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박기영.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생애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가수 박기영. ⓒ 극단 현대극장


인터뷰를 하면 의외의 답변을 들을 때가 있다. A라는 답변을 예상하고 질문했건만 B나 C라는 답을 들을 때 인터뷰어는 새로움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가수 박기영은 의외의 인터뷰이였다. 소속사와의 분쟁 과정을 두고 어려웠던 속내를 밝힐 줄 알았건만, 이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무대에 설 수 없던 3~4년 동안, 가수 입장에서는 가슴이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들어 갔을 법하지만, 박기영은 평생의 배필을 만나는 '변형된 축복'이었다고 고백했다.

하나 더, 노래 잘 하는 비결을 질문했을 때는 음악적인 해석이나 가창력에 대한 답변이 나올 줄로만 예상했다. 하지만 웬걸, 인터뷰어의 예상과는 달리 '귀를 좋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한다. 의외성도 이런 의외성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의 인터뷰 가운데에는 항상 '감사'가 있었다. 박기영은 아기를 키우면서 부모님이 자신을 키워주신 은혜를 생각하게 됐고, 감사하다고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생애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박기영을 13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뮤지컬, 시큰둥했지만...'사운드 오브 뮤직' 마리아 놓칠 수 없었다"

- 오는 20일이면 생애 처음으로 공연 무대에 선다.
"어제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음반을 통해 홀로 무대에 섰다. 혼자서 모든 걸 책임져야 했기에 외로웠다. 하지만 뮤지컬은 같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재미있고 좋았다. 같이 작업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무대에서 동선을 맞추는 건 흩어진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재미를 제공한다. 마리아로 대령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주셨음 한다."

- <오페라스타> 때문에 오페라로 무대에 오를 줄 알았는데,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에 도전하려는 찰나에 아기가 생겼다. 아기를 키우던 중 시드니에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공연하던 중 캐스팅이 되었다. 뮤지컬에 캐스팅되었다고 할 때 처음에는 약간 시큰둥했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다. 마리아는 놓칠 수 없었다. 당연히 하겠다고 수락했다. 예정에 없던 캐스팅이라 놀랐다.

이 작품을 통해 소향과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학번도 같고 나이도 같다. 소향이가 <나는 가수다>에서 열창할 때 나는 열심히 태교를 하고 있었다. 소향이는 3~4개월 전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에 캐스팅이 되어 여름부터 연습했고, 나는 작품에 늦게 합류했다. 누군가가 내게 동선을 하나 하나 가르쳐주어야 했다. 소향이는 자기 연습도 아닌데 일부러 일찍 나와서 내 동선을 체크해주었다. 소향이가 성품이 너무 좋다."

 "뮤지컬에 캐스팅되었다고 할 때 처음에는 약간 시큰둥했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다. 마리아는 놓칠 수 없었다. 당연히 하겠다고 수락했다."

"뮤지컬에 캐스팅되었다고 할 때 처음에는 약간 시큰둥했다. 그런데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다. 마리아는 놓칠 수 없었다. 당연히 하겠다고 수락했다." ⓒ 극단 현대극장


- 원작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했나?
"줄리 앤드류스를 좋아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 뿐만 아니라 <메리 포핀스> 같은 뮤지컬영화를 집에 소장할 정도다. 만약에 <메리 포핀스>를 한국에서 공연하면 무대에 오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번에 마리아를 연기하는 배우가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다. (최)윤정이는 차분하고 정리된 연기를 보여준다. 소향이는 소향이만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내가 늦게 합류했다. 누군가를 따라야 내가 편할 텐데 갈 길을 찾지 못했다. 영화에서는 마리아가 당당하다. 평생 누구에게 주눅이 든 적이 없는 캐릭터다. 연출가가 내게 '넌 너만의 마리아를 연기하라'는 주문을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주눅이 들어본 적이 없기에, 당당한 마리아를 연기하려 한다."

- tvN <오페라스타>(가수들이 오페라 아리아에 도전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고음을 뿜어내던 당당함으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마리아는) 대령을 무섭게 생각하기보다는 안쓰럽게 생각한다. 대령은 아내를 잃은 상처 때문에 아이들을 멀리 한다. 이런 대령에게 아이들을 사랑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마리아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가능한 당당함이 아닐까 싶다.

딸을 키우는 입장이라 마리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바라봐 달라고 대령에게 권유하면서도 위로해 줄 것 같다. 마리아는 천진난만한 인물이다. 한데 내가 천진난만하다.(웃음) 어디서 튈지 모르는 매력이 좋다고 연출가가 평을 한다. 이런 부분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다."

