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연예대상 '김준호, 대상후보에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개그맨 김준호가 박수를 치며 웃고 있다.

▲ KBS연예대상 '김준호, 대상후보에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개그맨 김준호가 박수를 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제가 중학교 때 심형래 선배 개그를 보러 KBS에 왔다가 쫓겨난 적이 있어요. 경비원 아저씨에게 복수를 하려고 개그맨이 됐죠. 그 꿈은 벌써 이뤘고 그 이상을 이룬 것 같습니다."

개그맨 김준호는 꿈을 이뤘다고 했다. 끊임없이 꿈을 꾸는 사람은 이렇게 수많은 '누군가'들에게 희망을 준다.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 개그맨 김준호 등뒤로 <개그콘서트>의 수많은 후배들이 자리한 화면은 그래서 감동적이었다.

21일 열린 <2013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개그맨 김준호였다. '갈갈이 박준형'의 2003년 이래 <개그콘서트>가 10년 만에 배출한 두 번째 대상 수상자였다.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안녕하세요>의 신동엽, 이영자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받았기에 더 값진 수상이었다.

김준호 개인이나 방송계 전체를 놓고 봐도, 2009년 도박사건 이후 자숙을 거쳐 2010년 이후 3년 만에 수했다는 점에서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문제 연예인의 복귀보단 김준호가 자숙 이후 KBS에서 활동을 해 온 노력은 분명 평가받을 만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준호의 대상 수상과 더불어 <2013 KBS 연예대상>에서 눈여겨 볼 점은 또 있다. 

KBS연예대상, '1박2일 새롭게 출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1박2일 팀의 새멤버인 김준호, 정준영, 데프콘, 김주혁이 원멤버인 김종민과 함께 '1박2일 '을 외치고 있다.

▲ KBS연예대상, '1박2일 새롭게 출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1박2일 팀의 새멤버인 김준호, 정준영, 데프콘, 김주혁이 원멤버인 김종민과 함께 '1박2일 '을 외치고 있다. ⓒ 이정민


김병만도 못 이룬 '개콘' 출신 김준호의 대상수상 의미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에서의 꾸준한 활동과 최고참으로서의 대표성을 기반으로 이미 예능프로그램에 안착했다. 후배 김준현을 제치고 <남자의 자격>의 후발주자로 투입됐었고, <퀴즈쇼 사총사>로 MC로서의 역량도 입증해냈다. 

<인간의 조건>이 조건이 보여준 안정적인 시청률은 그 정점이라 할 만하다. 방영 초반부터 얄미운 캐릭터를 구축하는 그는 박성호와의 티격태격하는 호흡과 함께 소속사 개그맨들인 후배 김준현, 양상국 등을 아우르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렇게 김준호는 <인간의 조건>을 대표하는 '깐족대는 형님' 이미지를 그대로 업고, <1박2일> 시즌3의 새로운 멤버로 입성했다. '개콘'에서 얻은 인지도와 그간의 '리얼 예능' 적응, 그리고 안정적인 시청률 적응에 대한 영향력과 보상이 동시에 이뤄졌다고 볼만하다. KBS에 대한 충성도와 향후 활동에 대한 격려가 충분히 반영된 그의 수상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여기서 떠오르는 인물은 사실 김병만이다. <개그콘서트> '달인'의 활약으로 매회 수상 후보로 올랐던 김병만은 그러나 KBS 여타 예능 활동이 전무하단 이후로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했다. '개콘'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전성기던 시절이었음에도 그랬다.

다소 약한 공개코미디와 인기 MC들이 집중된 쇼오락 예능으로 양분된 방송3사 연예대상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김준호의 대상수상은 공개코미디 출신 개그맨은  필히 예능에 적응하고 인지도를 넓혀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상징하는 면이 크다. SBS로 건너간 <정글의 법칙>의 김병만이 올해 역시 강력한 대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KBS연예대상 '박미선-신봉선, 메뚜기 유재석-정범균과 함께'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박미선, 정범균, 신봉선이 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KBS연예대상 '박미선-신봉선, 메뚜기 유재석-정범균과 함께'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열린 <2013 KBS연예대상> 레드카펫에서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박미선, 정범균, 신봉선이 인사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훈훈한 식구챙기기도 좋지만, 방송시간은 과하지 않나

<2013 KBS 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은 '먹방상'을 받았다. 진행자 신동엽이 "내년엔 분명 없어질 것 같다"던 '틈새시상식'이란 일개 코너에서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강호동도 엇비슷한 상을 받았다. 빈손으로 돌아갈 '국민 MC'들을 위해 시상 외에 인터뷰라도 한 번 더 해주고 시청률도 붙잡기 위한 KBS의 배려라 볼만 했다.

그렇게, 모든 출연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방송사 시상식의 훈훈한 나눠주기는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구 '한일전'으로 화제를 모은 <우리동네 예체능>에 대한 배려는 베스트 팀워크상과 더불어 존박에게 신인상을, 최창민에게 최고엔터테이너상 안긴 것에서 잘 드러난다.

화룡정점은 신설된 모바일TV 인기상. 추사랑을 비롯해 큰 화제를 모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이들을 모두 무대에 올리기 위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차태현에게 최우수상을 안긴 <1박2일>과 함께 내년 KBS가 기대를 걸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는 결과였다.

한 해 동안, 그리고 수 년 간 고생한 진행자들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출연자들에게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는 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그러나 감독, 작가 이하 스탭들의 자리는 여전히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밖에 없지만). 연기대상과 마찬가지로 이 연예대상에 대한 통합의 목소리가 들려온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화제를 모으고 시청률과 광고를 보장하는 이 시상식을 포기하지 않으리란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방송사 입장도 십분 이해는 간다. 이날 <2013 KBS 연예대상>의 시청률은 15%를 넘기며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니 부디, 방송시간만 좀 줄여 줄 수는 없을까. 4시간에 달하는 방송시간에 피로감을 느끼는 건 비단 피로감을 강하게 호소했던 대상 후보 이경규 뿐이었을까.


KBS연예대상 김준호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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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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