이에게서 만화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 주- 아다치 미츠루는 < H2 > <터치> 등 일본의 고교야구선수권대회인 '고시엔'을 주 소재로 삼는 만화를 많이 그린 작가다)
"실제로 감독님이 < H2 > 같은 야구 드라마를 한국에서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으셨다더라. 그런데 한국에서 야구 드라마는 어렵고, 잘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응사>의 칠봉이 캐릭터에 야구를 녹여낸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칠봉이가 야구하는 장면은 감독님이 특히 신나게 찍으셨다. 촬영 중간 중간 캐치볼도 엄청 하시고. (웃음)"

- 그런데 성나정·쓰레기(정우 분)와의 삼각관계가 중요해진 후반부에는 야구 장면이 별로 없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에 집중하다 보니까 야구하는 장면이 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칠봉이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잠깐잠깐 나왔는데, 길지 않은 그 장면에도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했다. 인터뷰에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던 장면이 순간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고."

- 유독 상의를 벗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 부담스럽겠다 싶었다. (웃음)
"(웃음) 운동선수니까. 더우니 옷을 갈아입을 때도 많았고, 부상 때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장면도 많았다. 외투에 붕대를 감을 수도 없었으니까. 나중에는 몸이 너무 힘든데 상의탈의가 많아 부담스러웠다. (웃음) 그래도 조금이라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짬짬이 운동도 하고, 신경도 썼다."

"실제의 나는 칠봉이와 쓰레기가 반반씩 섞여 있다"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 칠봉이 역의 배우 유연석이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봉이의 다정다감함이나 섬세함, 정면승부를 걸 줄 아는 근성 같은 게 닮아 있다면, 또 때로는 무뚝뚝하다가도 남몰래 (상대방을) 챙겨주기도 하고 속정도 있는 건 쓰레기와 비슷하다." ⓒ 이정민


- 칠봉이와 실제 유연석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되나.
"100%는 아니다. (웃음) 절반은 경상도 진주, 절반은 서울에서 살아서 그런지 쓰레기와 칠봉이의 모습이 섞여 있다. 칠봉이의 다정다감함이나 섬세함, 정면승부를 걸 줄 아는 근성 같은 게 닮아 있다면, 또 때로는 무뚝뚝하다가도 남몰래 (상대방을) 챙겨주기도 하고 속정도 있는 건 쓰레기와 비슷하다."

- 그 말처럼 칠봉이의 매력은 성나정을 향한 끝없는 순애보와 배려에 있었다. 연적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도 남자다웠고. '내가 봐도 칠봉이의 이런 점은 멋있었다' 하는 게 있었나.
"칠봉이가 무슨 멋있는 행동을 했다기보단 상황 속에서 센스 있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준 게 시청자에게 멋있게 느껴진 것 같다. 또 자기만 바라봐 주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보여주는 남자에 대한 환상이라는 게 있을 텐데, 그 점을 멋있다고 생각해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

- 특별히 생각나는 장면은 있나.
"7회 대학야구 결승전 장면. 나정이를 야구장에 불러서 자기를 따라 펜스를 걷게 하고, 우승했던 공을 마음을 담아 던져주는 게 마치 데이트하는 것 같았다. 또 10회 버스 터미널에서 나정이에게 '해피 뉴이어'라고 인사하고 키스하는 장면도 기억난다. 요즘 시즌과도 맞아서 많이 말하고 있다. (웃음)"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야구 최고 에이스 칠봉이 역의 배우 유연석이 3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가 그렇지 않나 싶다. 첫사랑의 추억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는…. 그런 걸 다 보여준 게 마지막 회 제가 카메오로 출연한 정유미씨와 부딪히는 장면이었다." ⓒ 이정민


- 그런데 그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칠봉이를 결국 성나정은 무참히 차지 않았나. 나 같으면 그 정도로 좋아했다가 차였다면 다신 안 봤을 거다.
"칠봉이는 하숙집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나정이와도 서먹해지는 걸 바라지 않았을 거다. 나정이도 그런 걸 원하지 않았을 테고, 그렇게 됐다면 행복하지 못했을 거다. 칠봉이는 나정이를 위해서 용기 있게 떠나주는 게 진짜 멋진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을 거다. 어설프게 계속 집착하고, 미련을 보이고, 만나도 모른척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았을까. (웃음)"

- 좋다. 다시 친구로 지내는 건 그렇다 치고…전세값을 5천만 원이나 깎아주는 건 너무했다. 요즘 '전세대란'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게다가 서울 상암동이면 꽤 노른자위 땅이다. 이걸 두고 일부에서는 '칠봉이가 호구다'라는 말도 하더라.
"에이. (웃음) 나정이와 칠봉이가 거의 20년지기 친구 아닌가. 또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면 수백억 원의 수입이 있었을 테니까. 매매도 아니고 전세로 5천만 원 빼주는 건 칠봉이에겐 일도 아니었을 거다. (웃음)"

- 남자에게 첫사랑이라는 게 그런 건가. 전세값 5천만 원 정도는 아무렇지 않은…? (웃음)
"아무래도 첫사랑이라는 게, 여운이 많이 남지 않을까. 여자라고 다를 것도 없을 것 같다. 첫사랑의 추억은 모두 다 갖고 있는 것 아닌가."

- 그래도 마지막 회 칠봉이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거라는 암시가 있었다. 치킨을 사가던 칠봉이가 카메오로 출연한 정유미와 부딪히는 장면 말이다.
"그 장면은 앞으로 칠봉이가 과거에 매여 살지 않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정도의 '열린 결말'을 던져주는 거였다. (나정과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나정을 바로 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남자가 그렇지 않나 싶다. 첫사랑의 추억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랑을 기대하는…. 그런 걸 다 보여준 게 바로 이 장면이었다. (칠봉이가) 말을 건넸던 것도 아니고 그저 눈빛만으로 바라봤다 피식 웃고 마는 장면이었는데, 제작진이 그 안에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게끔 만든 것 같다."

* 인터뷰 2편('소처럼 일하는' 유연석 "엄마가 '운명'이래요")으로 이어집니다.

유연석 응답하라 1994 응사 고아라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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