- 영화가 워낙 유명해서 부담이 될 법도 하다.
"뮤지컬을 최대한 재미있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일을 하면서 아기한테도 소홀하면 안 된다. 이 두 가지 외에는 다른 아무 생각이 없다. 조금 있으면 아기 돌잔치도 해야 하고, 앨범 준비도 해야 한다. 공부도 하는 중이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영화에 대한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평가받지 못했던 나, '오페라스타'로 발전했다"

 "(마리아는) 대령을 무섭게 생각하기보다는 안쓰럽게 생각한다. 대령은 아내를 잃은 상처 때문에 아이들을 멀리 한다. 이런 대령에게 아이들을 사랑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마리아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가능한 당당함이 아닐까 싶다."

"(마리아는) 대령을 무섭게 생각하기보다는 안쓰럽게 생각한다. 대령은 아내를 잃은 상처 때문에 아이들을 멀리 한다. 이런 대령에게 아이들을 사랑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이 마리아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가능한 당당함이 아닐까 싶다." ⓒ 극단 현대극장


- 가수로서는 성악이 부담일 법 한데 <오페라스타>에 설 당시 심경이 궁금하다.

"시즌1 때 같은 소속사에 있던 테이를 비롯해서 여러 가수가 출연한 이유도 있고, 내가 드레스 입는 걸 좋아하는데, <오페라스타>에서 매주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게 좋아서 혹했다. 성악가가 레슨을 해준다는 것도 끌렸다.

집에서 TV를 보지 않는다. <오페라스타>가 생방송인 줄 몰랐다. 처음엔 녹화 방송인 줄 알고 수락했다. 제작보고회를 하는데 생방송인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생방송이야?' 하고 내가 놀라는 게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방영되었다. 매니저가 몰랐느냐고 했을 정도다. 밤에 잠잘 때도 계속 오페라 가사가 생각났다. 매일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해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때 흰머리가 생기지 않은 게 다행이다.(웃음)

그런데 생방송인 것도 모자라 우리말도 아닌 이탈리아 말에, 처음 겪는 생소한 발성으로 일주일 동안 연습한 곡을 마치 내 노래처럼 소화해야 하는 과정이 극도의 스트레스였다. 대충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출연료의 반을 체력 관리를 위해 썼다. 도라지 먹고 장어 먹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함께 출연한 (손)호영이도 나랑 증상이 같았다.

그런데도 나를 지도해준 성악 선생님이 '기영씨는 반(半)이야, 생방송에서는 연습할 때의 반밖에 못해'라고 평가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굉장히 떨어서 제 기량을 내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귀한 추억이 되었다. 우승했을 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1등하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연출가가 내게 '넌 너만의 마리아를 연기하라'는 주문을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주눅이 들어본 적이 없기에, 당당한 마리아를 연기하려 한다."

"연출가가 내게 '넌 너만의 마리아를 연기하라'는 주문을 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주눅이 들어본 적이 없기에, 당당한 마리아를 연기하려 한다." ⓒ 극단 현대극장


- 그래도 <오페라스타> 우승을 통해 노래의 '끝판왕'이 되었다.

"내가 어떻게 노래하는가를 모르면 계속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수의 발전은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를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데, 데뷔한 지 15~16년이 되다 보니 내 노래가 어떻다는 걸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평가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잘 한다'고만 말하지 평가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그런데 <오페라스타>에서 지도를 받은 덕에 노래의 피치나 발성이 좋아졌다.

내 노래는 아직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노력한다. 내가 녹음한 노래를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창피하고 단점만 들린다. 고음은 타고나는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귀를 좋게 만드는 거다. 내가 노래하는 게 어떻다는 걸 모니터할 수 있는 귀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핸드폰으로 노래하고 듣는 걸 반복한다. 귀를 좋게 하기 위해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전자파와 멀어지려고 노력하고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다. 클래식을 많이 듣는다. 좋은 음악을 많이 들어야 귀의 수준이 높아진다. 좋은 음악과 비슷해지기 위해 내 음악에 노력할 수 있게 된다."

- 너무 높은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본인을 혹사하게 되지 않을까?

"아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해본 적이 없다. '이게 아니어도 살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중요하다. 젊은 친구들에게 '죽기 살기로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할 정도다. 너무 목숨 걸다가 죽는 수가 있다. (웃음)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것보다는 재미있고 즐겁게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음악을 하나도 담지 않고 휴가를 떠날 때도 많다."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박기영 사운드 오브 뮤직 오페라스타 박은혜 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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