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에서는 '4년째 하루 종일 노래만 부르는 엄마' 사연이 방송됐다.

18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에서는 '4년째 하루 종일 노래만 부르는 엄마' 사연이 방송됐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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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희생'이라는 단어와 등가로 여겨진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엄마들의 일상은 남편과 자식의 뒷바라지가 되어 버렸고, 가족들은 엄마의 이런 희생을 당연시하게 됐다.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손을 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시작이 아니던가. 엄마 역시 그들의 엄마로부터 길러졌던 세월이 있을 터이고, 청춘의 못 다 이룬 꿈이 있었을 텐데. 엄마는 '가족'이란 이름 앞에 자신의 청춘과 꿈을 내색하지 않았다.

18일 방송된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는 4년째 매일 노래를 부르고 있는 '무명 트로트 가수 엄마'가 고민이라며 사연을 보낸 딸이 등장했다. 사연의 내용은 노래도 잘 부르지 못하는 엄마가 트로트 앨범을 내더니, 매일 집에서 노래 연습을 주야장천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가족들이 여러 모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다.

좋은 노래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되면 질리는데, 하루 종일 썩 잘 부르지 못하는 엄마의 노래를 듣는 것은 가족에게 곤욕일 수 있겠다 싶다. 실제로 방송에서 뽐낸 엄마의 노래 실력은 앨범을 낼 만큼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가족들이 엄마의 노래를 소음처럼 여기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엄마의 노래를 불편해하는 가족만큼 엄마도 가족에게 섭섭한 점이 있었다. 인생을 보다 더 재밌고 가치 있게 살고 싶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엄마는 가족들이 자신의 소박한 꿈을 응원하기는커녕 노래를 잘 못 부른다고 기를 죽이고, 심지어 손수 정성스레 만든 앨범을 가족 중 아무도 열어보지 않는 모습에 서운함을 느꼈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더구나 엄마는 그간의 고통을 참아준 가족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앨범 인사말에 담았다고 했는데, 반대로 가족들은 자신들을 신경써주지 않는 엄마를 탓하고만 있었다.

40세 이후부터는 인생을 멋지게 살고 싶었다는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응원해주지 않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엄마는 "가족들로부터 핍박을 받아가며 노래를 부른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소연했다. 그리고 그렇게 노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노래가 삶의 활력소이기 때문"이라며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엄마의 꿈은 가족으로부터 응원 받을 수 없는 것일까?

18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2년째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알바의 여왕이 됐다는 사연의 주인공

▲ 18일 방송된 KBS 2TV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2년째 생활비를 가져다 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알바의 여왕이 됐다는 사연의 주인공 ⓒ KBS


이날 방송에서는 또 다른 사연을 가진 젊은 엄마도 등장했다. 그녀는 2년째 생활비는 안 주면서 매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생계곤란 지경에까지 이르자 그녀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메우고 있다고 꺼내놓기 힘들었을 속사정을 털어 놨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젊은 엄마의 모습은 마치 앞서 말한 가수 엄마의 과거처럼 보였다. 가족을 위한 희생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갔던 엄마. 이를 당연시하는 가족의 모습은 젊은 엄마네 가족에도 있었다.

젊은 엄마에게는 꿈도 청춘도 사치인 것처럼 보였다. 막막한 생계를 해결하는 일만이 오로지 그녀가 풀어야할 숙제 같았다. '형편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시대 대부분의 엄마들이 이런 짐을 짊어가며 살아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니 진짜 엄마란 존재는 자신만의 꿈과 행복을 위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론 남편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성실하게 일하다가 사업에 도전해 실패를 겪었다는 남편의 이야기는 가족에게는 내색하기 싫고 술에 기대고 싶었던 그의 심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 역시 가족을 행복을 위해서 그랬던 것이니까. 하지만 가족을 생계곤란 처지에 몰 정도로 방황을 일상화했던 것은 가장으로서 큰 잘못이다. 아내 역시 삶이 곧 짐인 상황이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럼에도 아내는 엄마란 이름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고 살아왔다.

이날 방송을 통해 엄마의 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나가 익숙해서 당연한 엄마의 얼굴이라면, 다른 하나는 익숙하지 않아 생경하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엄마의 얼굴이다. 엄마에게도 파릇파릇한 청춘이 있었고, 장차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이 있었을 텐데 우리는 일방적으로 엄마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들의 꿈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이날 방송을 통해 엄마를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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