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래비티> 속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

영화 <그래비티> 속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두상이 큰 편이기에 연출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산드라 블록의 헤어스타일은 정말 하나도 꾸미지 않아도 멋이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특별히 만지지 않은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게 표현을 하려고 했습니다." (에릭 헤어스타일리스트)

강렬한 느낌의 영화를 보거나 매력적인 주인공을 보면, 영화 속 주인공의 스타일을 따라잡고 싶어 집니다. 올해 관객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을 <그래비티>. '무비스타 따라잡기'(관련기사: '그래비티' 산드라 블록 머리,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기획으로 영화 속 스톤 박사 역 산드라 블록의 쇼트커트의 스타일을 따라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기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귀가 보일 정도의 쇼트커트를 한 적이 없는 터라 지인들에게 걱정스런 마음에 문의를 했습니다. 주위에서는 대부분 그냥 긴 머리를 유지하라고 설득했습니다. 기획기사 한 편 때문에 몇 개월 동안 어울리지도 않는 머리를 달고(?) 다닐 거냐며(가발 사는 거 아닌데).

그래도 지면을 통해 이미 공표했고,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래비티> 산드라 블록 헤어스타일에 도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헤어숍에 들어갔습니다. 애브뉴준오 청담점의 에릭 헤어스타일리스트도 제가 의자에 앉자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마지막 질문을 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나 조블록이야!"...커트 후 알아보지 못하는 지인들

  영화 속 주인공 따라하기

기자의 커트 전 모습. ⓒ 조경이


긴 머리카락은 싹둑 싹둑 잘려 나갔습니다.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라서 커트만 2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에릭 선생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걸 보며 여간 어려운 커트를 부탁드린 게 아니구나 싶었죠.

그런데...머리를 자르고 보니 웬 상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아, 본판 불변의 법칙은 어쩔 수 없구나'를 실감. 제 얼굴 그대로 있더라고요. 전 성형을 원한 걸까요? 산드라 블록의 얼굴은 보통 얼굴이 아니었구나, 실감했죠. 역시 할리우드를 주름잡는 세계적인 스타와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중반 여자의 얼굴은 매우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커트를 하니 머리가 엄청 가벼워져서 좋았습니다. 마음은 산드라 블록 언니처럼 우주로 날아간 상태였죠.

머리를 자르고 나오니 "미소년 같다"는 아름다운 평부터 "다시 길러라"라는 개인적인 취향의 평까지 두루두루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잘라서인지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개인적인 만족감은 80% 정도였습니다. 커트 당시 두피상태가 좋지 않은 관계로 펌과 염색은 못했습니다. 그리고 2주 후에 다시 숍을 찾았죠.

"산드라 블록 헤어스타일을 하려면 탈색을 해서 진회색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두피 상태가 좋지 않아서 과감하게 탈색을 하지 못 했습니다. 머리카락의 질감도 서양인의 질감이 아닌 동양인의 질감 그대로인 상태에서 연출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고요. 그래도 고객에게 맞는 스타일로 맞춰드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았어요. 평소에 하고 다니기 편하게 베이비 펌을 살짝 넣고 브라운 계열로 염색을 해서 변형을 시켰습니다." (에릭 헤어스타일리스트)

  영화 속 주인공 따라하기

"산드라 블록의 헤어는 정말 하나도 꾸미지 않아도 멋이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헤어를 요청 받았을 때, 작가들처럼 머리를 안 감고 나온 것 같고...특별히 만지지 않은 것 같은데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게 표현을 하려고 했습니다." ⓒ 이정민


참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올 여름 아프리카 케냐 봉사에 다녀온 이후 얼굴도 두피도 모두 상해서 피부과에 문의해본 결과 염색과 펌 등은 몇 개월 동안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던 터였죠(문의: 연한풀피부과 닥터 홍 선생님). 서양인의 헤어 질감과 산드라 블록의 진회색 컬러를 구현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에릭 스타일리스트는 제게 맞춤 헤어를 만들어줬습니다.

베이비펌과 브라운 계열의 염색.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멋을 내다니! 하지만 일부 지인들은 변신한 저를 못 알아보았습니다. 그냥 쓱 지나치더라고요. "나, 조블록이야!" 하면서 팔을 잡고 인사하지 않으면 몰라보더란 말입니다. 헤어스타일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거죠. 그래도 최종 완성된 모습에 다수는 "더 세련되어졌다"고 했습니다. "긴 머리보다 짧은 게 더 어울리는 거 같다"는 의견도 많았고요.

이 헤어스타일의 최고 좋은 점은 5분 안에 머리를 감고 말리는 등 모든 정리가 다 끝난다는 것입니다. 살짝 아무렇게나 말려도 스타일이 괜찮다는 게 장점이었어요. 펌을 하고 나니 뻗치지도 않고 말이죠. 다만, 단점이 있어요. 추운 겨울엔 목도리를 하지 않으면 목이 너무 춥다는 겁니다. 모발의 보온성을 직접 체감하게 됐죠. 있을 때는 몰랐죠! 목을 감는 머리카락이 얼마나 따뜻하다는 걸. 

산드라 블록 언니처럼 민소매 나시에 핫팬츠를 입고 인증샷을 찍어야 하지만 그건 독자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할 수 있으니 헤어 인증샷만 남깁니다.

  영화 속 주인공 따라하기

서양인의 헤어 질감과 산드라 블록의 진회색 컬러를 구현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에릭 스타일리스트는 제게 맞춤 헤어를 만들어줬습니다. 커트 2주 후에 베이비펌과 브라운 계열로 염색을 한 거죠. ⓒ 이정민



에릭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착한 일!


미혼모 헤어 기부 14일 오후 서울 청담 애브뉴준오 청담점에서 에릭(김경혜) 헤어스타일리스트의 헤어 기부.

서울 청담 애브뉴준오 청담점 에릭(김경혜) 헤어스타일리스트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와 신순희씨의 헤어 스타일링을 맡아 주셨습니다. ⓒ 이정민


에릭 헤어스타일리스가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주셨습니다. 미혼모들의 인식개선과 처우개선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목경화 대표와 신순희씨의 헤어 스타일도 변신시켜 준 거죠. 두 분의 긴 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펌도 예쁘게 했습니다. 귀한 시간과 재능을 기부해주신 에릭 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비스타 따라잡기 그래비티 산드라 블록 애브뉴준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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